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안에 한국의 MIT로 키운다
20년 안에 한국의 MIT로 키운다
국내 첫 법인화 국립대학으로 출범한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가 3월 초 개교 1주년을 맞았다. 조무제(56)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초대 총장은 지난 1년간 일궈낸 성과에 꽤 큰 자부심을 느낀 듯하다. 그는 “우리 대학은 지난 1년 동안 ‘10년 내에 세계 30위권 대학’으로 도약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올해 신입생 전형에서도 울산과기대는 지난해에 이어 전국 고교 상위 3% 이내의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엔 총장이 발벗고 나서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미국 유수대학을 돌면서 실력 있는 교수를 영입하는 데 총력전을 폈다. 그는 “현재 국내외 최고 수준의 교수 99명을 확보했고, 2012년까지 총 250여 명의 교수진을 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과기대는 개교 첫해부터 굵직한 대형 국책과제를 연달아 수주하기도 했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한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사업 2개 과제를 따냈고 신성장동력사업단 주관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로써 향후 5년간 정부로부터 409억원의 연구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젊고 강한 대학으로 가는 성공적인 첫걸음을 뗀 조무제 총장을 김세영 객원기자가 만났다.
개교 2주년을 맞은 신생 대학이지만 인재들이 몰린다. 그 원동력은 뭐라고 보나?
지난해(500명)에 이어 올해도 전국 상위 3% 이내 750명의 우수 학생들을 선발했다. 이 중 600명을 입학사정관을 통해 뽑았다. 창의성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관찰입학사정관제를 시행 중이다. 고교 2학년들을 2년간 관찰하고, 다양한 요소를 평가해 선발하는 제도다. 내년에도 전국 우수 고교생 400명 중에서 150명을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해당 학생들을 모두 선발하고 싶을 정도로 열정과 창의력이 대단하다.
울산과기대가 꿈꾸는 인재상은?우리 대학은 ‘창의’ ‘융합’ ‘글로벌화’를 전면에 내걸었다. 특정 분야에서 재능과 창의성이 뛰어나면서 지식융합에도 능해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한다. 미래사회는 융합지식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한다. 이와 더불어 정직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품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학사 일정을 준비했나?신입생들은 1년간 기초 학문을 닦은 뒤 2학년부터 전공 선택이 가능하다. 우리 대학은 2개 이상의 전공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학문 간 벽을 허무는 방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수 학점도 총 135학점으로 평균 120학점 수준인 타 대학보다 월등히 많다. 그만큼 다방면으로 공부해야 한다.
교수도 전공분야 이외에 다른 학부의 겸직 교수를 맡는 등 융합 교육과 연구에 뛰어들도록 한다. 모든 강좌를 100% 영어로 진행하며, 정보기술(IT) 교육지원 시스템인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해 토론식 수업을 뒷받침했다. 학생들에게 한 학기는 산업체 인턴과정을 밟도록 해 현장에 강한 실용적 인재를 키울 계획이다.
학생들이 스스로를 유니스타(UNISTAR)라고 부른다는데. 유니스타는 지난해 입학한 학생들이 교육정보와 생활정보를 공유하려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만든 카페 이름이다. 아주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학생 개개인이 유니스타가 되려는 노력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니스타는 울산과기대 고유의 대학문화 창달과 정착에 기여하리라 본다.
학교에 모바일캠퍼스(Mobile-Campus)를 구축한다고 들었다. 어떤 개념인가?최근 KT와 FMC(유·무선 통합통신망) 구축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양질의 무선서비스와 다양한 콘텐트를 학교에 제공하게 된다. 학생·교수 간에 활발한 실시간 의사 소통은 물론, 학습능력 향상과 창의력 발휘에도 크게 이바지하게 된다. 학생과 교직원들은 모바일 단말기를 종합행정시스템에 접속해 전자결재, e-메일 같은 다양한 업무처리도 가능해진다.
중앙기기센터(UCRF)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첨단 연구기기를 공동 활용해 융합과학기술을 구현한다. UCRF는 고가의 첨단 장비를 갖추고, 전문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첨단융합학문을 장려한다는 취지로 설립했다. 80여 종이 넘는 첨단 분석장비를 들여놓았다. 나노 공정을 위한 클린룸과 분석기기실, 기계공작실 등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자면 그들을 가르칠 우수한 교수진의 확보가 관건일 텐데.교수의 경쟁력은 대학 경쟁력의 주요한 원천이다. 우수 교수진을 모시고자 미 하버드대와 MIT 등 주요 대학을 직접 찾아가 설명회를 했다. 올 3월 현재 우리 대학에 재직 중인 99명의 교수 가운데 65%가 해외 우수대학 출신이다. 특히 울산과기대 교수진은 최근 5년간 SCI급 논문 게재 실적이 평균 9.6편에 이를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었다.
평균 연령도 40세로 젊다. ‘전기화학 분야의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 과학자’로 선정된 박문수 포스텍(POSTECH) 화학과 교수를 비롯해 변증남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조용민 서울대 천체물리학과 교수 등 3분을 석좌교수로 모시기도 했다.
조 총장께서 우수 교수들을 영입하려고 백방으로 뛰었다던데 어떤 실적을 거뒀나? MIT 출신 조형준(나노생명화학공학부)·최은미(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부부 등 모두 3쌍의 부부교수가 탄생했다. 강병우(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는 박사 학위 취득과 동시에 임용된 케이스다. 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 파견돼 있는 김정범(나노생명화학공학부)교수도 영입했다. 이미 능력이 검증된 연구자뿐만 아니라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도 적극적으로 영입하려 한다.
대학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며, 교내 공용어까지 영어로 못박았다. 교육 인프라는 잘 준비했나?모든 강좌와 학술 행사를 영어로 진행하는 등 다양한 영어 공용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실력 있는 외국인 교수와 외국 학생들을 전체 정원의 각각 20%까지 채울 작정이다. 해외 대학과의 활발한 교류는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하는 초석이다.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하자면 해외 대학, 기관들과의 적극적인 협력도 모색해야 할 텐데.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조지아공대를 시작으로 물리·화학 분야의 노벨상을 다량 배출한 미국 어바인대, 인도의 MIT로 불리는 이공계 특성화 대학 인도과기대, 중국의 첨단과학 기술 연구를 주도하는 중국과기대 등과 학술 교류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특히 조지아공대와는 IT 및 신소재 공동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과학자가 모이는 국제행사도 적극적으로 개최하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총장으로서 학생들에게는 어떤 주문들을 해왔나?꿈을 가져야 한다. 그 꿈을 이루고자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독려해 왔다. 또 주인의식을 갖고 각자 맡은 바 일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캠퍼스 내에 크고 작은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에 우리 대학을 빛낸 학생들의 이름을 붙여주려고 한다. 젊은 학생들이 야망을 품었으면 한다.
울산과기대가 꿈꾸는 미래상과 중장기 비전을 설명해달라.창의적인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 녹색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융합과학기술의 요람으로 키우려 한다. 포스텍을 벤치마킹한 홍콩과기대가 설립 18년 만에 세계 35위 대학으로 발돋움했다.
10년 내 홍콩과기대 수준을 능가하는 대학으로 우뚝 서는 게 당면한 목표다. 나아가 20년 내에 미국 MIT에 버금가는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키우려면 열심히 달려가야 한다. 동남권의 UNIST, 충남권의 KAIST, 대경권의 포스텍 등 국내 이공계 특성화 대학의 삼각 축을 구축하겠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공동 사냥한 게임 아이템 ‘먹튀’ 소용없다…”게임사가 압수해도 정당” 판결 나와
287억 바나나 '꿀꺽'한 코인 사업가..."훨씬 맛있네"
3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소송 이어져…캐나다 언론사 오픈AI 상대로 소송
4'땡큐, 스트레이 키즈' 56% 급등 JYP...1년 전 '박진영' 발언 재소환
5더 혹독해질 생존 전쟁에서 살길 찾아야
6기름값 언제 떨어지나…다음 주 휘발유 상승폭 더 커질 듯
7‘트럼프 보편관세’ 시행되면 현대차·기아 총영업이익 19% 감소
8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놓친 것
9‘NEW 이마트’ 대박 났지만...빠른 확장 쉽지 않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