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한 수’ ④ >>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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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반정부 시위, 인플레이션, 동일본 지진…. 최근 몇 년에 한 번 일어나기도 힘든 사건이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계경제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다행인 것은 주식시장이 단기적인 불안보다 장기적인 경기회복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변수로 꼽았던 이머징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세계경제의 화두는 뭘까. 두 가지다. 성장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와 동일본 지진이 바꾸어 놓은 각국 에너지 정책의 변화다.
엔화가 세계 증시 이끈다2009년 이후 세계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었던 선진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변화가 일고 있다. 미국경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며 6월을 기점으로 2차 양적 완화(quantitative eage·QE)정책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유럽연합(EU)의 기준 금리가 추가적으로 인상될 조짐을 보인다. 하지만 동일본 지진이 선진국 통화정책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가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돈을 풀고 있어서다. 일본 중앙은행이 시행하는 유동성 팽창 정책 규모는 미국의 QE1과 QE2에 이은 QE3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3월 들어 일본중앙은행의 본원통화량이 12조 엔(약 1400억 달러) 늘었다. 미국 QE2 프로그램이 한 달에 750억 달러씩 국채를 매입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엔화가 공급된 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엔화 약세로 엔캐리 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 미국 양적 완화 종료에 따른 유동성 빈자리를 엔캐리 자금이 메우게 된다는 얘기다. 엔화가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이유가 있다. 선진 7개국(G7) 중앙은행이 공조를 통해 엔화 강세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공조를 펼친 적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85년 달러 약세를 초래한 ‘플라자 합의’와 87년 달러 가치 안정을 유도했던 ‘루브르 합의’다. 두 번 모두 성공했다. 이번 공조 역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세계 자금 흐름이 달러에서 엔화로 바뀌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긴축정책으로 돌아선다고 해도 일본의 유동성 증가로 선진국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세계경제에 영향을 줬던 중동 반정부 시위,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이 하반기엔 완화될 전망이다. 우선 중동 지역 반정부 시위는 진정될 분위기다.
자원·신재생에너지 산업 유망물론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 여러 지역 시위로 세계가 소란스럽다. 하지만 시위 여파가 중동 지역의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옮겨갈 가능성은 낮다. 사우디 경제를 뒷받침하는 오일 달러가 충분하고, 왕정·토후 통치에 따른 정치적 안정성이 큰 까닭이다. 최근 국가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사우디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에 증시는 상승세를 그렸다. 중동 지역에 대한 세계 투자가들의 불안감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머징 시장의 물가상승도 하반기로 갈수록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요즘 중국 구매물가지수의 상승세가 둔화하고 통화량 증가율 역시 감소하는 모습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지면서 이머징 시장의 수요도 늘 것이다. 특히 인구 증가, 산업 발전, 삶의 질 향상 등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 위한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중국, 인도 등 이머징 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이 낮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가 본격화하면 경제 성장 속도보다 에너지 수요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이머징 시장의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투자 유망한 산업은 뭘까. 단기적으로는 정유산업과 자원개발(E&P)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와 조선업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세계 경쟁 업체 대비 기술력이 뛰어나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정유산업의 강점은 설비다. 대형화된 수출형 설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탄력적인 성장을 보여줄 것이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수출하고 있다. 이머징 시장의 석유제품 수요가 늘 경우 수혜가 클 것이다.
최근 국내 정유업체들의 행보를 보면 트렌드 변화에 맞춰 E&P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할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국내 업체들의 뛰어난 정제 능력과 E&P 분야의 가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산업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동일본 지진 영향으로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세계 에너지 산업은 ‘화석 연료-원자력 발전-신재생에너지’라는 기존의 연결고리에서 ‘석유·석탄-LNG-태양광’이라는 조금 더 구체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자력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그중에서도 태양광의 인기가 높다. 세계 각국에서 태양광 산업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 역시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국내 태양광 산업의 특징은 태양전지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로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0년 기준 20%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태양 전지의 60%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기준 24%를 기록했다.
에너지 시추·생산 설비 분야에서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시추설비인 석유시추선은 세계 수주 잔고의 93%를 국내 업체가 점유한다. 중국과 싱가포르는 각각 5%와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생산설비인 Oil FPSO(심해 원유 생산·저장설비)의 경우도 수주 잔고의 90% 이상을 국내 업체가 생산한다.
에너지 관련 시추·생산 설비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독보적이다. 동일본 지진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LNG FPSO(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와 LNG선에 대한 글로벌 유명 업체들의 발주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전망은 더욱 밝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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