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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들의 착취 두고 볼 수 없다”

“방송사들의 착취 두고 볼 수 없다”

새 정부의 언론과 미디어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구상하고 있는 각종 언론정책과 미디어 분야에 깊숙이 조언하고 있는 정병국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을 만났다.


-이명박 당선인께 미디어와 관련한 사항은 직접 보고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17대 국회에 들어와 당 언론특위위원장을 맡았고 한나라당 언론정책 전반을 책임지고 해왔기 때문에 당선인께서도 당에서 만든 국가 기간방송법, 신문법 등을 좀 깊숙이 알고 싶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궁금하신 게 있으면 보고드리는 거죠. ”

-노무현 정부에서 시행한 뉴미디어정책 중 케이블TV를 제외한 위성TV, 위성DMB, 지상파DMB 등이 고사 일보 직전 아닙니까. 새 정부의 방송 경쟁력 제고 방안은 무엇입니까.
“우선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어떻게 하면 언론의 자유를 성장시킬 것인가. 두 번째는 사업적 차원에서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 다음은 상업적 측면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대국민 서비스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에 대한 서비스 향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겁니다. 사실 그동안 여러 가지 뉴미디어가 출현했지만 기존에 만들어진 각종 규제나 법안이 현실성도 뒤떨어지고 오히려 산업적 차원에서 발목만 잡는 경우가 있었단 말이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우선 정부조직법과 연계돼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부터 구성해야 되죠.”

-가장 큰 문제는 뭡니까.
“우선 방송위원회라는 것이 독립적 지위를 갖지 못했잖아요.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우선 방송통신 융합에 관한 법을 만들어야 되고, 그 속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하는데, 우리가 아무리 법을 만들어도 기본적으로 방송통신 융합을 하게 하려면 정통부와 방송위원회가 결합해야 하거든요. 정부 조직을 손대야 한다는 거죠. 그러자면 대통령의 의지가 없으면 안 되지요. 방송과 통신은 가장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고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문제를 안고 있었죠. 그래서 위원회를 만든 거죠. 이거는 단순한 정책적 기관이 아니라 규제도 해야 되고 파업 조정도 해야 되고, 정책도 함께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위원회로 만들어 합의제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그동안 방송위원회에 많은 폐단이 있었죠.
“방송위원회가 법적 보장이 안 돼 말만 독립된 기구지 이쪽저쪽에 막 휘둘렸잖아요. 심지어 김대중 정권 아래서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임명장을 문화관광부 장관한테서 받아온 경우도 있었어요.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런 폐단을 시정하고 헌법을 손보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 대통령 직속 기구로 두면 바람직하겠다는 것이고, 그렇더라도 감사원같이 직무상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된다는 쪽으로 했고, 보장을 제도적으로 강화시키기 위해 5인 위원이 합의제로 하게 했지요. 물론 그중에 2인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3인은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와 국회의장이 협의해 추천할 수 있게 만들었죠.”

-그게 한나라당의 제안 법률 아닙니까.
“그렇죠. 이게 국회를 통과해야 되는데, 저희가 집권당이 됐고 오랜 검토를 했기 때문에 별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정부안으로 대통령 직속 기구로 하는 것을 포함해 국회에 제출했어요. 거기 보면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5인 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는데 그걸 2인으로 바꿨고 독이제로 돼 있던 것도 합의제로 바꿨으니 야당이 반대할 논리가 없을 겁니다.”

-IPTV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형태 아닙니까. 기술적으로는 이미 검증이 끝난 상태지만 실제로 방송과 통신이 융합했을 때 나타날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와 걱정이 많습니다.
“IPTV는 이미 법이 통과됐잖습니까. 4월부터 시행됩니다. 그러면 더 이상 문제가 없는 거죠. 아마 콘텐트 문제를 지적하는 것 같은데 그 문제는 당장 어떻게 하겠다기보다 채널 수가 늘어나게 되면 공급이 뒤따르게 되겠지요. 수요가 없는데 공급원을 먼저 만들어 놓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일단 IPTV라는 새로운 창구가 마련되고 채널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상응한 개발이 이뤄질 거라고 보는 거죠. 물론 콘텐트 개발업자와 사용자 간의 문제점이 지금 상태의 지상파방송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건 잘 압니다. 그건 또 다른 얘기고, 어쨌든 시행은 합니다.”
“방송통신위는 대통령 직속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드리면,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은 한마디로 지상파 3사의 독과점 시장 아닙니까. 케이블, 위성, DMB에 이어 IPTV도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방송, 재재방송하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 못한다는 것이죠. 콘텐트 빈곤에서 오는 거니까요.
“콘텐트의 다양성은 아직 평가도 나오기 전입니다. 과거 지상파 3사의 독과점 우려가 앞으로 IPTV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것이라 보는 건 기우라는 거지요. 오히려 더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의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하게 돼 있고 그 산하에는 민간적 기구로 방송시민위원회가 있습니다. 거기서 다양하게 검토하고 문제점이 나타난다면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심의 기준은 방송입니까, 통신 관련 기준입니까.
“당연히 방송위원회 심의 기준이 되지요. 콘텐트를 전달하는 매개는 통신이지만 전달된 내용은 방송 아닙니까. 일단 시청자가 받는 순간 그건 방송이란 말이에요. 수단을 심의하는 게 아니라 내용을 심의하는 거지요. 통신은 단순한 수단입니다. 그래서 전달된 콘텐트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있는 방송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는 것이고 거기에 민간기구가 구성되죠.”

-인수위를 통해 방송통신위원회 관련자 명단이 언론에 나오는 걸 보면 현장 경험이 없는 정책 부서, 교수들이 거명되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인수위 차원에서 그 부분을 공식적으로 논의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근데 어떻게 명단이 흘러나와요. 새롭게 구성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와 ‘대외 개방’이라는 변화된 환경에 부응하는 전문성을 구비하고 방송의 자율성·독립성을 지킬 역량 있는 인사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원칙입니다.”


-미디어 관련 종사자들은 종합편성 PP(프로그램 공급자)에 대한 관심이 대단합니다. 이것이 허용되면 어느 지상파방송보다 파워가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신문·방송 겸업 허용 방침과 맞물려 종합편성 PP 허용은 제법 일리 있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당 차원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이제는 미디어 간 경계가 불분명해졌죠. 통신과 방송 영역도 불분명해졌고 신문과 통신, 뉴미디어 간 영역도 불분명해졌단 말이죠. 그래서 방송과 신문의 겸업을 허용하자는 게 산업적 차원에서 접근이 되고 있는 것이고요. 언론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런 규제는 풀어줘야 한다는 차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방송을 보면 다공영 1민영 시스템 아닙니까. 말은 1공영 다민영인데 현실은 공영방송이 여러 개 있고 민영방송은 SBS 하나밖에 없는 이상한 구조란 말입니다. 왜곡된 거죠. 이런 구조는 80년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 방송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 놓은 거란 말입니다. 그게 지금까지 온 거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공영도 공영답지 못하고 민영도 민영답지 못하고. 그래서 한나라당은 국가기간방송법을 통해 공영방송은 진정으로 공영방송답게, 민영방송은 진정으로 민영방송답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현재는 공영방송이나 민영방송이나 방송법이라고 하는 같은 잣대를 가지고 운영하다 보니 이상한 문제를 야기하게 돼요. KBS가 공영방송인데 3년마다 재허가 과정을 밟는다? 만약에 재허가에 통과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없애? 말이 안 되는 거지요. 그런데 현실은 똑같은 방송법으로 허가하니 문제가 있는 거죠. 그래서 공영방송은 국가기간방송법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민영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법을 통해 운영하자, 이것이 한나라당의 입장입니다.”

-종합편성 PP와 관련해서는 말씀을 안 했는데….
“종합편성 PP가 도입될 경우 방송 콘텐트의 새로운 유통 창구가 마련돼 수용자 중심의 제작이 활성화될 수 있고,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여론의 다양성이 형성될 수 있죠. 반면 방금 지적한 대로 종합편성 PP의 막대한 영향력으로 기존 방송사업자와 소모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그로 인해 방송 시장의 불균형이 나타나 새로운 독과점 주체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거든요. 그래서 종합편성 PP 도입은 방송사업자 간의 이해관계 조율도 어렵지만 지상파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또 다른 방송의 영향력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에 허용은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KBS 2를 민영화한다는 얘기에 대해서는.
“KBS 2든 MBC든 민영화한다는 소리는 나온 적이 없어요. 다만 국가기간방송법이라는 걸 만들게 되면 그 틀 속에서 논의가 돼야죠. 벌써 무슨 KBS 2를 분리한다? 그런 얘기는 나올 수가 없습니다.”
“방송광고 독과점 체제 깨야”


-지상파방송들이 미디어 시장의 독과점적 지위를 악용해 특히 힘없는 독립 제작사에 대한 횡포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정부에서 외주 제작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편성의 40%를 외주에 맡기기로 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외주 산업은 거의 도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예요. 착취죠, 착취…. 지상파방송들이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프로덕션까지 착취하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반드시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어 지금 심도 있게 검토 중입니다. 지상파뿐만 아니라 케이블방송에서도 마찬가진데 그런 횡포와 착취 때문에 콘텐트 질이 떨어지고 다양성을 잃게 되는 거 아닙니까. 그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겁니다.”

-우리나라에는 국민이 낸 돈으로 운영되는 채널이 너무 많습니다. KTV, 국회방송, 국군방송, 아리랑TV, 과학TV 등등. 이러한 채널이 과연 누구를 위한 방송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참 기막힌 지적인데요. KTV는 존재 목적 등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고 국회방송과 OUN은 나름대로 운용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검토는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국정홍보처의 대표적인 홍보 매체인 KTV는 매년 80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거든요? 근데 국민은 KTV가 있는지도 모르고, 정부 홍보에 대한 관심도 없는 것이 현실이지요.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KTV를 많이 보라고 홍보까지 했겠어요. 이건 정책홍보에 대한 불신, 방송 프로그램의 참신성 결여, 높은 재방률 등이 방송으로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거든요. 아리랑TV와 KBS월드는 설립 취지와 별도로 비슷한 내용을 해외에 방송하는 결과가 됐는데 기능 재조정 등을 통해 국제방송 강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부응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지적하신 방송들을 통합하든지 기능 재편이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방송광고공사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바코(방송광고공사)는 군사정권 아래서 방송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졌죠. 그런데 민주화가 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의가 됐지만 쉽게 손을 보지 못한 것이 코바코 관련 법입니다. 무리한 통제를 통한 ‘나눠주기’식 운영이 방송사의 경쟁력 약화만 가져올 뿐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하지 않는 독과점 체제이기 때문에 경쟁 체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방송사, 광고단체, 학계, 언론계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한꺼번에 다 민영화하는 것은 혼란을 야기해 단계적으로 개혁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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