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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기업정책>> 기업은 100마일로 달리고 싶다

적절한 기업정책>> 기업은 100마일로 달리고 싶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질주하는데, 노동조합은 30마일, 정부 관료조직과 규제기관은 25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로 가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자신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꼬집은 말이다. 기업의 거침없는 질주를 막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MB정부가 정권 초기 내세운 슬로건이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다. 기업 친화 정책을 펴겠다는 취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와 핫라인을 열겠다고 했다. 재계는 대통령의 선물에 환호했고, ‘국가성장의 밀알’이 되겠다는 약속으로 화답했다. 정부 출범 3년이 흐른 지금,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온데간데없다.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의 핫라인은 끊어진 지 오래다. “기업이 고속질주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치우겠다”던 정부는 어느샌가 기업의 팔목을 비튼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은 여전히 많다.

기업이 살아야 국가경제가 성장한다. 정부는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적절한 기업정책은 3만 달러 시대를 앞당긴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정호열 성균관대 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2009년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관 합동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소화제 수퍼 판매 20년 걸려서야

오늘의 한국, 한국인의 정체를 형성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다. 이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은 대중영합주의다. 포퓰리즘은 유감스럽게도 관리경제와 직결된다. 예컨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시달린다면 정부는 팔을 걷고 시장간섭에 나서야 한다.

포퓰리즘의 도전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의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채택하는 세계 모든 나라가 직면하는 공통의 난제다. 이 도전을 관리하는 역량에 따라 기본을 갖춘 선진국, 흔들리는 나라, 혹은 도무지 개념이 없는 나라로 나뉘게 된다고 필자는 믿는다.

장밋빛 공동체와 보편적 복지를 그려내는 좌파에 맞서 시장경제가 생산하는 경제적 후생의 범위 내에서 사회안전망을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시장주의자의 주장을 대중에 설득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지속적 개혁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표현되는 주류의 자정노력은 그래서 필요하다.

결국은 국민의 총체적 자질과 안목이 10년 혹은 20년 후 우리나라가 그리스나 포르투갈이 오늘 걷고 있는 길을 답습할 것인지, 혹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포퓰리즘에 대한 억제가 정치와 경제의 보편적 어젠다라면 오늘 이 시점에서 우리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정책적 과제는 규제완화, 특히 서비스 분야의 진입장벽 제거다.

우리는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나라로서 1인당 GDP(국내총생산) 2만 달러 이상이라는 자랑스러운 지표를 작년에 달성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 경제는 서비스 부문의 비중이 현저하게 낮고 또 문제가 있다. 이 부문의 취약은 역설적으로 교육과 의료서비스 그리고 방송통신 분야에 발전의 여지가 있으며 또 이 분야에 제도개혁, 특히 진입장벽 제거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처럼 교육에 올인하는 국민은 드물다. 사교육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가족이 헤어져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도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국제학교 설립과 입학 제한 등 교육 분야의 만연한 규제를 푼다면 가족이 흩어진 채 이 나라 저 나라로 떠도는 일을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한 가정경제의 파탄, 외화의 유출과 낭비를 방지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교육분야의 경쟁력을 한 차원 더 발전시킬 수 있다.

의료부문도 마찬가지다. 쇠젓가락을 사용해 콩을 집는 우리 의사들의 기술과 임상경험의 풍부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의료서비스 부문의 진입장벽, 즉 영리법인의 설립금지 등을 완화해 자본을 유치한다면 중국이나 이웃 일본으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고부가가치 수요를 창출해 낼 수 있다. 이·미용이나 손톱 손질 등 신체관련 서비스 분야도 기존 진입장벽을 낮춘다면 상당한 시장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각종 보고서의 결론이다.

서비스 분야의 진입장벽 제거 역시 포퓰리즘 도전과 맞물려 있다. 기득권자에 대한 설득은 물론 보편적 공교육의 순결성이나 사회보험으로서 의료보험의 온전성을 믿는 이들과 그 배후의 정파들을 이념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소화제나 해열제 등 가정 상비약의 수퍼 판매처럼 쉬워 보이는 개혁조차 지난 20년간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보면 서비스 분야의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이 길을 가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언론과 학계가 더불어 결의를 다지면서 틈나는 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미래형 전략산업 키우자


국내 600대 기업은 올해 114조653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년보다 10% 증가한 규모다. 3월에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왼쪽)와 허창수 전경련 회장(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건배하고 있다.
경제개발 50년 동안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는 약 500배, 수출은 1만 배 이상 성장했다. 국력을 결집해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을 집중 육성한 결과다.

그러나 주력산업에 자본과 인력을 쏟아붓는 요소투입형 성장은 한계에 도달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부상으로 세계 경제지도가 바뀌고 있고,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기 전에 차세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전략산업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 트렌드를 잘 짚어야 한다. ‘녹색’과 ‘융합’이 유력한 해답이 아닐까 싶다. 우선 녹색경제로의 전환은 온실가스 감축, 대체에너지 개발 등에서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을 가져올 것이다. 이미 기업들은 녹색경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은 2020년까지 녹색산업에서 50조원의 매출을 창출한다는 ‘녹색비전 2020’을 제시했다. 현대자동차는 친환경차 개발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3년까지 4조1000억원을, LG그룹은 2020년까지 녹색산업에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녹색성장과 더불어 중요한 키워드는 융합화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개별 업종의 벽 안에서만 경쟁하던 기업들은 이제 업종을 넘어 서로 경쟁하는 어려움과 동시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산업의 융합화가 촉진됨에 따라 신기술 개발 기간은 짧아지고 제품 수명도 단축돼 재빨리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녹색화, 융합화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 전략산업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 리스크가 크고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독창적 응용기술 개발, 제품 혁신 등을 위해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도 뒷받침돼야 한다. 녹색·융합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기존 ‘추격형 전략’에서 세계에서 유일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선도형 전략’으로 전환하고, 산업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정책을 개별 산업의 틀 안에서 독립적으로 추진하기보다 시스템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제정된 산업융합촉진법은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전략을 융합해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유지돼온 산업별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금융자원이나 세제혜택도 산업별로 하기보다 기술 경쟁력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10년이 중요하다. 급변하는 경제환경과 기술진보에 비추어 볼 때 10년간 우리 경제와 산업의 변화는 지난 경제개발 50년간의 그것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다. 10년 후 우리 경제의 위상과 산업지도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는 미래 전략산업을 추진할 기업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



장지종 중소기업연구원장

스몰 자이언트 3만 달러 시대 첨병


규모는 작지만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강소기업인 ‘스몰 자이언트(small giant)’의 활약이 향후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 시기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다수의 제품이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지고 수출에도 큰 몫을 차지한다. 세계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는 스몰 자이언트가 많이 탄생하도록 우리 사회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3만 달러 시대 달성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이 스몰 자이언트가 되려면 기업의 부단한 혁신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가능하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한·EU FTA가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등 국가 간 무역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모바일 혁명으로 대변되는 경영여건의 급속한 변화 등이 기존 경영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인이 깊이 인식하고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시장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는 스몰 자이언트가 되기 위한 경영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 있는 분야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 스스로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오늘날 기술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오늘의 첨단 기술이 내일 범용 기술화되는 환경에서 기술 자체만으로는 스몰 자이언트 지위를 확보하고 유지하기가 어렵다. 차별되는 기술을 기반으로 디자인이나 현지 문화 접목 등 소비자의 우뇌를 자극하는 감성 제품으로 시장을 리드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재양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 투자를 해야 한다. 우수 인재 확보의 어려움을 중소기업의 태생적 한계로 치부하지 말고 꾸준히 재직자를 훈련하고 근무환경 개선, 복지제도 확대 등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 일자리로 만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반 중소기업이 스몰 자이언트로 변신하는 것을 방해하는 사회적 장애요인이 제거돼야 하고 현재 시행되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탈취한다든지, 중소기업이 개척해 놓은 시장을 자금력을 바탕으로 일시에 잠식해버리는 사례가 없어지지 않는 한 스몰 자이언트의 새로운 탄생은 어려울 것이다. 정의와 공정, 최소한의 상도의가 통용되는 시장질서가 확립되도록 경제주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정거래 차원을 뛰어넘어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스몰 자이언트화를 위해 기술협력, 해외 지점망 개방 등 장기적 안목에서 동반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현실에 뒤떨어지는 각종 규제의 지속적 정비가 필요하다. 법령 개폐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법령에 금지 규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당연시되도록 일선 공무원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끝으로 중소기업은 숫자가 많고 업태도 다양하기 때문에 대상별 맞춤형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최근 소상공인 지원정책 추진, 시니어 창업지원 정책 등 대상별로 정책이 세분화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러한 세분된 정책이 스몰 자이언트 지원정책에도 적용돼 수많은 스몰 자이언트의 탄생을 촉진하고 이러한 기업들이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의 첨병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 회장

건실한 벤처기업인의 실패를 용인하라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가입한 페이스북. 이제 겨우 여섯 살이 된 이 서비스의 현재 시장가치는 무려 80조원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는 한 20대 청년의 도전이 전에 없던 신(新)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벤처업계에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스티브 잡스도, 애플도, 아이폰도 없다.
비슷한 예는 한국에도 있었다. 싸이월드·아이러브스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시작은 한국이 먼저다. 하지만 같은 아이디어가 미국에서는 세계를 제패했지만 한국에서는 안타깝게 놓쳐버린 비운의 사례로 남았다. 그렇다면 동일한 아이디어가 미국에서는 전에 없던 신시장을 만들어내고 한국에선 사라지는 이유가 뭘까.

문제의 해답을 찾다 보면 그 끝에는 언제나 ‘의식’이라는 단어가 남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창조보다는 개선을, 변화보다는 안전을 미덕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개선만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가치를 창출하기에는 시장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창조정신이 없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 의지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미국이라고 항상 성공 사례를 내놓은 건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기업 100개 중 99개는 실패한다. 그러나 사회는 이 벤처기업이 실패했을 경우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최선을 다했다면 그 실패에 섣불리 낙인을 찍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 없이 변화를 즐기고, 그 속에서 창조적 제품을 만들 것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적극적 해외시장 개척보다 대기업의 보호 안에서 안주하다가 도태되는 사례가 많았다. 도전에 따른 성공의 영광보다 실패의 좌절만을 지켜본 우리 젊은이들은 쉽사리 창업에 뛰어들 엄두를 못 낸다. 결국 잘못된 사회인식이 젊은이의 의지를 꺾어놓는 셈이다.

벤처기업인의 도전이 공정하고 가치 있게 평가 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의사나 변호사, 혹은 대기업에 입사해 안전함을 누리는 것보다 새로움에 도전하고 창조를 즐기는 미래 산업 개척자들에게 더 많은 박수와 격려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만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벤처기업인이 나온다.

이런 성과를 통해 우리 젊은이들에게 기업가를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이 청년들의 도전과 창조에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이 달려 있다. 창조적 창업이 곧 기회이고 도전이라는 성공적 벤처 모델이 한국에 꼭 필요한 이유다. 한국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선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다양한 성공 모델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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