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미 대학 입학사정관이 말하는 ‘한국 유학생’
11개 미 대학 입학사정관이 말하는 ‘한국 유학생’
간판보다는 적성 맞는 학교 선택해야
위스콘신대의 에밀리 딕슨 외국인 입학사정관은 미국 대학 풍토를 미리 익혀두라고 당부했다. 그는 “미국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한국과 미국의 교육이 어떻게 다른지 파악해야 한다 ”고 말했다.
예를 들면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기대 수준이나 수업 참여도, 글 쓰는 방식, 과제의 난이도, 졸업에 필요한 요건 등이 한국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딕슨 사정관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미국 내 주요 대학의 전통이나 학사 운영 원칙 등은 제법 아는 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세부적인 차이점이 일상생활에서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입시에 임박해 해외 대학에 마구잡이로 원서를 집어넣는 풍조도 지적했다. 퍼듀대의 마이클 브레진스키 외국인 학생 담당 사무국장은 본인이 원하는 전공에 적합한 학교를 적어도 입시 1년 전까지는 물색을 끝내라고 권했다. 개인의 적성과 전공에 걸맞은 대학 관련 정보는 각 학교의 웹사이트만 면밀하게 들여다봐도 얻어진다고 했다.
오하이오주립대의 기프티 아코 아돈보 외국인 학생 담당 사무국장도 “개인의 지적인 욕구와 기호에 가장 부합하는 대학을 찾자면 되도록 일찍부터 대학을 물색해야 한다”고 했다. 스워스모어대의 짐 소여 외국인 학생 모집 담당관은 각 대학 웹사이트에 들어가 한인 학생동아리들을 뒤져보라고 제안했다.
이런 동아리에 몸담은 한국 학생들에게 학교 분위기를 물어보면 살아있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고 충고했다. 미국 언론 등에서 매기는 대학 순위를 맹신하는 흐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로체스터대의 조너선 버딕 입학사정관은 “미국 대학 순위이상의 다른 요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터’지 등에서 매기는 미국 대학 순위는 개별 학교별로 차별화된 가치와 강점을 너무 단순하게 반영하므로 학교의 특성과 장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해당 대학과 자신의 궁합이 맞는가를 보자면 “순위에 포함되지 않는 요소들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버딕 사정관은 지적했다.
예컨대 학교의 크기, 리서치 참여 기회, 전공분야 교수들의 실력, 학교 위치, 캠퍼스 문화를 좌우하는 각종 네트워크와 학사 지원 장치 등을 따로 챙겨보는 사람에게 더 큰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이다. “대학 지원을 결정하기 전에 교육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교육과정이 수업과 연구, 교내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알면 도움이 된다”고 버딕 사정관은 강조했다.
예컨대 어느 대학의 1학년 96%가 2학년에 진학한다면 그만큼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며, 학교 또한 수학능력을 갖춘 학생을 제대로 가려내는 방법을 안다는 얘기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자신이 다니려는 학교를 사전에 답사하면 더 좋다고 추천한다.
워싱턴대의 줄리 시마부쿠로 학부 입학사정관은 직접 학교 분위기를 접해보면 확실히 해당 대학이 어떤지 알게 되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한국인 재학생에게 연락해서 교정의 분위기와 일상생활, 궁금한 점을 문의하라고 했다. 가령 워싱턴대는 한국 학생들이 원할 경우 이 대학에 재학중인 한국인 재학생들을 소개해 주는 업무도 한다고 시마부쿠로 사정관은 전했다.
예일대 진 리 입학사정관은 “학생 자신이 공부할 대학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옆에서 지원하라”고 권유했다.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찾고, 입학 절차를 스스로 이행하는 과정도 개인에겐 중대한 발전의 계기가 된다.”
대학이 원하는 학생의 자질과 비교하라하버드대는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하는 학생, 역경을 이겨낸 의지력을 가진 학생들을 선호한다. 멜라니 브레너드 뮬러 입학사정관은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고교 성적을 많이 보기는 하지만 학생의 자질과 지도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지원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가, 지적인 호기심은 충만한가, 하버드대라는 지적 자산을 얼마나 활용하겠는가 등을 따진다는 말이다.
대학에 장학금이나 학비 보조를 신청한다고 해서 흠이 되지도 않는다고 뮬러 사정관은 덧붙였다. “지원자가 금전문제든 아니면 어떤 다른 문제든 중대한 장애물을 극복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위스콘신대에 재학중인 한국 학생은 880명 이상을 헤아린다.
이 학교는 “한국 학생의 수를 제한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학내 구성원의) 다양성을 강화하려고 다른 국가 학생 수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학의 로리 콕스 국제학생처장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 미국 수업 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이 학교는 대중 앞에서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을 길러주고자 수업 중 발표를 많이 하게 한다.
학생들이 부끄럼을 타지 말고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고 논리를 차분히 전개하는 훈련을 미리 해두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졸업 후 미국에 정착하려는 학생들이라면 귀담아 들을 만한 얘기도 했다. 콕스 처장은 한국 유학생들이 학창 시절부터 교내 동아리 활동에 적극 참여해 리더십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다른 이들과 함께 일하는 능력이 빼어날수록 미국 사회에서 성공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또 동아리활동은 영어를 더 많이 배울 기회가 된다는 점을 감안해 제 3국에서 온 학생은 물론 미국 학생들을 두루 만날 수 있는 동아리를 물색하라고 콕스 처장은 조언했다. 그렇게 되면 국제 인맥도 넓히는 효과를 거둔다.
빠뜨려서 안될 게 하나 있다면 바로 리서치 활동이다. “학내 혹은 해외에서의 리서치를 통해 많이 배울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과 경쟁할 때 도움이 된다”고 그가 말했다. 미들베리대는 해외 유학생이 전체 재학생의 대략 10~12%를 차지한다. 미국 대학에서도 국제학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70개국의 학생들이 이 대학에서 공부한다고 스코트 애서튼 입학사정관은 밝혔다. 미들베리대는 학생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에 속하며, 한 과목에 집중하는 교육보다는 넓게 열린 자유교양 교육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 뛰어난 논술, 토론, 창의적인 문제 해결, 주체적인 사고, 독립적 집단적 업무 수행 능력 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애서튼 입학사정관은 “우리같이 작은 학교 수업은 소규모 토론 위주로 이뤄지는데 해외 대학 학생들은 소규모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유학생들이 토론에 활발하게 참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그는 말했다. 또 “미들베리같이 작은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한 과목에 치중하는 학업보다는 포괄적인 교육을 원한다”고도 했다.
한국의 입시와 교육을 주시한다지난 10여 년간 한국 고교 졸업생들이 미국 대학 학부에 직행하는 일이 늘면서 미국 대학도 한국 고교 교육의 현실에 눈을 떠가는 눈치다. 로체스터대의 제니퍼 블랙, 조너선 버딕 두 입학사정관은 “한국에서 시험성적(high-stakes testing)이 대학입시를 어떻게 좌우하며, 이런 경향이 한국 학생들의 선택과 꿈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안다”고 했다.
이 대학 입학사정 담당자들은 한국 학생들을 더 정확하게 평가하려고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고, 국내외 한국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왔다고 했다. 따라서 한국인 지원자들을 심사할 때는 제출한 시험성적 이면의 자질을 보려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고 이 학교는 밝혔다.
듀크대도 마찬가지다. 이 대학은 한국 고교의 진학 담당자, 교사, 행정 책임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의 교육방식과 여건을 이해하게 됐다고 앤 조스트롬 학부 입학사정관이 밝혔다. 조스트롬 사정관은 “이런 과정을 통해 듀크대는 지원자를 제대로 선발하게 되고, 한국 고교 또한 (듀크대와의 교류경험에 힘입어) 미국 대학에 보내는 추천서를 보다 훌륭하게 작성하게 된다”며 윈-윈 효과를 언급했다.
아예 한국인을 입학사정관으로 두는 대학도 있다. 윌리엄스칼리지의 임슬기 사정관은 한영외고를 졸업하고 이 대학에서 학사과정을 마쳐 국내 사정에 밝은 편이다. 임 사정관은 “고교 성적이 뛰어나더라도 토론하고 사고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이나 주관이 드러나지 않으면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했다.
예일대의 진 리 입학사정관은 “학부에 지원하는 한국 학생들이 시험 성적이나 내신이 우수하고, 학업 면에서 뛰어난 자질을 갖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고교 환경에는 방과 후 활동이나 교내 자치 활동, 지역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어 걱정스럽다”면서 “주입식 입시 교육이나 상위권 대학 선호 현상이 학생들의 건강한 정신과 감정을 유지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총체적 평가로 신입생 뽑아야몇몇 대학은 현재 국내에서 도입 중인 입학사정관 제도에 대한 견해도 내놓았다. 하버드대의 뮬러 입학사정관은 한국의 입학사정관들이 “지원자들을 전인적인 인간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지 시험성적만이 아닌 흥미(관심도)와 약점, 강점을 모두 가진 총체적인 인간으로서의 자질과 가능성을 식별해야 한다는 말이다.
학생들이 열린 마음으로 다른 이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됐는지, 토론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가도 자질 측정의 한 척도가 된다고 했다. 미들베리대의 애서튼 입학사정관도 이에 공감했다. “입학사정관을 도입하자면 학업성적 외에도 응시생들을 평가하는 다면적이고 총체적인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테면 미국에서는 학생들의 전인적인 면모를 살피고자 에세이와 단답형 질문(설문), 추천서 등을 본다. 애서튼 사정관은 한국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 고등학교에 평가 기준과 과정을 정확하게 알려줘서 고교 진학 지도 교사들이 충분히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일대 진 리 입학 사정관은 “한국의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운용과 관련한 아이디어와 방법론을 서로 교환하고, 토론한다면 보다 나은 실행방안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지원자들이 간과했다가 낭패를 보기 쉬운 실수를 지적했다. 짐 소여 스워스모어대 외국인 학생 모집 담당관은 미국 대학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에게 마감일자를 확실하게 알아놓으라고 충고했다.
특히 국제우편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게 마련이다. 행여 마감시한을 넘겨 응시원서가 도착하는 일이 없도록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임하라는 당부다. 퍼듀대의 마이클 브레진스키 외국인 학생 담당 사무국장은 대학 입학 목표 시점(9월) 1년 전에는 대부분의 준비를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학지원은 시기적으로 가을학기에 시작해야 바람직하며, 그러자면 SAT(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와 토플시험성적도 고등학교 3학년 여름까지는 최대한 끌어올려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한편 예일대는 1300명의 학부 입학 정원에 매년 지원자 수가 2만6000명을 헤아린다. 이 대학은 학부 정원을 15%(학년당 200명 선) 정도 늘리기로 하고 강의실과 교원을 확충한다.
with Wyatt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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