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에 남자선생님이 안 보인다
양육기술에 대한 편견과 저임금으로 초등학교엔 9%뿐 조지 홀트는 미국 미주리주 세달리아에 있는 허버 헌트 초등학교의 교사다. 지난해 여러 동료 교사로부터 자기 학생들을 좀 지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처음에는 큰 자부심을 느꼈다. 당시 그는 부임한 지 1년밖에 안 된 초임 교사로 보건과 체육과목을 맡았는데 선배들이 자신을 높이 평가했기에 요청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학교를 돌아본 뒤 교사들, 심지어 학부모들이 문제아들을 다루는 학교 프로그램에 ‘친구’가 돼 주기를 원하는 더 단순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이 남성이기 때문이었다. 올해 24세인 홀트는 “학교에서 남자교사는 나와 교장뿐”이라고 말했다. “생활하면서 남자와의 접촉이 전혀 없는 아이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남성의 역할 모델이 절실하다.” 미국 학교에서 남성의 역할 모델을 찾기가 점차 어려워져 간다. 전미교육연합(NEA)에 따르면 남자교사 수는 4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전국의 교사 300만 명 중 남자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초등학교의 경우 한층 심각하다. 남자교사들은 9%에 불과해 1981년의 18%보다 훨씬 줄었다. NEA의 레그 위버 회장은 “학생들이 교실에서 남자교사를 보지 못하면 그들은 교직을 여성의 전담 직업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이 시정되지 않으면 남자교사 부족 현상은 영구히 지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교직의 여성화는 1890년대부터 계속돼 왔다. 교육 당국은 근래 들어 그런 현상이 더 돋보이는 이유는 남학생들의 졸업률이 여학생들보다 낮고 읽기와 쓰기 능력도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성이 교직에 입문해 뿌리 내리기가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다. 초임 연봉이 3만 달러 정도에 불과하고, 초등학교 이하에서는 그보다 더욱 적다.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의 유치원 교사로 연봉이 약 2만5000달러인 버트 티틀(24)은 “현재 나는 미혼이고 자녀도 없지만 나이가 더 들면 교직에 계속 몸담기가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남성이 교직을 택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양육 기술이 결여돼 있다는 생각들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남자교사가 학생들을 친절하게 대하거나 여성다운 면모를 보이면 일부 학부모로부터 동성애자 취급을 당한다. 지난해 가을 미주리주 노스 캔자스시티의 초등학교 1학년 교사 저스틴 스미스는 한 학생의 어머니에게 아이의 핼러윈 축제 의상에 스카프를 매어주겠다고 말했다. 몇 시간 후 교장이 스미스를 호출했다. 학생 어머니가 반을 옮겨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동성애자의 가르침”을 받기 싫다는 이유였다. 유부남인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모욕감을 느꼈지만 흔히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들의 지도를 통해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깨달았다.” 성인인 남자가 어린아이들을 선의로 쓰다듬거나 하면 소아 성애자로 인식된다는 점도 문제다. 미네소타주 오나미아의 유치원에서 30년 가까이 장애아들을 돌봐온 스티브 웨버는 20년 전 심한 장애를 지닌 여자아이를 성추행했다고 고소를 당했다. 아직도 그 일이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다. 아이 어머니의 주장을 두고 진위를 가리던 과정에서 그 어머니는 눈물을 쏟으면서 아이의 성추행자가 실은 자신의 남자친구였다고 털어놓았다. 웨버는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름 끼치는 느낌이었다고 돌이켰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화장실을 이용할 때 혁대나 바지단추 푸는 일에 서툰 아이가 많다. 스미스는 그들을 복도로 나오게 한 뒤 도와준다. “불편하긴 하지만 나도 나 자신을 보호하려니 할 수 없다.” 교육자들은 남자교사들의 부족 현상을 타개하는 새 방법을 모색 중이다. 올여름 인디애나대는 남성과 교육을 논하는 세미나 과정을 개설했다.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 주의회는 100만 달러를 배정해 주 전체에 ‘콜 미 미스터(Call Me MISTER)’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크림슨대에서 흑인 남성을 겨냥해 시작된 교사 모집 프로그램이다. 뉴욕시 맨해튼 커뮤니티 칼리지는 현재 교직 연수과정에 있는 남성의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미주리대(컬럼비아 캠퍼스)의 교육 전문가 로이 폭스는 ‘MEET(초등교육 발전을 위한 남성들)’ 모임을 확장하고 있다. 월별로 만나 연구실적을 의논하고 남자 교사들만의 지도문제를 상호 해결하려는 반향판 역할을 한다. 남자교사들을 위한 홈페이지를 개설한 브라이언 넬슨은 미국 교단의 남성 부재는 학생들의 권리를 빼앗는 일이라고 말했다. 넬슨은 어린이들은 훌륭한 남자교사, 여자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시 홀트 같은 남자교사들은 지역사회의 지원으로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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