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w] 내부증언자 형벌감면제 도입한다

내부증언자에 대한 형벌감면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직범죄, 마약범죄, 뇌물범죄 등은 매우 은밀하게 이뤄지는 속성상 가담자 이외에는 범죄의 직접적인 증거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에서는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등의 진술이나 증언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내고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검찰은 부패범죄에 활용 기대그래서 범죄에 가담한 사람이 형사재판 절차에서 범죄규명에 필수적인 증언을 한 경우 그들의 형벌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내부증언자에 대해 형사법적 혜택을 주면 진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가치 있는 진술증거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어 형사사법의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 동시에 구조적·조직적 범죄와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효과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이를 척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강력·마약·부패·테러범죄의 정범 또는 공범의 진술이 범죄규명에 없어서는 안될 것으로 인정되는 때 검사는 형사재판 절차에서의 증언을 조건으로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결정한 때에는 불기소처분을 받을 자의 성명과 기타 이를 특정할 수 있는 사항, 죄명, 범죄사실, 적용법조, 증언할 내용, 범죄사실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를 기재한 서면을 작성하고 검사, 불기소처분을 받을 자가 각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 후 그 부본을 불기소처분을 받을 자에게 교부한다. 셋째, 서면을 교부받은 자가 증언한 때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런 형소법 개정안을 검찰은 적극 반기고 있다. 법무부는 제안 이유를 통해 한정된 자원과 시간적 제한으로 범죄수사에서 명백한 물증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여러 사람이 관련된 범죄에서 범죄규명이나 결과발생의 방지 또는 범인체포에 기여한 피고인에게 형을 감면해 형사사법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제보자도 그대로 처벌돼 자백을 받기가 쉽지 않았는데 뇌물공여자의 형벌을 감면해 주면 아무래도 자백을 받기가 유리해질 것이고 검찰 수사도 한결 쉬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는 부패 범죄, 즉 뇌물수수에 대한 특별수사가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재야법조계는 이 제도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고 악용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수사기관과 법원이 피고인과 양형을 미끼로 거래하는 것을 입법화하자는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명백히 하고 있다. 수사나 재판이 상거래와 비슷한 양상으로 처리되는 것은 부적절하며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법령화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감면제도는 이미 기소편의주의와 기소독점주의에 의해 어느 정도 구현돼 있으며 형벌을 감면받는 내부증언자의 증언의 신빙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 없이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논란 많이 국회에서 진통 예상특히 형사절차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변호사단체의 반대가 거셌다. 대한변협이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발표한 반대의 논지를 살펴보자. 수사협조와 증언 등을 이유로 소추를 면제할 경우 공범자가 허위진술을 할 우려가 있다. 개정안이 열거하고 있는 범죄 즉, 뇌물범죄, 범죄단체 조직범죄, 마약류 범죄 등은 은밀하게 이루어져 내부가담자의 진술 외에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내기 어려운 반면, 반드시 척결해야 할 사회적 거악이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은 새로운 수사기법 개발 등 수사역량을 강화해 해결해야지 내부가담자의 협조를 통해 이를 대처하고자 하면 그 잇점에 못지않게 많은 폐단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뇌물죄는 뇌물공여자가 뇌물을 받은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 지속적인 이권을 누리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며 공여자와 받은 사람과 사이가 틀어진 경우에만 수사에 도움이 될 뿐 지속적이고 은밀한 뇌물수수행위 적발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다른 약점(횡령, 배임, 세금 포탈 등)을 은폐하거나 또는 이를 수사기관에서 문제 삼지 않는 것을 암묵적인 조건으로 공범자의 범행에 대해 허위 진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증이 없는 뇌물범죄의 경우 공여자의 잔술에 따라 뇌물수수의 혐의가 씌워지면 실제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도 이를 반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혐의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런 걸 따져보면 제도의 폐단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죄단체 조직범죄의 경우에도 범죄단체 내 파벌이 존재하고 파벌 간에 알력이 있는 경우, 상대방은 이쪽 약점을 모르고 이쪽은 상대방 약점을 알고 있는 것을 기화로 위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 자칫하면 수사기관이 범죄단체의 파벌 싸움에 놀아나는 형국까지도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5월에도 비슷한 내용의 법개정이 시도됐다가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반론에 부딪쳐 무산된 적이 있었다. 일부 수정을 거쳐 7월에 다시 국회에 제출된 이 제도는 유죄협상제, 즉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과 유사하다. 범죄자가 가벼운 범죄나 수개의 범죄 중 하나를 유죄로 자인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가벼운 형벌의 선고나 나머지 범죄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받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형사사건에서 적용되고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이번 개정안은 미국식 플리바게닝과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사법협조자’라는 용어를 ‘내부증언자’로, ‘사법협조자 소추면제와 형벌감면제’라는 명칭에서 ‘내부증언자 소추면제와 형벌감면제’로 바꿨다. 적용 대상범죄도 테러범죄를 제외하고 부패와 마약, 조직폭력등 일부 범죄에 한정했다. 우리의 형사법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해 논란이 많은 만큼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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