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길 험난한 중국판 세컨드 라이프
개발 중인 ‘하이파이하이’ 정부 검열과 규제 그리고 기술 문제에 직면 자오강은 거의 텅 빈 자신의 가상 세계를 둘러보고 만족해 했다. 자오는 중국 판 세컨드 라이프인 하이파이하이(HiPiHi)를 만든 기술팀을 이끈다. 최근 가상 세계의 기본적인 개발을 마쳤다. 요즘은 하이파이하이 안에서 돌아다니며 중국 본토와 홍콩·대만·싱가포르에서 특별히 초빙한 중국인 약 1만 명(‘주민’이라고 불린다)을 교육한다. 시험 단계에서 결점을 보완하는 일을 도우러 온 사람들이다. 그 ‘주민’들은 이 새로운 세계에서 느긋하게 걸어 다니고, 수영을 하고, 날아다닌다. 자오가 말을 걸려고 아바타 2명에게 다가갔다. 이 가상 세계의 개발자를 직접 만난 이들은 다급하게 물었다. “옷을 어떻게 갈아 입죠?” 이렇게 중국의 1억3700만(계속 증가 중이다) 네티즌을 3차원 가상 세계로 이끄는 교육이 시작됐다. 올해 말 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인 하이파이하이는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끄는 세컨드 라이프와 경쟁할 중국 최초의 토종 가상 현실 사이트다. 하이파이하이의 최고 경영자이자 설립자인 수후이(38)의 포부는 매우 크다. 오픈 후 석 달 만에 회원 10만 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그 뒤 미국·일본을 비롯해 여러 나라 회사들과 제휴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각각 분리된 가상 ‘대륙’을 만들고 싶어 한다. 최종적으로는 하이파이하이·세컨드 라이프를 포함해 가상 현실 사이트 몇 개가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만들고자 한다. 수는 “우리의 꿈은 일치한다. 가상 세계가 이제 막 건설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엄청난 이야기다. 하지만 수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실현하는 길이 평탄치는 않아 보인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정치적인 논쟁이 활발하게 일어나기도 했다(프랑스 대통령 선거 동안 온라인 활동이 활발했고, 부시 반대를 외치는 플래카드도 매우 많았다). 그러나 하이파이하이는 과도한 반정부 비판이나, 대만과 티베트 독립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행위, 금지된 종교 단체인 파룬궁에 관한 어떤 언급도 금하는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정책을 따라야 한다. 중국은 이런 제재를 보다 강력히 하고자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감시 체계를 갖췄다. ‘부적절한’ 발언을 중단시키고자 수많은 감시원도 고용했다. 하이파이하이는 이 감시단의 단속과 정부의 엄격한 음란물 규제를 받게 된다. 베이징 소재 미디어 컨설팅 회사 울프그룹아시아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울프는 “하이파이하이를 살피는 감시원이 많으리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컨드 라이프에서 허용되는 많은 행위가 하이파이하이에선 불가능할 것이다. 하이파이하이는 중국의 독특한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세컨드 라이프가 될 전망이다.” 하이파이하이에서 발생하는 가상 상거래 또한 때로는 엄격하고 예측 불가한 중국 정책 결정의 영향을 받게 된다. 하이파이하이도 주민들이 가상 물건을 사고팔 때 사용하도록 세컨드 라이프의 린든 달러와 같은 가상 화폐를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이를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올해 초 중국 정부는 중국 최고의 게임포털 사이트 운영사 텐센트의 인기 있는 온라인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가상 화폐인 큐큐(QQ) 코인의 남용을 엄격하게 규제했다. 투기꾼들이 QQ 코인을 중국의 진짜 화폐인 런민비로 교환했고, 도박꾼들은 정부의 규제를 피하고자 이 화폐를 이용했다. 음란 채팅 종사자들이 이 돈을 서비스 이용료로 받았다는 말도 있다. 결국 올해 초 중국 정부가 개입해 가상 화폐를 실제 화폐로 교환하는 행위를 금했다. 그리고 텐센트와 다른 업자들에게 가상 화폐 남용을 철저히 규제하라고 경고했다. 칭다오의 인터넷 분석가 징쿠이한은 “이 사건은 중국 정부가 가상 세계에서의 화폐 유통 체계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문제와 잠재 회원층의 성격과 관련된 문제도 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를 벗어나면 대부분의 네티즌은 여전히 인터넷 카페를 이용한다. 그런 곳에는 3차원 가상 현실 경험에 필요한 최신 컴퓨터가 없다. 중국 네티즌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이 가능한 동작이 정해져 있는 게임에 익숙한 젊은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혼자 스스로 알아서 하는 하이파이하이 세계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의 인터넷 컨설팅 회사 BDA 소속 분석가 리우 빈은 “중국에서는 아직 가상 현실 프로그램의 인기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상 현실 사이트 사업자들이 초기에 많은 수의 회원을 유치하기 어려우리라 예상된다. 이게 가장 심각한 문제다.” 반면 건전한 가상 세계는 중국 여성과 부모의 관심을 끌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터넷 콘텐트에 관한 중국 정부의 엄격한 관리 때문에 하이파이하이는 세계시장에서 세컨드 라이프보다 더 친절하고 가족 친화적인 가상 세계로 주목 받을 가능성도 있다. 다른 강점이 또 있다. 수는 1999년 중국 언론이 중국의 10대 인터넷 기업가로 꼽은 인맥 넓은 사업가다. 그는 뛰어난 가상 현실 전문 기술자, 정치 경제학자, 영업 전문가 60명으로 강력한 팀을 구성했다. 또 일본과 미국의 유수한 기업으로부터 제휴 가능성도 타진받았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이파이하이는 실감 나는 특수 효과와 세컨드 라이프보다 더 사용하기 쉬운 제작 도구를 회원들에게 제공해 점수를 얻었다. 울프는 “하이파이하이는 세컨드 라이프를 이용하는 중국인들이 그 프로그램의 인터페이스에 불만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개선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이파이하이가 어떤 회원들을 유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화끈한 섹스를 원했던 네티즌들은 실망할 거다. 하이파이하이의 아바타들은 옷을 완전히 벗지도 못한다. 하지만 수는 연애를 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이미 벌어졌다. 항저우에 거주하는 한 여성의 하이파이하이 아바타인 ‘원시’에게는 애인이 몇 명 있다. 그녀는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요즘 유행하는 대나무로 벽을 꾸민 가상 방갈로를 만들었다. 수와 그의 투자자들은 바로 이런 이들이 하이파이하이에 거주하기를 바라지만 원시 같은 사람은 드물다. 수와 자오가 일단 가상 세계는 만들었다. 이제는 중국인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8개월만에 2.5조 '잭팟'...36세 억만장자 "이제 시작"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팜이데일리
'LA 이적' 손흥민, SNS서 토트넘 지워…왜?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트럼프, 반도체 제품에 100% 관세 예고…삼성·SK하이닉스 영향은?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애경산업 이달 본입찰…‘큰손’ 태광산업에 쏠리는 눈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대규모 기술수출에도 주가 원점 바이오벤처들…왜?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