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상처 치유해온 돌벽의 4반세기
베트남전 참전용사 기념비, 절제의 미학으로 후대 기념물 설계에 큰 영향 미쳐 베트남전 참전용사 기념비(The Vietnam Veterans Memorial)는 너무나 상징적이다. 따라서 그 기념비를 둘러싸고 25년여 전에 벌어졌던 정치적 소동을 잊었기 십상이다. 기념비 설계자는 당시 무명의 예일대 학부생 마야 린이었다. 총 1420점의 응모작을 놓고 작가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채 벌인 심사에서 린이 뽑혔다. 그러자 로스 페로를 비롯한 거물들과 공화당 하원의원 27명이 그 우아한 디자인에 제동을 걸었다. 기다란 두 벽이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브이(V)자는 암호화된 평화의 상징이란 비난도 나왔다. 린이 “땅의 균열”이라 부른 그것을 한 준장은 “수치의 상처”라 불렀다. 일부 참전용사도 반대에 가세했다. 그래서 세 미군 병사와 성조기를 형상화한 전통적 청동상을 인근에 설치했다. 그러나 일반대중은 처음부터 이 기념비를 좋게 봤다. 이제는 워싱턴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기념물이 됐다. 그 뛰어난 설계는 단순할수록 효과적이라는 원칙을 입증한다. 반들반들 빛나는 검은색의 기다란 두 화강암 벽은 보는 사람의 감정을 흔든다. 땅속 깊이 파고들어간 벽에 베트남전에서 죽은 미군 남녀 5만8249명의 명단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바닥에는 항상 여기저기 쪽지와 꽃들이 널렸다. 방문객은 손가락으로 명단을 짚으면서 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응시한다. 미국건축사협회(AIA)가 최근 이 기념비에 25주년 상을 시상했다. 4반세기의 검증을 견뎌낸 작품에 주는 상이다. 역대 수상작에 구겐하임 미술관과 록펠러센터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한 비판자의 표현을 빌리면, “건물도 아니고 조각도 아닌” 기념비가 탔으니 대단한 영예라 하겠다. 그러나 이 기념비만큼 미국 국민의 의식을 깊이 사로잡은 공공 건축물 사업은 없었다. 또 이후의 주요 기념물 설계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마야 린은 단지 고개 숙여 추모하는 사물이 아니라 올 곳에 제대로 왔다는 느낌을 만들어냈다. 2000년 문을 연 오클라호마시티 국립기념관에 그 영향이 보인다. 공동 설계자 한스와 토리 버처는 명상 공간을 만들었다. 1만2000㎡ 넓이의 조용한 공간에 맑은 물웅덩이, 과수원, 청동과 유리로 만든 의자 168개(희생자 1인당 하나씩)가 있다. 9·11 기념관 설계 응모대회에서 당선된 건축가 마이클 애러드의 작품 역시 거창한 기념관 개념을 배척하고 여러 체험을 하도록 설계했다. 쌍둥이 타워가 있던 자리에 폭포수를 만들고, 테라스와 작은 나무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나무숲 설계는 마야 린이 포함된 심사위원단이 넣으라고 우겨서 추가했다(조경 건축가 피터 워커가 합류해 애러드의 설계 수정작업을 거들었다). 베트남전 기념비가 남긴 또 다른 유산은 설계과정(전에 없던 최대 규모의 응모대회였다)과 요란한 후폭풍이었다. 9·11 기념관 설계 응모도 그 비슷한 격론을 유발했다. 애러드의 구상에 반대하는 말들이 많아 여러 차례 수정이 이어졌다. 일부 유가족은 희생자의 이름을 새기는 방식을 놓고 여전히 입씨름을 벌이면서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기금 조성을 방해하겠다고 으른다. 가족을 잃은 사람의 입장에선 워낙 개인적인 일이다 보니 아마도 논쟁을 피할 길이 없겠지만, 베트남전 기념비는 그런 기념비가 가까운 친족을 넘어 다음 세대에게도 말을 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가서 어떤 감정을 강요받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해주는 곳이다. 그렇기는 해도 오클라호마시티 기념관이나 9·11 기념관 건립계획이 린의 베트남전 기념비처럼 놀라운 힘과 참신성과 웅변성을 지니지는 못했다. 그런 기념물의 힘을 빌려 우리가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전진”하기를 빌어본다. 그러나 결코 망각하지 말라는, 베트남전 기념비의 더 깊은 메시지는 돌에 새겨진 그 5만8249명의 이름 때문에 피할 길이 없다. 그 이름들을 생각하니 앞으로 언젠가는 이 순간 죽어가는 사람들을 기리는 또 다른 전쟁 기념비를 세워야 한다는 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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