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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빼고 다 바꾼 럭셔리 세단

이름 빼고 다 바꾼 럭셔리 세단

인도의 타타그룹으로 넘어간 재규어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미래형 디자인에 첨단과 전통의 조화, 그리고 확 넓어진 실내 등이 특징이다.
영국 귀족을 대표하는 엘레강스 세단으로 손꼽히는 재규어는 1990년대 이후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어 왔다. 80년대 말에 포드로 넘어갔던 재규어는 지난 3월에 인도의 가장 큰 재벌 기업인 타타그룹에 팔렸다. 재규어는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인수를 저울질하기도 했다. 당시 정의선 부사장을 중심으로 소장파들은 재규어의 럭셔리 세일즈와 마케팅,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V8 엔진(터보 차저 포함)이 탐이 났다. 당시 인수 예상 가격은 2조원선으로 타타에 팔린 2조6000억원과 비슷했다. 영국 귀족차로 이름을 날린 재규어의 매력은 무엇일까. BMW처럼 빠르지 않고 그렇다고 벤츠처럼 중후하지도 않다. 하지만 재규어에는 이들 차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브리티시 엘레강스’란 품위가 있다. 긴 선을 중심으로 낮은 차체의 날렵한 디자인은 재규어의 품위에 고성능이란 이미지를 안겨 줬다. 재규어는 특히 통상 5년마다 바뀌는 모델 체인지 때도 기존의 디자인을 고수한 경우가 많았다.

미래형 디자인으로 재탄생 = 소형 대중차와 트럭을 주로 만드는 타타가 4월에 새로운 재규어 모델인 세단 XF를 선보였다. 중형차인 S-타입 후속으로 등장한 XF는 재규어의 앞날을 점칠 대단히 중요한 모델이다. 디자인부터 실내 인테리어, 성능까지 새로운 재규어를 알리기에 손색이 없다. 2004년 개발된 컨셉트카 ‘C-XF’의 양산형 모델인 이 차는 첫 눈에 미래 감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파격의 디자인이라고 할까.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직전 공개된 뉴 XF의 제원과 사진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어떻게 재규어가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하는 탄식과 감탄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스포츠 쿠페 스타일의 5인승 세단인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은 디자인이다. BMW의 크리스 뱅글, 아우디·폴크스바겐의 발터 드 실바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재규어의 이언 컬럼의 손길이 녹아 있다. 쿠페를 연상시키는 유선형 실루엣은 이언 컬럼의 명작 뉴 XK 스포츠카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외관 디자인은 풀숲의 재규어가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듯 웅크린 자세를 연상케 한다. 이 안에는 강한 에너지가 함축된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XF는 특히 유선형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이는 시속 200km 이상에서 차체가 뜨는 것을 막아준다. 차를 아래로 눌러주는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재규어코리아 이동훈 상무는 “XF의 고속 안정성은 XJ 슈퍼카보다 뛰어나다”며 “공기저항계수도 역대 재규어 가운데 가장 좋은 0.29로 고속 주행에서 동급 스포츠 세단 가운데 경쟁자를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재규어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디자인에 선행 기술이 여럿 추가된 XF는 스포츠카로서 다이내믹한 주행성능뿐 아니라 널찍한 실내 공간으로 레저용 세단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가장 치열한 수입차 시장인 럭셔리 중형차 시장을 뒤흔들 ‘돌아온 장고’라고 할까.

▶첨단과 전통이 조화를 이룬 실내에서는 로터리 형태의 기어 레버(아래 사진)가 특히 눈에 띈다.



실내를 확 바꾼 로터리 변속기 = 실내는 첨단과 전통이 조화롭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는 미래형 차를 타는 느낌을 준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로터리 형태로 된 기어 레버가 위로 솟아 올라온다. 손바닥에 쏙 들어오게끔 디자인했다. 이 원형의 레버를 좌우로 돌리면 P, R, N, D, S(시퀀셜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마치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에 달린 로터리 형태의 운행 조절 장치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 장치는 눈길, 모래, 산길 등을 레버를 돌려 모드를 선택한다. BMW가 2002년 7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운전석을 넓히기 위해 기존 센터펜시아에서 연결되는 기어 박스가 아닌 운전대에 조그맣게 달린 새로운 개념의 변속 레버를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기존 변속기와 달라 골프장이나 호텔에서 전문 강사들이 나가 교육을 하는 등 사용이 불편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내 경쟁사 차량에까지 이 변속기가 보급됐다. 로터리 형태의 재규어 XF 변속기는 즉각적인 기어 변속이 가능할 뿐 아니라 크기가 작아 실내 공간을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영국차의 전통을 느끼게 하는 고급스런 원목과 가죽은 우아한 실내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 알루미늄을 적절히 사용해 모던함도 더했다. 이밖에 i포드(Pod)와 또 다른 MP3를 위한 단자를 마련해 정보기술(IT) 제품을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사각지대의 물체를 알려주는 BSM(Blind Spot Monitor)도 재규어에 처음 달았다. 또 하나의 신기술인 재규어 센서에는 터치스크린 형태의 동작 센서가 달려 있다. 손으로 터치만 하면 간단하게 콘솔 라이트가 점등되고 글로브 박스가 열린다. 운전자와 차량의 인터페이스를 손쉽게 소화한 장치다.

경제적인 디젤, 포르셰 뺨치는 성능 = XF 2.7 디젤은 최고 출력207마력/4000rpm(엔진 회전수), 최대 토크는 4.4Kg.m/1900rpm을 낸다. 공인 연비는 1ℓ당 12.2km에 달한다. 이 엔진은 프랑스 푸조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재규어 S-타입에 달아 이미 정숙성과 가속 성능을 인정받았다. 슈퍼 차저 엔진을 단 최고급 XF SV8 모델은 최고 출력이 420마력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이 5.4초로 포르셰 등 정통 스포츠 세단과 맞먹는 주행성능을 보인다. 또 이 차에는 스포츠카 XK에서 기술력을 검증받은 시퀀셜 시프트(Jaguar Sequential Shift)뿐 아니라 ‘시프트-바이-와이어(shift-by-wire)’란 변속기를 처음으로 달았다. 기존 수동 변속기의 변속 신호를 전자 명령신호로 바꿔 신속하고 부드러운 기어 변속을 가능하게 한다.

넓어진 실내 공간 = 재규어는 항상 ‘차체에 비해 실내 공간이 작다’는 지적을 받았다. XF에는 이름만 빼고 모두 바꾼 것처럼 실내 공간도 동급 최고를 지향했다. 크기(전장×전폭×휠베이스)는 각각 4961×1877×2909mm로 경쟁 차종인 아우디 A6, BMW 5 시리즈, 메르세데스 E클래스보다 조금씩 크다. 타이어도 우람함을 느낄 수 있도록 17인치를 기본으로 최고급 SV8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20인치를 달았다. 성인 네 명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는 넉넉한 실내 공간과 골프 가방 세 개를 넉넉히 넣을 수 있는 540ℓ에 달하는 트렁크 적재공간도 장점이다. 실내에는 세계적인 명품 오디오 브랜드인 B&W(Bowers & Wilkins)가 XF만을 위해 맞춤설계한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가격은 7290만(2.7D 럭셔리)~1억2700만원(SV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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