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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예비주자들의 부자관③] “깨끗하게 돈 벌어야 부자죠”

[대선 예비주자들의 부자관③] “깨끗하게 돈 벌어야 부자죠”

8월에 있을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을 앞두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검약이 몸에 배어 있다. “겨울철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는데도 내복을 입지 않는 사람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돈 욕심도 그다지 없다. “있어도 물려줄 사람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한나라당이 세금을 깎자고 하면 한나라당이 부자와 대기업을 봐주자는 것이냐고 공격하는데, 한번 생각해 보세요. 대한민국에 부자 표가 많은지 아니면 부자 아닌 사람 표가 많은지.”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이 당 경선 후보들의 감세 정책을 겨냥한 “한나라당이 부자 비호당이냐”는 지적을 반박하면서 쏟아낸 말이다. 지난해 12월 1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있었던 서울대 상대 1?포럼 초청 특강 때의 일이다. 박 전 대표는 “부자와 대기업을 봐주려는 게 아니라 국민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 감세 정책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부자 비호당은 안 된다”는 것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 무렵 이 당에 있으면서 한 말이다. 당시 그는 ‘한나라당의 3대 원죄’로 부자 비호당, 영남 지역당, 수구 보수당을 꼽았다. 손 전 지사는 이렇게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감세는 17대 대통령 예비 후보로서 박 전 대표가 내세우는 대표 공약이다. 그의 선거 구호 ‘줄푸세’는 ‘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 질서를 세우자’는 것이다. 그는 우리 경제를 살리려면 이런 구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 경제를 얽어맸던 난마와 같은 ‘줄을 풀자’는 뉘앙스까지 담아 구호로서는 성공작인 듯하다. “지나치게 무거운 세금과 비대해진 정부의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나아가 불법시위와 파업이 차단되도록 법 질서를 제대로 세우면 우리 경제가 반드시 다시 살아날 거라 믿는다”고 그는 말한다. 이 구호에 대해 그는 이렇게 풀이한 일이 있다. “자동차 고치는 곳에 가면 이런 글이 크게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칠 하자.’ 이렇게 하면 오래된 차도 새 차처럼 씽씽 달릴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우리 경제에도 이런 구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화 시대 이래 50년 가까이 된 우리 경제도 오래된 자동차 엔진처럼 보링(재생 작업)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의 경쟁자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그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더불어 1960~70년대 사고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정희가 그렇듯이 어쩌면 산업화 시대의 명암도 그에게 자산이자 부채인지도 모른다. 단적으로 지난 4월 증권사 지점장들과 만나 근혜노믹스를 발표한 현장엔 ‘No more Tax(더 이상 세금을 올리지 않는다), No New Tax(더 이상 새로운 세금은 없다)’란 구호가 걸렸다. 조세법률주의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나라에서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이 과세나 증세를 일절 하지 않겠다고 장담하는 것은 어쩐지 무모해 보인다. 박 전 대표는 부자를 어떻게 바라볼까? 포브스코리아가 그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부자 또는 부 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재산이 많다고 해서 부자는 아니죠. 돈이야 의식주를 해결할 만큼만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돈엔 욕심 없어요. 돈이 많아 봤자 저는 물려줄 자식도 없고요. 부자라면 무엇보다 축재의 과정이 깨끗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펴낸 일기 모음 <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 삼아> 에서 그는 “참된 부(富)란 스스로 만족하는 데 있다(1982년 8월 3일 일기)”고 주장했다. 돈에 대해서는 지난 봄 <월간중앙> 과의 인터뷰에서 “필요한 곳에 보람 있게 써야 하는 것이지만 많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답한 일이 있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그러나 정작 지갑엔 몇 만원 정도 들어 있다고 털어놓았다.

부모의 부가 자녀 학력 결정해선 안돼
우리 사회에서 부의 축적이 정당하게 이뤄지려면 어떤 조건들이 갖춰져야 하나요. “우선 부패를 방지하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교육의 기회가 평등해야 돼요. 출발선에서의 평등이죠. 출발선에서 평등이 무너지니까 부가 대물림되고 사람들이 기성의 부가 정당하다고 생각지 않는 겁니다. 지금은 지식이 부가 되는 시대입니다. 그런 만큼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부가 자녀의 학력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규제가 없어져야 합니다.”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그는 가장 좋아하는 외국인이 빌 게이츠라고 답했다. 그 빌게이츠도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마이크로소프트를 일구지 못했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규제 왕국입니다. 규제가 많으면 부정부패가 생기고, 혁신적인 사고도 사장될 수밖에 없어요. 문제는 21세기엔 이런 혁신적인 사고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부를 창출한다는 겁니다.” 박 전 대표는 공급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선호한다. 이 점에서 손학규 전 지사를 비롯한 범여권 주자들과 스탠스가 다르다. 그는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한 입장도 대체로 시장 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움직인다> 는 제목의 자서전을 펴냈다. 이 책의 두 번째 이야기 타이틀은 ‘스물두 살의 퍼스트 레이디’다. ‘가난이 너무 뼈아팠다’는 장엔 아버지 박정희의 검약했던 모습이 나온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퍼스트 레이디로서 일하면서 에어컨을 켠 적이 없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지나가다 쓸데없이 불이 켜져 있으면 반드시 끄고 수돗물도 아껴 썼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처럼 식사 시간이면 보리와 쌀을 섞은 혼합밥을 먹었다. 점심은 멸치 국물에 만 국수나 비빔국수를 즐겼다. 사치스러운 걸 싫어하셨던 부모들처럼 나는 어머니의 유품 중에 쓸 수 있는 것은 깨끗이 손질해 다시 썼다.” 그의 이런 면모는 지금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28일 중국 공산당의 초청으로 중국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베이징(北京)에서의 아침 산책길에 기자들에게 불쑥 그는 내복 얘기를 꺼냈다. 11월 하순 베이징의 아침 날씨는 매서웠다.
200자로 압축한 나의 부자관 재산이 많다고 해서 부자는 아니다. 부자라면 모름지기 돈을 버는 과정이 깨끗해야 한다. 불법 · 탈법으로 부를 축적해서는 존경 받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가진 것을 사회와 나눌 줄 알아야 진짜 부자다.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부자들을 보면 미래에 대한 안목과 혁신적 사고를 갖췄고 이를 바탕으로 부를 축적해 그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존경 받는 부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존경 받는 부자들이 많아져야 사회도 건강해진다.
“저는 겨울이면 내복을 입어요. 내복을 안 입는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돼요.” 모두들 내복을 입으면 겨울철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박 전 대표의 정호성 비서관은 메모광인 이 ‘수첩 공주’의 또 다른 면모를 들려 줬다. “국회 대정부 질문 때 본회의장에서 박 전 대표가 자료집 뒤에 딸린 백지를 뜯어 핸드백에 넣는 모습이 사진기자에게 잡힌 일이 있습니다. 메모지로 재활용하기 위해서였죠. 한번은 삼성동 자택에 심부름 갔다가 서재를 들여다 보니 책상에도 메모지가 많더라고요. 집게로 철한 A4 용지와 그 절반 크기의 메모장이 이면지였습니다.” 그의 자서전엔 퍼스트 레이디 시절 ‘있는 힘껏 아버지를 도와 나라 경제를 안정시키고 싶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개선할 점은 넘치도록 많았다. 특히 소외 계층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일이 시급했다. 나는 그것이 퍼스트 레이디의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했다.” 서울당원간담회 자리에서도 그는 “가난을 몰아내기 위해 밤잠 안 자고 노심초사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자랐고, 가난한 이웃을 돌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가난한 이웃을 돌보면서 그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고 말했다. 여성으로서 그가 펴고 싶어하는 ‘모성(母性) 정치’는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모성 정치의 특성에 대해 이렇게 풀이했다. “어머니는 자애롭고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지만 다른 한편으론강인합니다. 아무리 연약한 어머니도 남편이 죽고 나서 가정을 책임지게 되면 자식이 열이라도 굶기지 않고 다 공부를 시킵니다.” 아버지 못지않게 어머니는 그에게 각별한 존재다. 돈에 대한 그의 관념도 어머니 육영수의 세례를 받았다. “어머니야말로 근검 절약 하는 분이셨죠. 그런 어머니를 보며 자라서일 거예요. 진정한 부자는 부를 과시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나눌 줄 아는 사람이란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습니다.” 그가 포브스코리아에 털어 놓은 어머니에 얽힌 일화. 어린 시절 어머니는 남편의 군복 바지로 멜빵바지를 만들어 그에게 입혔다. 대학 졸업식 날 그는 어머니가 손수 줄인 어머니의 한복을 입었다. 어렸을 때 한 친척이 미국에 다녀오는 길에 장난감을 선물한 일이 있었다. 태엽을 감으면 걸어다니는 신기한 장난감이었다. 삼남매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어머니는 한 걱정을 했다. 다른 집 아이들이 갖고 놀 수 없는 장난감을 가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난해 5월 20일 5 · 31 지방선거 지원 유세 도중 피습을 당한 박 전 대표는 자서전 프롤로그에 ‘이날은 내가 세상에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적었다. 이 글에서 그는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이제부터 내 삶은 나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고 결심했다”고 털어 놓았다. “오로지 국민과 나라만 바라보자는 그 초심만큼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철인 정치를 꿈꾸는 듯한 그가 삶을 대하는 자세는 가히 금욕주의적이다. 정치를 시작하기 5년 전 그는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한나라의 왕이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리면 나라도 자연히 잘 다스려진다. 그리하여 나라가 평안해진다. 한 나라의 소란, 이것은 애당초 왕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중략)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권세가 하늘을 찌를 듯해도 그것을 죽을 때 가져갈 수 없다. 생전에 잃는 경우도 많지만, 죽고 나면 오로지 자기 평생의 행위만이 남는다.” 이상국가의 실현 모델로 플라톤이 주창한 철인 정치는 진리와 선을 아는 소수의 철인이 펴는 정치다. 박근혜의 선의를 받아들이더라도 그가 과연 이 시대 진리의 횃불을 치켜들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재산 명세

집 두 채…시세로 평가하면 30억원대
독신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총 재산은 22억2,037만원이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말 국회의원 재산 변동 사항을 공개했을 때보다 4,500만원이 증가했다. 2005년 말 이후 1년 반 새 10억4,389만원 불어났다. 주로 서울 삼성동에 있는 자택(사진)의 공시가격이 오른 덕이다. 강남 요지인 뉴월드호텔 건너편에 있는 이 집값은 20억2,000만원으로 1년 만에 9억5,819만원 올랐다. 2004년 가을 당 대표 시절 그는 건평 96평의 이 널찍한 2층 양옥으로 당직자와 출입기자들을 초대한 일이 있다. 이 집의 실거래가는 30억원 선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사들인 이 집의 공시가는 그러나 2002년까지는 소폭이나마 오히려 하락했었다. 박 전 대표는 10?6 후 성북동과 장충동의 단독주택을 거쳐 이곳에 정착했다. 신당동에 있었던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저는 박정희 기념사업회에 기증했다. 삼성동 집 말고 그는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아파트(대백맨션)가 한 채 있다. 주민등록상의 주소지다. 지역구를 찾을 때 묵는 숙소로 공시가격은 5,600만원, 국민은행 KB아파트 시세로는 9,350만원이다. 이밖에 임차한 지역구 사무실(임차보증금 4,000만원), 2005년식 체어맨 승용차 등이 그의 주요 재산 목록이다. 예금액은 5,937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자택과 지역구 숙소를 시세로 평가하면 박 전 대표의 재산 총액은 30여억 원으로 늘어난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지난 7월 18일 당의 검증청문회를 앞두고 주민등록 등초본, 재산보유 현황, 납세 · 체납 실적, 소득금액 증명서 등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신상명세 자료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종부세 등으로 3,350여만 원의 세금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지난 3월까지 총 4,520여만 원을 납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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