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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es] 지금 잘나가는 기업보다 미래 업종을 본다

[Riches] 지금 잘나가는 기업보다 미래 업종을 본다

서울 잠실의 갤러리아팰리스에 거주하는 사업가 K씨는 프라이빗뱅커와 대화할 때 절반 이상은 항상 ‘앞으로 한국 기업이 뭘 해야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고민에 쏟아 붓는다. 그가 젊은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던 이야기다. 그는 언제나 ‘어느 주식을 사야 주가가 오를까’라는 고민보다는 ‘어느 비즈니스를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훨씬 더 쉽다고 말한다.

실제로 K씨가 가장 오래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삼성전자다. 1998년부터 3만~10만원대에 5000주가량을 매입해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를 만들어 파는 비즈니스가 당시 주식시장을 사로잡았던 무역업, 건설업, 금융업보다 훨씬 나아질 것 같아 삼성전자 주식을 계속 매입했다고 한다. 그동안 주변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수익을 실현해 놓으라는 소리를 너무도 많이 들었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한국의 IT업황이 괜찮을 듯해 당분간 보유할 생각이다.



나름의 신수종사업 리스트 만들어K씨는 2000년대 말부터는 부품·장비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LG전자 같은 IT완성품 기업이 세계를 석권한다면, 그 장비를 만드는 회사 또한 세계 일류회사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휴대전화 부품주, LCD 장비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또한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가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외국에 나갈 때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마찬가지로 자동차 부품주의 편입 비중을 높여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그는 2011년 하반기에 들어 앞으로의 투자 업종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하기 시작했다. 그는 잘나가는 회사를 고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잘나가는 업종을 선택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업종에 대한 분석을 매우 철저히 한다. K씨가 최근 주목하며 비중을 늘려나가는 쪽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관련 주식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라는 걸출한 두 기업이 세계시장을 압도적으로 리드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에, OLED 장비 관련주와 OLED 부품주에 투자금액을 늘려나가고 있다.

경제관료 출신이며 현재는 무역업을 하는 L씨는 외국으로 출장 가는 일이 잦은 편이다. L씨는 외국에 나갈 때마다 박람회나 전시회 일정을 체크하고 가능하면 꼭 참석해 선진국 동향을 꼼꼼히 둘러보고 온다. 또한 정부나 각 그룹이 발표하는 미래전략사업 청사진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스크랩해 챙겨볼 정도로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예컨대 5대 신수종사업으로 태양전지, 자동차용 2차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을 선정하고 여기에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매출 50조원을 올린다는 삼성그룹의 마스터플랜에 관심이 남다르다.

이건희 회장만큼은 아니더라도 강남 부자들 역시 안테나는 과거와 현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L씨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제약 및 바이오, 나노기술, 로봇산업, 소프트웨어 및 문화콘텐트 등을 나름대로 선정한 신수종사업으로 꼽아 놓고 있다. 자신의 사업방향도 언제나 이 카테고리에서 연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으며, 주식이나 펀드 등에 대한 투자도 항상 이런 미래전략사업 비즈니스에서 부와 이익이 창출될 것이라고 보고 준거 기준으로 삼고 있다.

L씨는 이런 신수종사업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게 대부분이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예가 많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지원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태양광사업처럼 초기 투자비용이 크게 소요되는 부문에는 정부 차원의 장려정책과 규제정책 그리고 재정지원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정책이나 세제지원 등은 이미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시행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L씨를 비롯한 강남 부자들은 이런 정부 지원제도와 R&D 지원제도 등의 긍정적 영향을 간과하지 않고, 투자의 기회로 삼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자산운용사 또한 이런 신수종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기업의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설정하기 시작한 이런 펀드들은, 개인투자자가 직접 신수종사업으로 전망이 밝은 업종을 점찍었다 하더라도 실제 관련 기업의 내용과 투자가치를 분석하고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이들 펀드 역시 2차전지, 스마트에너지, LED, 하이브리드카, 헬스케어 등의 업종 내에서 가장 우량하고 성장성 큰 기업의 주식을 선택해 투자하는 구조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다. 이런 구조다 보니 자세한 기업가치 분석 및 주가 전망을 하기에는 개인의 역량이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10년, 20년 후를 본다물론 멋진 이름과 비전으로 포장된 신수종사업은 대박의 기회인 동시에 실패의 시초일 수도 있다. 최근 태양광사업의 명암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난 기대감과 장밋빛 비전을 한 몸에 받다가도 정부지원 제도의 변경, 세계적인 공급 과잉, 단가 하락 등으로 갑자기 찬바람을 맞으며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휴대인터넷 와이브로를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며 2조원 넘게 투자했지만 현재 통신시장 분위기는 냉담하기 그지없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국내에만 국한된 활동을 하는 한국 기업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컴퍼니가 됐기 때문에 이들이 진행하는 의사결정의 성패는 종업원뿐만 아니라 투자자를 비롯한 대다수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강남 부자들은 단순히 투자기회 확보 차원에서만 신수종사업을 꼽는 게 아니라 본인의 사업계획, 자녀의 취업 등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한다. 과거를 정확히 해석하고 교훈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년 후, 20년 후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기 위해 늘 눈과 귀를 열어 공부하고 노력하고 고민하는 그들의 투자법은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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