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 브랜드로 ‘주얼리 로드’ 개척
고유 브랜드로 ‘주얼리 로드’ 개척
올해 개장할 예정인 칭다오국제공예품성 2기 뒤편으로 칭다오의 생산공장들이 보인다. |
'홍콩 브랜드 주대생, 주생생과 한국의 보석 제품은 품질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한국 제품이 월등하죠. 그런데….”칭다오 보석상 애벽(愛碧)의 한 중국인 점원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를 의식한 탓일까? 침묵은 5분여 계속됐다.
‘괜찮다’는 기자의 거듭된 성화에 말문을 어렵게 열었다.“칭다오에 있는 한국 보석업체들은 내세울 만한 브랜드가 없습니다.” 그렇다. 칭다오에 진출한 익산 보석상들은 큰 약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 대륙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주대생, 주생생 같은 히트 브랜드가 없다. 지금까지 칭다오에 진출한 익산 보석상은 30여 개.
하지만 독자 브랜드를 가지고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한 곳은 제모피아(온니유), 에스겔(루카스)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익산 보석상은 수출업체이자 주문자 위탁생산업체(OEM)다. 익산 보석상에서 제조했어도 일본 A사가 주문하면 A사 브랜드가 된다. 귀금속 등 소상품 유통업체 칭다오성문그룹(靑島盛文集團) 안현국 총경리가 아쉬워하는 대목도 이것이다.
중국 보석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 보석상들은 내수시장 공략에 소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정부기관 주보옥석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국 보석시장은 연 평균 17.80%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07년 말 현재 200억 달러(26조원)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보석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독자 브랜드를 유통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안 총경리는 “한국 제품은 품질, 디자인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중국인들 반응도 비슷하다. 칭다오의 상업보행가거리 ‘타이둥(台東)’에서 만난 왕샤오핑(王小萍·여·24)은 “중국 사람들은 원래 18K 보석을 좋아했다”며 “하지만 최근엔 14K, 10K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한국 드라마에서 나온 아기자기한 제품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왕샤오핑은 한국 가수 비와 송혜교씨를 좋아한다고 했다. 한류 열풍이 칭다오에서도 느껴진다. 또 다른 중국인 자오민(趙敏·여·30)도 “한국산 보석은 디자인이 화려하면서도 마무리가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그는 한류스타 최지우씨가 드라마 속에서 끼었던 반지가 탐난다고 했다.
이런 중국인의 마음을 읽어서인지, 익산 보석상들은 칭다오성문그룹과 공동으로 독자 브랜드 론칭 작업에 한창이다. 브랜드 이름도 정했다. 국운이 번창하고 태평한 시대(盛世)의 문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성문(盛文)’이 그것이다. 이는 통합 브랜드다. 칭다오성문그룹과 계약만 맺으면 익산 보석상이 만드는 보석은 모두 ‘성문’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기존에 있었던 독자 브랜드, 가령 온니유(제모피아), 루카스(에스겔)는 성문의 하위 브랜드가 된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아리따움’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토털브랜드 아리따움은 라네즈, 마몽드, 해피바쓰 등 다양한 브랜드의 어머니 격이다. 익산 보석상의 오픈 브랜드인 ‘성문’의 론칭 작업은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칭다오성문그룹은 2007년 7월 서부 최대 도시 충칭(重慶) 성세금원에 통합 브랜드 ‘성문’을 내세워 입점했다. 성세금원은 중국 서부의 최대 쇼핑몰로, 매장이 5000개에 달한다. 올 3월엔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빅토리아 백화점, 베이징(北京) 바이성 백화점에도 입점할 계획이다.
점포 규모는 각각 33㎡, 50㎡로 총 17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칭다오를 중심축으로 충칭(서부), 베이징(수도), 네이멍구를 잇는 보석 상권을 만들겠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이를테면 익산 보석상들의 ‘주얼리 로드’다. 안현국 총경리는 “충칭 성세금원에서 성문 브랜드의 인기가 상당해 좋다”며 “네이멍구 자치구, 베이징 백화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 연 1억 위안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유 브랜드 성문으로 중국 대륙을 담금질할 준비를 마친 익산 보석상들, 이들의 야심 찬 도전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주목된다.
보석의 메카로 거듭나는 칭다오 칭다오성문그룹은 2007년 3월 28일 3억 위안(573억원)을 투자해 칭다오국제공예품성(靑島國際工藝品城) 1기를 만들었다. 건축면적 9만8939㎡에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의 이 공예품성엔 약 600개 귀금속 및 액세서리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이곳은 일종의 숍 개념으로 외국 바이어들이 주로 찾는다. 올해 개장할 예정인 칭다오국제공예품성 2기는 전문 도소매상가로 만들어졌다. 건축면적 4만6027㎡에 지상 8층 규모의 이 공예품성엔 귀금속 전문매장과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지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프로젝트는 청양취 정부의 사업승인을 받고 기초설계를 하고 있는 칭다오국제공예품성 3기다. ‘신세계산업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 공예품성은 중국 최대, 세계 제1의 귀금속 메카로 조성되고 있다. 총 규모는 66만5082㎡로 한국 에버랜드(14만8000㎡)보다 4.5배 크다. 한창우 칭다오성문그룹 부총재는 “칭다오를 광저우(廣州), 이우(義烏) 못지않은 세계적인 귀금속 유통단지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중국인들이 칭다오 하면 보석, 보석 하면 한국을 떠올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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