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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어렵기로 소문난 박사과정 입학시험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상위권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부분적으론 대학 역사상 최고 점수를 얻었다. 그 우수한 학생들이 미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상할 게 없었다. 아시아인 유학생들이 미국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건 흔하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관계자들이 놀란 점은 그 학생들의 대다수가 특정 국가의 특정 대학 출신이라는 사실이었다. 바로 이란의 샤리프 과학기술대학이다. 스탠퍼드대는 샤리프대 졸업생들이 특히 선호하는 대학이다.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책임자였던 브루스 A 울리의 설명에 따르면 오늘날 샤리프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공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같은 반열에 있는 대학들로는 미국의 MIT, 칼텍, 스탠퍼드, 그리고 중국의 칭화대와 영국의 케임브리지대를 꼽을 수 있다. 이란은 그동안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선동적인 발언이나 핵 개발을 둘러싼 미국과의 대결로 언론 머리기사를 장식해 왔다. 이에 비해 이란 학생들은 과학 분야의 수퍼스타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샤리프대는 그 대표적인 경우다. 스탠퍼드대 관계자들만 그들을 주목하는 게 아니다. 유학비자 발급 규정이 까다롭지 않은 캐나다와 호주의 대학들은 이란 유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 캐나다는 1985년 이래 이란 유학생 수가 240% 늘었다. 호주도 지난 5년간 5배 늘어 약 1500명의 이란 유학생이 있다. 샤리프대를 비롯해 테헤란 대학과 이스파한 공과대학 같은 이란의 일류대학들은 국제과학올림픽에서도 실력이 두드러진다. 물리학·수학·화학·로봇공학 분야에서 각종 상(賞)을 조국에 안겨준다. 이런 학구적 성공을 증명하듯, 이란의 이스파한 시당국은 최근 국제물리학올림피아드를 주최했다. 다른 중동 국가들은 누려보지 못한 영예다. 주변국들엔 이란의 대학들처럼 우수한 교수진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의 정보기술(IT) 회사들도 이란 학생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구글과 야후 등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현재 수백 명의 이란 대학 졸업자를 고용하고 있다. 서부 지역의 연구소들도 마찬가지다. 올림피아드 입상자들은 우선 영입 대상이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그들 중 약 90%는 이란을 떠나 외국 대학원이나 직장에 들어간다. 이란 학생들, 특히 샤리프대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한 이유는 뭘까? 이란은 만성적 인플레이션, 정체된 임금, 무기력한 민간 부문 등 많은 문제에 시달린다. 경제 사정이 안 좋은 데다 당국의 규제환경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들은 간신히 생계를 유지한다. 봉급이 적기 때문에 일부 교수는 택시 운전이나 소규모 장사 같은 부업을 할 수밖에 없다. 국제 경제제재도 이란인의 생활을 힘들게 만든다. 그래서 예컨대 과학 기자재의 수입이 늦어지거나 국제적 고립이 심화된다. 최근까지도 이란인들에겐 저명한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발행물에 논문 게재가 허용되지 않았다. 이란인들은 또 서방세계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가를 위해 비자를 신청할 때 자주 거부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그러나 샤리프대 등 이란의 일류 과학·기술 분야 대학들은 계속 번창한다. 1997년 샤리프대를 졸업해 현재 뉴욕에서 교수 생활을 하는 마무드 만수리는 그 까닭을 이란 학부모들의 성향에서도 찾는다. 이란의 부모들이 법학 등 다른 분야를 기피하고 오로지 의학이나 공학 분야로만 자녀들을 밀어 넣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샤리프대학의 엄격한 학생 선발 과정도 한몫한다. 이란에선 매년 약 150만 명의 고등학생이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른다. 물론 그중 10% 정도만 일류 국립대에 진학한다. 그리고 상위 1%는 대개 과학 분야를 선택해 샤리프대 같은 일류대학에 진학한다. 만수리 교수는 “입학 시험이 까다롭다 보니 샤리프 같은 일류대학들엔 가장 우수하고 향학열이 강하며 성실한 학생들이 모이게 마련이다”고 설명했다. 샤리프대 교수진도 우수하다. 이 대학은 1965년 일류 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하라는 국왕의 지시로 세워졌다. 교과과정은 미 MIT 교수진의 지도로 편성됐다. 샤리프대의 현 교수진은 상당수가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다(국제교육연구소[IIE]에 따르면 국왕이 통치하던 시절 이란인들은 미국 대학들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샤리프대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과학을 중시하는 이란의 고등학교 시스템에 있다. 이란 고교생들은 미국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야 배우는 과목들을 공부한다. 이처럼 고등교육 과목을 미리 가르치는 전통은 대학 학부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만수리 같은 사람들은 미국 대학들이 대학원생들에게만 제공하는 교과과정을 이란의 학부 과정에서 이수했다. 샤리프대 졸업자 중 몇 사람은 또 다른 강력한 동기부여 요인을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람은 “이란에서 살면서 온갖 좌절을 겪다 보면 외국으로 나가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다. 그럴 경우 책과 공부는 더 나은 삶을 향한 항공권이다”고 말했다. “공부는 단순한 공부가 아니다. 집념이 된다. 그래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수업 시간 전까지 몇 시간이라도 더 공부하게 된다.” 이란의 성공은 곧 이란의 비극이기도 하다. 대학생들의 꿈은 오로지 졸업하자마자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외국의 대학들과 IT 기업들엔 이득이지만, 이란 입장에선 심각한 두뇌유출이다. 이란에는 대졸자들이 만족할 만한 고급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라민 파르자드 라드는 말한다. 샤리프대 97년 졸업자인 그는 현재 실리콘밸리 회사인 아콴티아의 중역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이란에 남아 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은 회사 수익의 일부를 요구하거나 불필요한 장애물을 만드는 부패한 공무원들 때문에 좌절감을 느낀다. 그래서 서방세계로 진출하지 못한 이란인 중 상당수는 페르시아만의 항구도시 두바이로 향한다.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한 샤리프대 졸업자는 “이곳에서는 내가 받은 교육을 제대로 평가해 준다. 우리는 자유를 누리며 성공할 수 있다. 이란에선 모든 게 봉쇄된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런 좌절감은 이란의 미래엔 불길한 징조다. 이란이 지난 몇 년간 우수한 학생들을 놀랄 만큼 많이 배출한 건 사실이다. 또 이란의 역사는 위대한 업적으로 가득 차 있다. 예컨대 아비켄나(이븐 시나로 불리기도 한다)는 중세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였다. 9세기의 무하마드 알 크와리즈미는 수학 알고리즘(컴퓨터 과학의 토대)을 발명했다. 오마르 카이암은 저명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다. 이란 사람들로서는 자랑할 만한 유산이다. 그러나 이 이슬람 공화국이 이른 시일 안에 진행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 모든 찬란한 역사와 잠재력이 사장될지도 모른다. [필자 MOLAVI는 이란에 거주하면서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 통신에 기고한다. 저서로 ‘이란의 영혼(The Soul of Iran)’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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