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을 하면 성실해져
트라이애슬론을 하면 성실해져
“니 바다거북하고 조오련하고 수영 시합하모 누가 이길 것 같노?” 영화 ‘친구’에서 두 소년이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나누는 대화다. 삼성출판사 김진용(54) 대표와 유진그룹 유경선(55) 회장의 유년 시절도 이랬다. “골목 친구로 어울렸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이사와 오래 보지는 못했지만 한동네에 살며 같이 뛰놀았죠.”
30여 년이 흐른 뒤 목포 어느 선창가 골목에서 놀던 두 친구는 각각 기업의 대표로서 다시 조우한다. 그리고 트라이애슬론 친구가 됐다. 2000년 유경선 회장이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회장을 맡아 철인3종에 빠져들면서 친구에게도 적극 추천한 것이다. 그리고 친구의 뒤를 이어 김 대표가 작년부터 회장 직을 맡고 있다. 김 대표도 트라이애슬론 전도사가 됐다.
생애 첫 세계선수권 참가 예정“사람들은 철인3종 경기라고 하면 엄청나게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마라톤 풀코스보다 이게 더 쉽습니다. 저는 기록에는 욕심을 내지 않아요. 건강 삼아 하기에는 트라이애슬론이 그만입니다. 일단 술·담배를 자제하게 되거든요.”
김 대표는 원래 술을 안 한다. 담배는 20년 전 끊었다. 생활습관, 식습관도 바뀌었다.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한 후 채소·단백질 위주로 식사해요. 그 전에는 과식하고 저녁에 기름진 것 마구 먹고 이랬는데, 운동 이후 완전히 바꿨어요. 건강 관리에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트라이애슬론 올림픽코스는 수영 1.5㎞, 사이클 40㎞, 달리기 10㎞다. 매년 하와이 코나에서 열리는 아이언맨대회 코스(수영 3.9㎞, 사이클 180.2㎞, 달리기 42.195㎞)에 비하면 훨씬 쉬운 코스다. 김 대표가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한 지는 6년. 2004년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고, 이후 평균 1년에 한 차례씩은 풀코스를 뛰었다.
철인3종 입문은 친구 따라 강남 간 격이다. 유경선 회장이 자꾸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바람을 넣었다. 실제로 트라이애슬론대회에 나가 직접 보니 “송일국 같은 철인 몸매의 소유자들만 뛰는 게 아니고, 토실토실한 아주머니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저 아주머니들이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고 덤벼들었다.
가장 먼저 헬스클럽 러닝머신에서 10㎞를 달렸다. 평소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덕분인지 어렵지 않았다. 이후 자신감을 얻어 수영에 도전했다. 유년 시절 몸에 밴 개헤엄을 탈피하느라 고생했지만, 반면 목포와 신안 앞바다에서 나고 자란 덕분에 바다 수영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그는 5월 9일 서울에서 열리는 트라이애슬론 월드챔피언십시리즈를 앞두고 분주하다. 연맹 회장으로서 한국에서 열리는 첫 번째 세계선수권대회를 잘 준비해야 하고, 또한 이 대회 동호인 부문에 참가하는 선수로서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년 한 번 이상 정규 코스를 뛴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올해 목표는 월드챔피언십”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업무 때문에 훈련은 만족할 만큼 하지 못했다. 겨울 동안 주말마다 서초동의 스포츠센터에서 달리기와 수영 훈련을 해왔지만 1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로는 충분한 훈련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지난 4월부터는 집에서 가까운 서울대공원에서 열심히 자전거를 탔다.
“컷오프가 3시간30분이어서 그 안에는 들어와야 하는데, 훈련이 부족해 걱정입니다.” 괜한 엄살이다. 그의 최고 기록은 3시간11분, 컷오프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트라이애슬론도 ‘서브3’가 있다고 한다. “한때 욕심도 냈지만 이제는 생각도 안 해요. 한 10년만 젊었으면 어떻게 해 볼 건데… 허허허.”
그의 운동철학은 밭 가는 농부의 시선처럼 유유하다. “저는 운동중독에 빠지는 것엔 반대합니다.” 운동은 건강을 유지하려는 것이 목적인데, 욕심을 내면 오히려 몸을 망친다는 생각에서다. 김 대표는 연맹 회장으로서 트라이애슬론 저변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가장 먼저 한집안 식구들을 포섭했다.
대표의 마음을 사원들이 간파했는지, 삼성출판사 사원 중 트라이애슬론 입문자가 시나브로 생겼다. ‘트라이스타’라는 이름으로 현재 20여 명의 멤버가 활동 중이다. 김 대표는 “절대 강요한 것은 아니고, 자기들이 알아서” 결성한 모임이란다.
아동·육아 전문 출판사에서 모인 익스트림 스포츠 동호회 멤버들은 어떨까. “아까도 말했지만 트라이애슬론 동호인은 성실해야 해요. 안 그러면 운동을 지속할 수 없거든요. 술·담배 안 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고.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운동이죠.” 은근히 사원들 자랑을 한다.
회사 내에도 트라이애슬론 동호회이번 월드챔피언십 대회 유치도 그 일환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세계 랭킹 상위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다. “동호인에게는 세계적 선수들과 같은 코스를 뛴다는 게 가슴 떨리는 일이죠. 경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수준 높은 경기를 관람할 수 있거든요.” 이번 대회를 통해 일반인이 트라이애슬론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대표는 1986년 아트박스 대표를 거쳐 1992년부터 삼성출판사를 맡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 서점에서 출발한 삼성출판사는 김 대표 취임 전에는 인문 도서를 주로 다뤘다. “당시 인문학은 지고 있었죠. 그러나 아동·여성 도서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였어요. 앞으로도 이 분야에 치중할 겁니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전통적 출판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연착륙이다. 영어 배우기 프로그램 개발, 인터넷 스마트폰 사업으로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살짝 웃어도 눈가에 짙은 주름이 생기는 푸근한 표정과 온화한 말투가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의 대표로서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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