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자원봉사는 사회와 소통 기회

자원봉사는 사회와 소통 기회

2003년 ‘세기의 장난감’으로 불리던 레고가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한때 화려한 색깔로 어린이들의 동심을 일깨워주던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의 추락은 1994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등장에서 비롯됐다. 비디오 게임이 어린이들의 놀이 문화를 바꾸면서 전통적인 장난감이 외면 받기 시작했다.

나락으로 추락하던 레고가 5년 만인 지난해 다시 동심을 사로잡았다. 이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원동력은 뭘까? 새로 영입한 최고경영자의 능력? 거대 투자자의 등장? 아니면 정부의 지원? 아니다. 평범한 한 직원의 아이디어가 부활의 신호탄이 됐다. 레고의 회생을 위해 새로 영입된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직혁신 방안’을 응모했다.

그중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안이 다 죽어가던 레고에 새로운 피를 수혈한 것이다. 이 제안서에 따라 레고는 세계 각국의 어린이 관련 사회문제를 조사토록 했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 안에 자원봉사를 조직화했고, 시민단체들과 자매결연을 통해 자원봉사 노하우와 정보를 얻는 등 지역사회, 나아가 세계와 소통하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내세워 재기의 발판을 만들었다. 레고에서 사회적 책임은 이미 ‘전시용 의무’ 단계를 넘어서서 ‘경영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CSR의 핵심 목적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의무와, 그 의무를 통해 지역사회의 복지를 늘리는 일이다. 요즘 이런 CSR 운동이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거쳐 중소기업으로 확대된다. 지난해에 불어 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춤해진 경제의 성장동력을 되살릴 신경영전략으로도 주목 받는다.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에 CSR을 요구하기도 한다. 협력업체 선정과정에서도 업체 간에 기술 면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 CSR 점수를 매겨 낙점한다. 장기적으로 기업과 상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바람이 인다.

수출 기업들은 선진국의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켜야만 세계 시장을 뚫게 마련이다. 장벽이 없는 인터넷 시대에는 비윤리적인 기업활동이 기업의 생존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과거 기업은 소비자와 납품·공급업체만 만족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덕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새로운 기업가치를 만드는 중소기업의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그동안은 지역사회의 장학금 지급이나, 불우이웃돕기 등 기부금 위주였다면, 최근엔 자사의 핵심역량을 활용한 전략적 사회공헌으로 한 단계 진화하는 추세다.

한국을 대표하는 포털 검색 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은 IT역량을 활용한 이색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다. 네이버는 인터넷을 활용한 소액기부 사이트 해피빈(www.happybean.naver.com)을 2005년에 개설해 사회복지단체 등 890여 개 공익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지난해 해피빈을 통해 전달된 기부액은 무려 50여억원에 이른다.

‘다음’도 다음세대재단을 중심으로 IT를 활용해 청소년 문화활동 지원과 공익단체 무료 IT 기술교육을 편다. 학습지 전문업체 ‘기타교육’은 자사에서 출간되는 학습지와 교육자료를 전국 지역아동센터에 지원해오고 있다. ‘2009 사회공헌기업대상’에서 3년 연속 ‘지역사회발전부문’ 대상을 수상한 하이원리조트는 지역 소외계층 복지 및 다문화가정 정착을 지원하고, 폐광지역의 교육문화 환경 개선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건설사업관리 기업인 한미파슨스(주)는 1996년 창립 이후 현재까지 매월 네 번째 주를 사회공헌의 날로 정하고 김종훈 회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직원급여의 1%와 회사가 그 두 배의 금액을 더해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해 사회복지단체를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회사의 핵심역량인 건설사업관리를 활용해, 재정 형편이 열악한 사회복지시설에 신축 건설사업관리와 개·보수 지원을 펼쳐온다. 기업의 전문성을 살려 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고 회사 동료 간에도 의사소통의 기회를 늘리기도 한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사회환원이 결국 회사의 이익으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홀로 모든 것을 이뤄낼 순 없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야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카네기의 명언을 실천하는 셈이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결국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공동 사냥한 게임 아이템 ‘먹튀’ 소용없다…”게임사가 압수해도 정당” 판결 나와

287억 바나나 '꿀꺽'한 코인 사업가..."훨씬 맛있네"

3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소송 이어져…캐나다 언론사 오픈AI 상대로 소송

4'땡큐, 스트레이 키즈' 56% 급등 JYP...1년 전 '박진영' 발언 재소환

5더 혹독해질 생존 전쟁에서 살길 찾아야

6기름값 언제 떨어지나…다음 주 휘발유 상승폭 더 커질 듯

7‘트럼프 보편관세’ 시행되면 현대차·기아 총영업이익 19% 감소

8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놓친 것

9‘NEW 이마트’ 대박 났지만...빠른 확장 쉽지 않은 이유

실시간 뉴스

1공동 사냥한 게임 아이템 ‘먹튀’ 소용없다…”게임사가 압수해도 정당” 판결 나와

287억 바나나 '꿀꺽'한 코인 사업가..."훨씬 맛있네"

3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소송 이어져…캐나다 언론사 오픈AI 상대로 소송

4'땡큐, 스트레이 키즈' 56% 급등 JYP...1년 전 '박진영' 발언 재소환

5더 혹독해질 생존 전쟁에서 살길 찾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