- [김병주 칼럼] 파레토와 80/20 법칙
이탈리아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1848~1923)는 프랑스 대중 혁명이 폭발하던 해에 정치적 이유로 파리에 망명 중이던 이탈리아 귀족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열살 때 튜린 공과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철도회사 토목기사로 일했다. 그후 점차 그의 관심은 경제학과 사회학으로 옮겨져 논문을 발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당시 집권세력의 눈에 거슬리는 입장 표명을 함으로써 이탈리아에서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려웠다. 드디어 알프스 너머에서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보내왔다. 경제학자로서 그가 대성할 계기가 마련된 것은 1893년 유명한 왈라스 교수의 후임으로 스위스 로잔느대로 옮긴 때부터다. 그가 이룩한 금자탑 가운데 ‘파레토 법칙’, 다시 말해 80/20 법칙이 있다. 파레토는 소득분배의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있어 각국의 통계자료를 모아 비교 분석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상위 20%의 사람들이 80%의 소득(또는 부)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공통으로 관찰됐다. 왜 그럴까. 그는 천부적으로 개인별 소득창출 능력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고 그 때문에 분배 불평등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봤다. 오늘날 평등주의자들로부터 몰매를 맞을 명제다. 파레토 이후 다수의 학자가 다르게 설명하고자 시도했지만 파레토 법칙은 여전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80/20 법칙이 적중하는지 필자는 알지 못하지만, 우리 사회에도 파레토가 예시한 비율이 비슷하게 들어맞는다고 보자. 그렇다면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은 자명하다. 상위 20%로 하여금 소득창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함으로써 나머지 80%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하고, 누진과세와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불평등의 정도를 낮추는 것이 정답이다. 문제는 누진세율 책정에 있다. 최근 프랑스 선거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높은 세율 때문에 경제성장이 부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보도된 바처럼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쉬는 남자들이 100만 명을 넘어선 한국에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과제다. 고용만큼 좋은 불평등 해소책이 없다. 부자들이 해외 이민의 꿈을 버리고 국내에 뿌리 내리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필자는 파레토의 비율이 과거 산업사회에만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날 글로벌 경제에서 유념할 것은 세계적 차원의 80/20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의 상위 20%에 한국인이 현재 상위 몇 %가 낄 수 있는가. 앞으로 세계의 하위 80%로부터 국민을 모두 건져 올릴 수 있는가. 지식정보사회로 진입한 21세기 초반에 들어와서는 상위 1% 또는 0.1%의 준재 또는 그 0.001%의 천재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해 결과적으로 나머지 인구의 경제후생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경제라야 국제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 한국처럼 세계 최빈국에서 고도 성장궤도로 올라서 달리다 보면 하위 계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배 아픈 시샘 감정이 불가피했다. 문제는 환란 후 스스로 중산층의 붕괴로 공동체의 결집력이 훼손된 데 있다. 여기에는 물론 상위 계층 가운데 치부 과정에서 탈법행위를 범했다고 의혹을 살 만한 소수가 포함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모두 그렇다고 몰아붙일 수 없다. 정부는 옥석을 가려주고 건전한 상위 계층의 존재가치가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편 가르기는 금물이다. 그래야만 국민이 모두 세계의 상위 계층에 편입하도록 스스로 발돋움하려는 노력의 땀이 값지게 송골송골 맺힐 수 있다. 파레토에 의하면 역사는 사회 지도계층이 바뀌는 ‘엘리트(그가 만든 용어)’의 순환 기록이다. 엘리트가 건재하는 사회여야 발전한다. 그는 초기에 정치·사상적으로 방황했었으나 나중에 자유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파쇼주의 모두 정치 지도자가 특권을 누리기 위한 연막 전술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로잔느 대학 생활은 질병으로 인해 14년 만에 끝났다. 그가 만년을 보낸 제네바 호반의 별장에는 고양이가 너무 많아 ‘앙골라 별장’이란 별명이 붙었다. 가난한 러시아 여성을 구원하듯 아내로 맞았던 파레토는 부인의 돌연한 가출로 노년에는 쓸쓸히 호숫가를 거닐며 사색하고 저술하다가 사망했다. 그는 가고 없지만 그의 80/20 법칙은 남았다. 그의 소유 자산은 비록 보잘 것 없었으나 정신적 유산만은 분명 ‘엘리트’ 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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