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거품 때 해외시장 개척해 승부수”
![]() ![]() 슈프리마는 공공부문을 더욱 확대해 2012년 1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뛴다. |
슈프리마는 끊임없이 최상의 값에 가까워진다는 뜻의 수학 용어다. 기술력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지문인식 솔루션 전문기업 슈프리마의 기업정신이 그대로 담긴 이름이다. 멈춤 없이 기술을 개발해 항상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다. 히든 챔피언 ㈜슈프리마의 창업은 일견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00년 4월 서울대 출신 박사들이 대기업과 국책연구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걷어치우고 모험에 나섰다. 당장 주머니가 넉넉지 않아도 기술력만큼은 어디 내놔도 손색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잘나가는’ 연구원으로 차세대 지능형 자동차를 연구하던 이재원(41) 슈프리마 대표이사는 IMF 구제금융 이후 삼성자동차가 매각되면서 갑자기 연구의 근거를 잃게 됐다.
“내 앞길을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해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마침 벤처붐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자동차 연구에서 힌트를 얻은) 의료용 로봇이나 나노시스템 같은 쪽으로 나가면 연구도 재미있고 투자도 쉽게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뜻이 맞는 동료와 후배들을 불러모아 창업에 나섰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재미있는 연구주제라고 생각했던 사업 아이템은 시장 자체도 없었고 응용분야도 뚜렷하지 않았다. 기술자에게 시장은 냉혹했다. 남들은 쉽게 받는 듯했던 벤처투자였지만 슈프리마엔 예외였다. 그래서 “한 1년은 어떻게 먹고살까를 고민하며 보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창업멤버 다섯 명은 다른 기업의 기술을 대신 개발해 주고 용역비를 받아가며 연명했다.
그러던 2001년 한 회사가 지문인식 알고리즘이라는 핵심기술을 개발해 주겠느냐고 물어왔다. 아이디어는 훌륭하지만 시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과거의 실수를 거울삼아 지문인식의 시장성을 가장 먼저 고민했다. 첨단기술의 정보화사회에서 보안만큼 주목 받는 주제도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
당연히 사업성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직접 기술의 우위성을 느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다시 말해 복잡한 기술을 이해하지 않고도 지문을 갖다 댔을 때 제대로 인증되느냐 안 되느냐를 누구나 쉽게 안다는 얘기다. “기술력으로 승부가 나는 만큼 우리한테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제어계측을 전공한 슈프리마의 연구진에는 이미지 프로세싱과 시그널 프로세싱 기술이 있었으며 이는 지문인식의 원천기술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당장 탄탄대로가 열렸을까? 아니다. 그 후로도 슈프리마는 몇 해 더 배고픈 시절을 보내야 했다. 당시 벤처붐이 극에 달했던지라 온갖 신기술의 환상이 이미 시장을 지배했다.
지문인식 기술은 더했다. 이미 400억원에서 500억원씩 투자를 받은 지문인식 회사들이 3~4곳에 달했고 100억~200억원을 받은 회사도 10곳이 넘을 정도였다. 그만큼 지문인식 기술의 시장성이 좋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수백억 투자를 받았던 기업들이 하나 둘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장밋빛 환상으로 투자만 유치했지 제대로 된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거품이었던 셈이다. 슈프리마가 비빌 언덕은 남들이 2~3년 걸려 만들 기술을 1~2년 안에 만들어내는 능력뿐이었다. 그러나 슈프리마가 기술개발을 본격화했을 때 “지문인식은 개념은 좋지만 성능이 못 따라가 결국에는 망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투자금 유치뿐만 아니라 시장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 기술이었다.
2003년께 애써 기술을 개발한 슈프리마에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두 번째 결단을 내렸던게 그때였다. 사실 국내시장이 무너졌으니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해외시장은 사정이 좀 나았다. 우선 미국에서 열린 보안기기 전시회에 무작정 제품을 들고 나갔다. 그 제품이 지문인식기의 핵심부품인 지문인식모듈이었다. 전시회에서의 반응은 좋았다.
기술수준도 크게 흠잡을 데 없었다. 무엇보다 가격이 쌌다. 그러나 한국의 무명 기업에 덜컥 수주계약을 맺자고 달려드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무명의 한계를 극복해 줄 뭔가가 필요했다. FVC(Fingerprint Verification Competition)는 2000년에 처음 시작돼 지문인식 기술과 관련된 학계와 산업계가 모두 주목하는 세계대회였다.
슈프리마는 해외시장을 뚫고자 이 대회 입상에 사활을 걸고 “핵심인력들을 거의 가둬놓다시피 하면서 연구에 몰두했다.” 인증 성공률과 인증 속도로 순위를 정하는 이 대회에서 슈프리마는 2004년과 2006년 연속으로 1위를 했다. 슈프리마는 2003년 수출을 시작한 이래 5년 만인 지난해 1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2008년 매출은 225억원을 기록했는데 제조업종에서는 이례적으로 45%의 높은 영업이익률(10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슈프리마의 직원 1인당 창출이익은 1.9억원에 달해 국내 여느 대기업의 이익률을 뛰어넘는다.
일례로 국내 IT의 선두기업인 NHN이 1.1억원, 구글이 2.4억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진입한 슈프리마는 2009년 매출이 현재까지 34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벌써 150%나 신장됐다. 보안시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공공부문 보안시장에 진출해 2012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게 슈프리마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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