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무조건 전원주택에 살겠다고?은퇴 후 무조건 전원주택에 살겠다고?
- 은퇴 후 무조건 전원주택에 살겠다고?은퇴 후 무조건 전원주택에 살겠다고?

얼마 전 어느 실버타운에서 전직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그는 은퇴 후 고향 근처에 전원주택을 짓고 8년 정도 편안하게 살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인이 병에 시달리면서 전원주택의 악몽이 시작됐다. 나이 탓에 운전하기 어려워 통원치료가 점점 힘에 부쳤다. 결국 노인병원이 있는 실버타운으로 옮겼다. 하지만 입주금을 마련하지 못해 3개월 뒤에나 입주했다. 매달 받는 공무원연금은 생활비로 실버타운에 고스란히 나가고 있다. 이제 와서 전원주택이 이렇게 매매가 잘 되지 않을 줄 몰랐다며 후회막급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노후 주거 계획 탓에 고통만 커진 셈이다.
40, 50대에게 은퇴 후 어디에 살지 물으면 많은 사람이 전원주택, 실버타운, 시골 등이라고 막연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조금만 고민해보면 은퇴 후 살 곳을 고르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은퇴생활은 60, 70대 초반까지의 활동기, 70대 중반~후반까지의 회고기, 80대 전후의 간병기로 나눌 수 있다. 전원주택은 활동기에 지내기 좋지만 회고기나 간병기에 생활하기는 어려운 곳이다.
은퇴문화가 잘 발달한 미국은 우리와 매우 다르다. 무엇보다 모두가 은퇴를 매우 열렬하게 기다린다. 은퇴를 위해 일한다고 말할 정도로 긍정적이다. 그래서 은퇴는 크게 고민할 주제가 아니라 그저 남 따라서 하면 된다. 일단 은퇴하면 자신이 20대 초반 취직하면서 가입한 개인연금과 기업연금에서 상당한 돈을 찾을 수 있다. 중산층의 경우 무려 30~40년 동안 연금에 저축해 왔기 때문에 수십만 달러의 노후자금을 쥘 수 있다. 게다가 자식을 키우면서 살던 집을 팔고 실버타운에 있는 노인전용 주택으로 이사하면 몇 십만 달러를 더 마련할 수 있다.
미국 은퇴자들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따라서 실버타운의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할 경우 집 근처에 있는 간호시설에 입주하기도 한다. 실버타운의 집은 대부분 55세가 넘어야 구입할 수 있다. 실버타운 중심에 커뮤니티 시설이 잘 발달해 교류도 활발하다.
우리는 역사상 최초로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제대로 된 고령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은퇴를 시작해야 하는 베이비 부머의 주거문제는 은퇴문화가 없는 우리로서는 큰 고민거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서울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의 64%가 경기도로 옮겼다. 고향으로 가는 비율은 지역별로 2~3%를 넘지 않았다. 서울에서 1~2시간 거리인 변두리로 주거를 옮기고, 부동산 차액으로 자식 교육과 결혼에 필요한 자금을 대거나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이미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일본에서는 20년간 주택가격이 65%가량 하락하면서 노인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답답해진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노후에 거주할 곳은 생활비가 적고 들고 자연환경이 좋고 안전한 곳이되, 노인끼리 몰려 사는 집단 입주시설은 피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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