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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스키 타러 부산 오이~소”

[COMPANY] “스키 타러 부산 오이~소”

▶ 1952년 생, 74년 영남대 졸업 80년 하성극장 대표, 83년 하성필름 대표 95년 슬로바키아 명예대사 2000년~ 스포츠랜드 대표 2006년~ 부산상공회의소 상임의원

시드니처럼 부산도 눈이 귀한 곳이다. 부산도 시드니처럼 실내 스키장이 성업할 여건을 갖춘 셈이다.
2월 14일 오전 10시30분, 부산 황령산에 있는 실내 스키장 스노우캐슬에 300명이 넘는 꼬마 손님들이 나타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썰매를 타러 온 아이들은 한껏 들떠 있었다. 스노우캐슬을 운영하는 스포츠랜드의 하성희(56) 회장은 “오늘 하루만 5곳이 넘는 어린이집에서 찾아왔다”며 “내가 어릴 적 부산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10월 10일 문을 연 스노우캐슬이 부산에서 커다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부산 인근의 어린이집뿐 아니라 부산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이미 봄소풍 문의를 해온 상태다. 동성초교는 아예 스키부를 만들었다. 중·고등학교 선생님들도 이곳을 찾고 있다. 소풍 장소로 적당한지, 교과목에 스키나 스노보드를 넣을 수 있을지 둘러보기 위해서다. 주말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찾아온 어린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서울·경기 지역에 있는 대학의 스키부에서 여름 훈련 장소로 사용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하 회장은 전했다. 첫 달에 2억6000만원을 기록한 매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스노우캐슬은 11월에는 4억원, 12월에는 7억원, 지난 1월에는 8억9000만원을 벌어들였다. 하 회장은 “스노우캐슬의 한 달 운영비는 인건비를 다 합쳐도 3억원이어서 첫 달만 빼고는 계속 흑자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하 회장은 여기에 실내 스키장의 가장 큰 대목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며 사업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6~9월에는 전국에서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부산을 찾습니다. 주요 관광회사와 손을 잡고 이들이 스노우캐슬을 꼭 한번씩 들르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낮엔 해수욕을 하고 저녁엔 스키를 즐기자’는 것이지요.” 스스로 몽상가라고 표현하는 하 회장은 부산에서 잘나가는 영화 수입업자였다. 그가 수입한 영화 가운데에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모차르트의 인생을 다룬 <아마데우스> 가 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대기업들이 직접 나서서 영화를 수입하기 시작하자 중소업자로서 버틸 방법이 없었다.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는 업종 가운데 중소기업이 잘해낼 수 있는 사업을 찾아 고심했습니다.” 98년 영화 수입 사업을 접은 하 회장은 지인의 초대로 호주를 방문했다. 그는 시드니에서 사람으로 가득 찬 실내 스키장을 방문하고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하 회장 자신의 고향 부산도 시드니와 마찬가지로 눈 구경하기 힘든 곳이다. 부산에서 스키를 타려면 자동차로 적어도 3~4시간은 가야 한다. 여기에 하 회장은 한국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스키 인구가 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퇴근 후 3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에 한두 시간 가볍게 스키와 보드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준비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내 스키장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하 회장은 전 세계를 돌며 최고의 실내 스키장 관련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영화를 수입하며 유럽 영화계에 아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스키 관련 회사에 저를 소개해 줬습니다. 여기에 슬로바키아 명예대사라는 제 직책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 덕에 유럽 최고의 제설, 냉방, 스키장 운영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 관련 기술과 스키장 운영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지요.” 2000년부터 준비를 시작했지만 진행 속도는 매우 느렸다. 국내에 전례가 없는 시설이라 보니 인허가가 늦어진 것이다. 10년간 해외에서만 세 곳에서 투자를 받아왔지만, 건설 허가가 늦게 나는 바람에 취소된 적도 있다. 하지만 하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사업을 진행해 나갔다. 그리고 2004년에는 결국 실내 스키장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를 모두 따낸 다음 산은캐피탈에서 자금을 유치해 공사를 시작했다. “부산에서 스키장은 무조건 안 된다는 사람부터 여자라서 사업 감각이 떨어진다는 말까지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공사를 무사히 마치고 문을 연 스키장에 고객들이 몰려오자 이런 목소리들이 쑥 들어가더군요.” 하 회장이 고생 끝에 만들어 놓은 스노우캐슬은 약 10만㎡의 대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길이 276m, 폭 40m의 동양 최대 크기의 슬로프가 있다. 그가 독일에서 들여온 최신식 제설기는 두바이의 실내 스키장보다 질이 더 좋은 눈을 만들어낸다. 하 회장은 “토지 가격을 제외하고 순수 공사비만 980억원이 들어간 명품 실내 스키장이다. 온 가족이 즐기는 아시아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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