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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나가고 ‘민간’ 들어오나

‘모피아’ 나가고 ‘민간’ 들어오나

▶정부의 금융공기업 물갈이가 본격화하면서 교체가 유력시되는 자리에는 벌써부터 후임 하마평이 무성하다. 사진은 산업은행·우리금융 등의 기관장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이팔성 서울시향 사장과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 금융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강도 높은 인적 쇄신 작업으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 방침대로 총선 이후 대다수 금융공기업 기관장은 사의를 표명하고 재신임을 기다리고 있다. 산업은행, 우리금융 등 일부 금융공기업의 경우 벌써부터 후임 하마평이 무성하다.
지난 4월 12일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를 시작으로 사표를 제출하거나 사의를 표명하는 금융공기업 기관장이 잇따르고 있다. 16일 현재 정부에 사표를 냈거나 사의를 표명한 금융공기업 기관장은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 윤용로 기업은행장, 한이헌 기술보증기금 사장,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사장,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조성익 증권예탁원 사장,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대통령이 임면권을 가진 금융공기업 기관장 대부분이 재신임 심판대에 오른 셈이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유재한 전 사장의 총선 출마로 기관장이 공석인 상태다. 또 양천식 수출입은행장이나 홍석주 한국투자공사 사장도 조만간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태풍은 금융공기업뿐 아니라 정부가 주주로 있거나 입김을 발휘할 수 있는 금융공기업 자회사 및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 증권유관기관까지 휩쓸고 있다. 금융공기업 자회사의 경우 산업은행,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등의 자회사인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기은캐피탈, 기보캐피탈 등 10여 개사가 재신임 사정권에 있다는 분석이다. 감독당국 고위관계자는 “금융공기업 인적 쇄신의 핵심은 ‘코드’다. 하물며 모회사의 CEO가 바뀌는데 자회사의 대표들이라고 온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즉 금융공기업 기관장의 재신임 여부에 자회사 임원들의 거취도 결정되는 인사 도미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로는 우리금융과 자회사인 우리은행·광주은행·경남은행이 재신임 대상으로 이미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과 박해춘 우리은행장 중 한 명은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경우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 자회사 CEO들의 거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선물거래소·증권금융·코스콤(옛 증권전산) 등 증권유관기관도 재신임 대상이긴 마찬가지다. 이들 증권유관기관은 정부가 주인은 아니지만 과거부터 정부 입김이 강한 곳으로 지금까지 재정경제부 출신들이 기관장을 도맡아 왔다. 현재 증권선물거래소 이정환 이사장, 증권금융 이두형 사장, 코스콤 이종규 사장 등 모두가 재경부 출신이다. 증권유관기관 관계자는 “직접적인 사퇴 압박은 없지만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라며 “감사원 감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또 한번 인사 바람이 불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공기업 물갈이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누가 살아남고 옷을 벗을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사상 최대의 인사 교체가 가능한데다 이에 따른 후속 인사 파장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천식·윤용로 행장은 유임 쪽에 무게
금융권 한 CEO는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 흘러나오는 물갈이 기준들을 종합해보면 적어도 금융공기업 기관장 중 절반이 교체되는 사상 유례없는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관장이나 CEO 교체 이후 후속 인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관련 금융공기업은 장기간 경영공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금융공기업 물갈이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과거 정권의 코드 인사, 전문성 여부, 경영 실적, 잔여 임기 등이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금융공기업 기관장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임명됐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낙하산 인사 등 과거 정권의 코드 인사가 우선 퇴출 대상인 셈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물갈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사표를 제출했다고 모두가 퇴출 대상은 아니며 경영실적, 전문성 등 공정한 기준에 의해 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재신임 기준에 따라 현재 교체가 유력한 기관장으로는 김창록 총재(산업은행), 박병원 회장(우리금융), 한이헌 사장(기술보증기금), 김규복 사장(신용보증기금) 등이 꼽히고 있다. 한이헌 사장이나 김규복 사장은 이미 사의를 표명한데다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여서 교체가 확실시된다. 또 산업은행, 우리금융 등은 과거 정권의 코드 인사로 분류돼 재선임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천식 행장(수출입은행), 윤용로 행장(기업은행), 박대동 사장(예금보험공사), 이철휘 사장(자산관리공사), 홍석주 사장(한국투자공사) 등은 아직 잔여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아 있어 사퇴 사정권에는 들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와 정부의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2~3명가량은 옷을 벗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증권유관기관 중에서는 이정환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조성익 증권예탁원 사장이 교체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두 기관장 모두 임기가 많이 남아 있지만 지난달 감사원 감사 결과 과다한 골프 접대비 지출, 인사 채용 비리 등 경영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정환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공기업 A임원은 “금융공기업 기관장들 중 과거 정부 출신 인사들이 아닌 사람이 있겠느냐”며 “모두가 물갈이 기준에 걸리는 상태라 누구도 안심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공기업 기관장 교체 대상자 명단은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확정될 예정이다. 교체가 유력한 금융공기업의 경우 벌써부터 빈자리를 채울 후보들에 대한 이름이 거론되는 등 하마평이 무성하다. 특징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들이 대부분 민간 출신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금융공기업 경영 혁신을 위해 국내외 민간 인사들을 우선 선임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 총재에는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손성원 전 LA한미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산업은행 민영화와 대형 투자은행화를 위해서는 국제 금융에 밝은 금융전문가를 뽑아야 한다는 중론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은행 민영화와 투자은행화를 위해서는 민간 출신 금융전문가가 적합하다”며 “재신임 이후 그에 걸맞은 인사를 뽑기 위해 국내외 모든 인사 파일을 검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회장에는 이팔성 서울시립교향악단 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팔성 사장은 우리은행(옛 한일은행) 출신으로 은행은 물론 증권까지 두루 경험을 가지고 있는 금융전문가다. 2004년 우리증권 대표는 끝으로 금융권을 떠났던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사장 공모가 진행 중인 주택금융공사 사장에는 박재환 부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은 민간 인사를 중심으로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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