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폴 로버츠 출판사 민음사 02-515-2000 값 2만5000원

대형 식료품 진열대에 놓인 수많은 식품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는가?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곳엔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언제든 구입할 수 있다는 풍요와 안도가 진열된 듯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이면을 보라고 권한다.

저자는 현대 식품 시스템의 뒷골목을 헤집고 다녔다. 그곳에서 그는 신선하고 값싼 식품을 원하는 시장을 쫓아가느라 너무 방대해지고 지쳐버린 식품 시스템의 모습을 봤다. 수천 마리의 가축이 밀집된 사육장, 끝도 없이 펼쳐진 공장식 농경지,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가축 분뇨와 화학비료를 봤다. 침식된 토양, 내성이 생긴 해충, 경작지로 개간되는 산림을 목격했다.

저자는 이런 현대 식품 시스템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니 이미 붕괴가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조류독감과 구제역 등 전염병이 돌고 토양의 유기물질은 감소하며 지하수면은 고갈된다. 화학비료와 살충제 사용은 갈수록 늘어 산림과 농장을 훼손하고 있다. 저자는 “그냥 방치해도 불안정한 궤도에 놓인 상태이기 때문에 조만간 식품 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는 결정적 종착점에 다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나리오는 비관적이다. 저자는 식품 참사의 진원지는 아시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저자는 만약 아시아 어느 지역에서든 ‘H5N1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면 식품시장이 얽혀 있고 대비 상태는 미비한 아시아에 식품 재앙이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파장은 전 세계로 퍼진다. 식품 시스템 붕괴는 전 세계를 갈등과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저자의 예상이 아니라 우리나라 현실로 눈을 돌려도 저자가 괜한 공포를 부추겨 책을 팔아먹으려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발생한 구제역으로 최근까지 전국에서 소와 돼지 150만 마리가 땅에 묻혔다. 구제역은 현대 식품 시스템의 한 단면이다. 가축을 빨리 크게 키우기 위해 밀집된 축사에서 집중 사육한다. 가축에는 호르몬과 항생제를 사용한다. 항생제는 박테리아의 저항력을 키워 가축의 질병 발병률을 높인다.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 뒤에 최저가를 요구하는 대형 가공업체와 대형 마트, 소비자의 가격 압박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는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 발전을 위해 다섯 가지를 권고한다. ‘지역 식품을 활용하는 지역 공동체를 구성하자’ ‘청색혁명, 즉 어류 소비를 늘리자’ ‘육류 소비량을 줄이자’ ‘농업 정책을 개혁하자’ ‘식품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자’.

방대한 취재와 자료 분석이 돋보이는 책치고는 대안이 옹색해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저자가 책을 쓴 목적대로 현대 식품경제의 윤곽을 폭넓게 제시하고 식품경제가 작동하는 방식과 흔들리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는 손색이 없다.

이 밖에 저자는 글로벌 식품업체가 어떻게 식품 통제권을 장악했는지 알려주고, 현대 식품 시스템이 낳은 비만과 당뇨 문제, 풍요한 시대 뒤편에 해결되지 않은 기아 문제, 유전자 변형 식품과 유기농 식품의 진실, 식품 강대국이 곡물을 두고 벌이는 전쟁 등을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아이덴티티 경제학

너 자신의 정체성을 알라동일한 수준의 경제적 환경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이 왜 각기 전혀 다른 경제적 선택을 하는가? 15년 전 이 물음에 의문을 품은 두 경제학자가 연구를 시작했다. 그래서 도출한 개념이 ‘정체성’이다. 저자들은 정체성을 결정하는 사회적 지위(인종, 소득수준, 성별 등)와 규범에 따라 인간의 경제적 행동패턴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 조지 애커로프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02-6443-8840 1만5000원



월마트 이펙트

최저가의 비밀과 부작용국내 대형 할인점은 월마트와 까르푸를 당당히 물리치며 4800만 한국 소비자라는 전리품을 획득했다. 그 후엔 한정된 고객을 뺏고 뺏기는 경쟁을 펼친다. ‘통큰치킨’ 논란은 언제든 재연될 것이다. 이 책은 월마트를 분석하면서 최저가 상품과 부작용, 지역경제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참고할 내용이 많다.

▒ 찰스 피시먼 지음

▒ 이상미디어 02-913-8888 1만5000원



월급의 비밀

외모가 월급에 미치는 영향은직장인들은 “월급은 딱 먹고살 만큼 주도록 설계됐다”고 푸념하지만 월급 제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 책은 ‘월급 사전’이다. 월급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다양하고 때로는 적나라한 이야기를 펼친다. MBA가 월급에 미치는 영향, 맞벌이 부부의 함정, 외모가 월급에 미치는 영향, CEO가 연봉 1원을 받는 이유 등 흥미로운 소재가 많다.

▒ 박유연 외 지음

▒ 카르페디엠 02-332-1696 1만5000원

출세만세

한국인의 출세 이야기지난해 S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나는 한국인이다’ 4부작 중 출세만세 편이 책으로 나왔다. 명문대, 박사, 대기업, 후원자, 배우자 능력, 인맥, 조직, 방송, 배짱, 대세 순응. 저자가 뽑은 현재의 출세 키워드다. 이런 조건은 주로 청와대 사람, 한나라당, 소망교회, 고려대, 영남, 강남 출신한테서 두드러진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 남규홍 지음

▒ 도모북스 02-3141-4935 1만5000원



버블의 탄생

튤립 버블은 허구다버블의 역사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버블이다. 그런데 이 상식이 허구라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유명 저자들이 빈약한 자료를 근거로 쓴 얘기를 서로 표절하고 덧붙이면서 그럴듯하게 꾸며졌다는 것이다. 경제학 연구에서 역사적 고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 피터 가버 지음

▒ 아르케 02-336-4784 1만3000원



재무제표 진실 읽기

국세청 세무조사 방식으로 기업 읽기특이한 책이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읽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세무사인 저자는 국세청 세무조사 방식을 통해 재무제표의 분석법이 아닌 진실을 읽는 법을 설명한다. 공표된 재무제표만이 아닌 회사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여러 분석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재무제표 관련 서적 중 압권이다.

▒ 허순강 지음

▒ 지상사 02-3453-6111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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