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올림픽 앞두고 부는 찬바람
여름 올림픽 앞두고 부는 찬바람
중국 정부가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집안청소에 한창이다. 지난 1월 베이징 공안국장 마전촨(馬振川)은 8월의 성대한 행사가 “건전하고 안전한 사회환경”을 제공하리라고 다짐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그는 테러범과 살인범을 체포하고 매춘과 포르노를 추방하며 심지어 “칼, 활, 석궁의 통제를 강화”하는 캠페인에 착수했다. 개막일까지 200일이 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공안이 전투체제에 돌입했다고 당국은 말했다. 올림픽 조직위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그들은 인터폴과 협의하고 호주와 그리스의 올림픽 치안 전문가들과 협의하며, 폭탄 탐지 기술을 수입하고, 공안 400명을 해외로 보내 “세계적 수준의 치안 제공을 목적으로 서구 국가들의 범죄수사와 집단소요 대처법”을 배워 오게 했다고 나온다. 중국 공안이 국내 반대자들을 진압하는 일에는 초보가 아니다. 최근 몇 해 동안 베이징에 몰려온 외국인들 사이의 잠재적 말썽꾼을 포함해 국제적 위협에 초점을 맞추는 일에만 초보일 뿐이다. 중국 관리들은 테러를 최대 위협으로 선포하고 올림픽 사례 37건을 연구했다. 뮌헨 참사(1972년)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미국이 주도한 모스크바 올림픽(1980년) 보이콧 등이었다. 로버트 뮬러 FBI 국장은 최근 베이징을 방문해 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치안 강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표적은 알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무장세력(중국 서북부의 동투르키스탄 독립운동 포함)만이 아니다. 당국은 외국 운동가들이 올림픽이라는 호기를 틈타 눈에 띄는 항의시위를 벌이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데도 열심이다. 언론자유나 티베트 독립을 부르짖는 운동가들이 이미 중국에서 올림픽을 빗대 시위를 벌였다. 수단이나 미얀마 정권과 중국 정부의 관계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번 올림픽을 “학살 올림픽”이라 부르면서 보이콧을 촉구했다. 그들이 8월의 국제적 관심에 편승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그 대응책으로 중국 정부는 올림픽의 “정치화”를 비난하면서 불법시위에는 강력 대처하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올림픽을 앞둔 집안청소에 중국이 처음은 아니다. 예컨대 1988년 한국 정부는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서구 관광객들의 눈치를 보느라 보신탕집을 단속했다. 다만 중국의 집안청소는 전례 없는 대규모다. 당국은 최근 반체제 인사 왕구이린 (王桂林, “우리는 올림픽이 아니라 인권이 필요하다”)에게 18개월 재교육이라는 노동형을 내렸다. 뉴스위크가 지난해 12월 20일 만난 에이즈 운동가 후자(胡佳)는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이미지 순화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올림픽만 아니었다면 나는 감옥에 갇혔다”고 후는 말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그는 “전복 기도” 혐의로 투옥됐다. 이번 탄압은 많은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지로 놀라운 일이다. 이들은 방만한 법 집행과 부패 공무원들에게 익숙하다. 덕분에 베이징 생활에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같은 어두운 분위기가 있다. 근년에는 부패 경찰관을 낀 불법 비자산업이 발전해 미국인 원고 정리자, 필리핀인 보모, 러시아나 아프리카 무역상(마약 밀매꾼과 매춘부 포함) 등 비공식 일자리를 찾는 온갖 외국인에게 국경선이 열렸다. 지난해 8월 중국 공안은 불법 취업비자 영업에 철퇴를 가하고 체류기한을 넘긴 외국인을 검거하면서 방향전환을 예고했다. 지난해 9월 베이징 산리툰(三里屯)의 외국인 주점가에서 한 호주인이 외견상 약물과용으로 숨진 사건이 일어난 뒤 캠페인이 강화됐다. 검은색 복장에 몽둥이를 휘두르는 괴청년들이 공안과 함께 외국인 마약 밀매꾼들이 자주 들르는 업소들을 기습했다. 한 군데서는 이들이 흑인 수십 명을 구타하고 여권이나 유효한 비자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당수를 검거했다. 그레나다 대사의 아들도 포함됐다. 구경하던 서구인들(일부는 휴대전화로 찍은 상반신 사진들을 삭제해야 했다)은 경악했다. 동남아 출신 보모들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외교관들은 해명을 요구했다. 당국자들은 외국인이 집안일을 도와주는 일에 종사하지 못한다는 법을 준수할 뿐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때문에 우리 외국인들이 몽땅 쫓겨난다”고 한 서구인이 말했다. 그는 최근 비자를 갱신하러 암시장에 갔다가 “중국이 올림픽 기간에는 외국인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8월 1일 이후로의 연장은 안 된다는 소리만 들었다. 마 공안국장은 행사준비 덕분에 정부가 “치안력을 재정비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올림픽 폐막과 함께 끝나지는 않는다”고 그는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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