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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제2 금융위기 우려에 부동산시장 긴장

[Real Estate] 제2 금융위기 우려에 부동산시장 긴장

3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걸까. 2008년 9월 이후 꼭 3년 만에 다시 금융위기 우려가 주택시장에 팽배하다. 그때처럼 지금도 뜻밖의 외부 충격이다. 금융위기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번에도 주택시장에 그때와 같은 충격파가 미칠지 불안한 모습이 역력하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도권 집값이 3.7%, 전셋값은 4% 각각 빠졌다.

주택시장은 3년이 지나도록 금융위기 후유증을 앓고 있다. 그나마 최근 다소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6~8월 마이너스를 보이던 수도권 집값이 8월 들어서는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세를 보였다. 8월 아파트 거래량도 4개월간의 감소세를 벗어나 증가세로 돌아섰다. 실거래 신고 건수가 전국적으로 4만4000여 건으로 7월(4만2000여 건)보다 3.1% 늘었고 지난해 8월(3만1000여 건)보다는 무려 42.1%나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수도권 신고 건수가 1만5000여 건으로 지난달(1만3000여 건)에 비해 12.6% 증가한 가운데 서울은 4300여 건으로 한 달 새 22.1% 늘었다. 8월 들어 집을 사겠다는 소비심리도 좋아졌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8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지수는 129.9로 7월(125.5)보다 소폭 상승했다. 수도권은 124.8로 5.3포인트 올랐다.

8월의 분위기를 이어 9월 들어서도 주간 집값 변동률은 플러스를 이어가다 9월 넷째 주 순식간에 나빠졌다. ‘추석 이후 나아지겠지’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던 주택시장에 갑자기 제2 금융위기 우려가 엄습한 것이다. 서울 강남권에서 여파가 가장 빠르고 크다. 집값을 주도하는 강남권에는 투자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투자 수요가 아무래도 실수요보다 더 민감하다. 주식시장까지 출렁대면서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한 투자자들의 매물이 가세했다. 서초구 K공인 관계자는 “주식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투자 목적으로 구입해 놓았던 집을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급매물 쌓이고 매수 문의 사라져한때 14억원 가까이 올랐던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56㎡형은 8월 10억1000만원 선이었는데 금융위기 파장이 커지면서 10억원 밑으로 떨어져 9억6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1억원 이상 빠지는 분위기다. 지난 5월 11억8000만원에 팔렸던 110㎡형이 최근 10억4500만원까지 내려갔다. 116㎡형도 12억3000만원에서 10억8000만원까지 각각 하락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바닥을 치고 좀 나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난데없는 금융위기 후폭풍이 일면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북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봉구 C공인 관계자는 “거래는커녕 문의전화도 끊기다시피 하면서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전했다. 도봉구 쌍문동 한양1차 아파트 99㎡형의 경우 1000만~3000만원가량 떨어졌다.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들도 1000만~2000만원 빠졌다. 상계동 D공인 관계자는 “급매물도 거래가 없는 상태여서 사무실 운영도 어렵게 됐다”고 한숨 쉬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분당은 이매동 아름마을 건영 229㎡형이 8월 이후 1억원이나 내린 10억~11억5000만원 선이다. 금곡동 청솔마을 성원 163㎡형도 8월 초보다 4500만원 내린 7억~7억8000만원이다. 야탑동 장미마을 동부 159㎡형이 6억2000만~7억6000만원으로 8월보다 4500만원 빠졌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한 단계 작은 주택형 시세로 가격을 내려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산에서도 주엽동 문촌마을 4단지 삼익 226㎡형은 6000만원 내린 7억5000만~9억5000만원이다. 올 초와 비교하면 1억3500만원 하락한 것이다. 장항동 호수마을 3단지 삼환유원 185㎡형은 8월 초보다 2500만원 빠진 7억~7억5000만원이다. 장항동 YES공인중개사는 “그동안 저렴한 매물 위주로 간간이 거래됐는데 금융위기가 번지면서 갈수록 더 거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마두동 강촌마을 8단지 우방 198㎡형도 8월보다 2000만원 정도 빠졌다.

주택시장이 단기간의 충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쩌면 이번 사태가 아직 초입이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불확실하다. 일단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국내 경제에도 충격파가 번지고 있어 ‘대형 악재’에 주택시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체력이 허약한 수도권 시장이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조정, 폭락은 없을 듯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반등을 기대했던 심리가 조금씩 싹트고 있었는데 금융위기 우려로 다시 위축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과거에는 증시와 부동산이 반대로 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부동산이 금융시장 안에서 움직인다”며 “금융과 부동산의 동조화로 매수 타이밍을 뒤로 미루는 사람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도 “금융이 흔들리고 있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자금 여력이 별로 없다”며 “수요가 없고 돈줄이 막힌 셈이어서 당분간 가격 조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락이 불가피하더라도 폭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계가 이번에도 금융위기를 극복할 것이란 낙관론이 바탕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주택시장이 빠르게 회복했다. 수도권의 경우 집값은 6개월 만에, 전셋값은 4개월 만에 하락세를 벗어났다.

수도권 집값은 그 이후에도 소폭 등락을 반복하며 다소 빠지기는 했지만 폭락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세계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지 않는 한 주택가격이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집값의 경우 하향 조정됐기 때문에 하락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주택공급이 적은 것도 집값의 큰 폭 하락을 막는 힘이 될 것 같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올해 하반기 이후 입주물량이 많이 줄어든다. 여기다 갈수록 심해지는 전세난도 집값 하락 안전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양사이버대학교 지규현 교수는 “주택시장은 그동안 작지 않은 구조적인 변화를 겪어 왔다”며 “이번 금융위기 우려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꺾일 수 있겠지만 하락폭을 더 확대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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