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디의 두 얼굴

조 우 석“마하트마 간디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젊은이에게 스와라지(인도의 자치)를 쟁취하기 위해 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바치라고 독려했다. 이에 따라 많은 젊은이가 기꺼이 죽어갔지만, 간디가 원했던 자치는 단지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난다는 데 그쳤을 뿐이다. 달리트(천민)는 재산을 전혀 가질 수 없고 병원도 없는 곳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죽어라 일만 하고 자식에게 자신과 똑같은 삶을 물려주는 카스트(승려계급인 브라만에서 천민에 이르는 인도 신분제)제도는 영원히 계속되었다. 이것을 과연 비폭력적 사고라고 할 수 있을까? …왜 간디는 자신은 지키지 않았던 카스트 제도를 달리트들에게 강요했는가?”(‘인도는 울퉁불퉁하다’ 68쪽)
이번 주 우리의 읽을거리는 인도의 좌파 정치인인 E M S 남부디리파드의 책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한스컨텐츠 펴냄)이다. 이 책의 메시지를 해독하려면 ‘인도는 울퉁불퉁하다’(한스컨텐츠 펴냄)를 함께 읽어야 한다. 인도 콜카타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정호영이 쓴 책인데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도 번역했다. 두 책은 하나로 읽히는데, ‘인도는 울퉁불퉁하다’는 2000년대 초 우리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인도의 부조리한 현실을 전한다. 무엇보다 ‘인도=신비의 나라’라는 통념은 잘못이다. 성자와 구도자의 나라, 여행자들이 죽기 전 가봐야 할 여행 천국이기는커녕 불합리한 사회제도 아래 신음하는 요지경 속을 새삼 보여준다.
물론 인도는 거대 신흥시장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12억 인구의 인도는 친디아(Chindia)와 브릭스(BRICs)란 용어가 대변하듯 21세기를 이끌 신흥 경제대국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블루오션이다. 국민 다수가 극빈층이지만, 세계적 두뇌들을 배출해 온 IT와 과학기술 분야의 강국이기도 하다. ‘인도는 울퉁불퉁하다’는 ‘우리가 진짜 인도의 얼굴을 알고 있을까?’하고 정색하며 묻는다. 비폭력의 성자 간디, 낭만적으로 신화화된 인도 이미지는 일정부분 과장이자 허구일지 모른다고 역설한다.
또한 인도는 극심한 대립과 빈부격차에 시달린다. 극우 힌두 테러 조직부터 합법 공산당들, 극좌 마오이스트 게릴라 조직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념이 공존하는 정치 지형이 생겨난 역사적, 사회적 측면을 이 책은 조명한다. 인도가 독립 이후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펼쳤다고 알려졌지만 실은 국가자본주의 경제정책을 펼쳐왔다는 주장을 편다. 간디의 두 얼굴에 가한 저자의 비판은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의 핵심 질문과 같은 시각에서 전개됐다. 다음은 이 글 맨 앞 인용에 이어지는 다소 쇼킹한 대목이다.
“간디가 앞세운 스와라지를 쟁취하려고 싸웠던 간디 추종자들의 구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인도인들의 종군을 독려하며 내건 다음과 같은 구호였다. ‘왕의 부름을 받은 우리 인도 제국의 용감한 젊은이들이여/ 자유를 위해 나가서 싸우자.’ 이것은 일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 젊은이들에게 천황의 부름에 따라 전쟁에 나가 싸우라고 한 내용과 다름없다. 델리에 있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죽어간 9만 명의 인도 병사의 이름이 새겨진 인디아 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나는 죽어간 인도 젊은이들과 ‘상층 카스트만을 위한 천국’ 스와라지를 쟁취하고자 했던 온화한 미소의 ‘비폭력의 성자’ 간디가 겹쳐지면서 썩 기분이 좋지 않다.”
여기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이 새삼 조명하듯이 왜 간디는 이 대명천지에 신분제도를 유지하려 했을까? 그의 다음 발언을 유심히 음미해 보라. “나는 카스트제도를 인생의 법칙이라고 믿는다. 또한 자신이 속한 카스트를 탓하지 않는 게 좋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겸양의 표시다.” 간디는 생전에 그렇게 말했다. 그런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개명된 요즘 세상에 악습 중의 악습인 신분제를 극력 옹호했다는 게 좀 어리둥절하지만, 그건 그의 신념이자 정치철학의 핵심이었다.

궁금증 또 하나. 왜 그는 인도 젊은이들의 징병을 권유했을까? 명분이 없진 않았다. 영국을 그렇게 도와준 다음 인도의 자치를 호소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벌써 그 자신의 비폭력 철학에 흠집이 생겼으며, 간디가 근대적인 것의 기본을 반대했던 인물이란 지적을 면키 어렵다. 사실 비폭력 철학은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1909년 7월 인도의 열혈파 젊은이 딩그라가 영국의 제국주의자 커즌 와일(인도 담당 정치보좌관)을 암살하려 했다. 그때 간디의 태도는 실로 엉뚱했음을 우리는 안다. 이 책의 저자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대목이다.
즉 ‘인도의 안중근’인 딩그라를 향해 맹목적 애국주의자라며 엉뚱한 비판을 했던 게 간디란 정치인이었다. 참고로 딩그라의 암살 시도 2개월 뒤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데 성공했다. 결정적으로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이 지적하는 간디의 오점은 그가 토지개혁에 끝내 반대했던 사람이라는 점이다. 인도에서 지금껏 토지개혁이 미뤄진 까닭도 그 때문이다. 공산주의 정치세력이 현대 인도에서 만만찮은 이유도 그 맥락에서 설명된다. 희한한 노릇 아닌가? 토지개혁이란 숙제는 한국의 경우 이승만 정부가 1940년대 후반 깔끔하게 이뤄내지 않았던가?
대만·일본·인도네시아도 그 무렵에 모두 개혁을 끝냈다. 번역자의 말이 흥미롭게 읽힌다. “인도에서 이승만이 다시 태어나 공산화를 막으려고 토지개혁을 하자고 외쳤다면 공산주의자라고 비난 받거나, 마오이스트라는 오명을 쓰고 감금되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20세기 인도를 대표하는 좌파 정치인이다. 본래는 열렬한 간디주의자였으나 훗날 사회주의운동에 투신했다. 책이 첫선을 보인 건 1958년. 반세기 전에 나왔지만, 낡았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저자가 1998년에 쓴 글 두 꼭지를 더해 일부 아쉬움도 덜었다. 더욱이 이 책은 중용을 지키는 미덕이 돋보인다. 정치노선을 달리 했던 간디가 ‘인도의 국부(國父)’임을 결코 부인하지는 않는다. 독립운동이란 목표에 인도 민중을 단결시킬 수 있었던 유일한 인물이란 평가다. 어쨌거나 간디 비판서로 대표성을 가진 건 분명하다. 세상의 모든 인물, 특히 정치 지도자란 다면체(多面體)임을 알려준 것만 해도 역할은 크다. 역사를 너무 쉽게 재단하거나, 그 안의 지도자들의 한 쪽 면만을 부각시켜온 우리의 오랜 관성에도 울림을 준다. 그래서 한국의 현대사를 비춰볼 만한 거울이기도 하다.
[필자는 문화평론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단독] ‘제2의 곽튜브’ 꿈꾸는 이자반 “전 여자친구와 이별로 유튜브 시작… 반지하서 성공 일기 쓸 것” [IS인터뷰]](https://img.edailystarin.co.kr/data/isp/image/2026/05/11/isp20260511000046.400.0.jpg)
![혹시 밥 친구가 필요하세요?... 그렇다면 오늘은 ‘이자반’ [김지혜의 ★튜브]](https://img.edailystarin.co.kr/data/isp/image/2026/04/19/isp20260419000032.400.0.pn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美 도매물가 쇼크에 뉴욕증시 장초반↓…반도체株는 강세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IS 고양] ‘슈퍼팀’ KCC, 소노까지 집어삼키고 7번째 ‘우승’…역대 최초 6위팀 챔프전 ‘정상’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트럼프, 중국 국빈 방문 일정 시작…내일 ‘세기의 회담’(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쿠팡, 첫 배당 끝에 찾아온 적자…韓 법인 ‘3.6조 곳간’ 헐리나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로슈의 패스AI 인수로 입증된 의료AI 성장 잠재력...최대 수혜자는 '루닛'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