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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웅진코웨이·현대카드·GS샵 - 잘 버는 기업이 베풀기도 잘한다

아모레퍼시픽·웅진코웨이·현대카드·GS샵 - 잘 버는 기업이 베풀기도 잘한다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이익을 못내면 ‘착한 기업’이다. 박수를 받지만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이제 차별화 된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서 실적도 좋은 가치 공유형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런 기업 네 곳을 소개한다.
아모레퍼시픽 ‘2011년 핑크리본 사랑 마라톤 서울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핑크 리본 휘날리기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2011년 10월9일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전국 5개 도시에서 핑크리본 사랑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는 약 3만명. 서울에서만 1만3000여 명이 참가했다. 서울 여의도공원은 핑크색 유방자가검진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이 모여들면서 온통 핑크 빛으로 물들었다. 이 대회는 간판 뷰티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유방 건강 의식을 향상시키고 검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1년부터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아리따운 내 가슴 愛’가 모토. 지난 11년 간 참가자는 총 18만5000여 명에 이른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해를 거듭하면서 가족 단위 참가자가 늘어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하나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이 마라톤 대회는 유방 건강에 대한 여성들의 의식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인 핑크리본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린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캠페인을 펼치기 위해 2000년 비영리 공익재단인 한국유방건강재단을 설립했다. 2011년엔 대회 참가비에 회사가 보태 마련한 2억6000여 만원이 재단에 전달됐다. 이 돈은 유방암 예방과 퇴치에 쓰인다. 11년 간 총 24억여 원을 모아 집행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마다 매칭 기프트 제도에 따라 대회 참가비와 같은 액수를 기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1위 화장품 기업이다. 경영 실적도 꾸준히 좋다. 2011년 3분기까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이미 전년 연간 실적을 각각 13.7%, 8.9% 추월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우리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이 커뮤니티 발전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한다면 기업으로서의 질적·양적 성장은 자연스럽게 수반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사회공헌 지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10년 7~9월 전경련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74개 기업집단 및 기업재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년보다 사회공헌 명목의 지출(2조8735억원)이 8.4%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미국 발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 이후 유지되고 있다. 반면 미국 기업은 2008년, 일본 기업은 2009년 사회공헌 지출을 줄였다고 전경련은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여성 유방 건강 지키기 캠페인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기업의 지출은 비용이 아니다. 기업의 성장은 지역사회 및 글로벌 사회의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쓰는 돈은 사회의 발전을 촉진하는 장기적 투자일뿐더러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다. 조희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평판과 명성을 높여줌으로써 해당 기업의 가치를 제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전경련이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8.0%는 “품질이 같다면 값이 비싸더라도 우수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기업 제품을 사겠다”고 답했다. 손경숙 전경련 사회공헌팀장은 “3년 전 조사 결과지만 소비자들의 이런 인식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공헌을 잘하는 기업이 주가가 좋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2007년 기업책임시민센터가 사회공헌 우수기업 20사 중 상장한 지 7년 이상 된 회사 17곳을 골라 7년 동안의 주가 추이를 분석해 보니 12개가 시장 평균보다 뚜렷하게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현실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많은 기업이 나름의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서도 이익은 못 내는 그저 ‘착한 기업’에 머물고 있다.

사회환원에 눈을 못 뜬 채 회사 이익만 추구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기업도 있다. 이상형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한편 이익도 많이 내는 회사다. 이런 기업은 기업 자체와 사회 양쪽에 도움이 되는 공유가치(shared value)를 창출한다.

경영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은 자체의 이익보다 기업과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치 공유형 기업은 지속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런 기업을 멋진(smart) 기업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스마트한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을 할 때도 다른 경영 활동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최소의 투자로 기업과 사회 모두에 최대의 이익이 되는 전략을 구사하므로 효율성이 높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웅진코웨이

물 기업답게 물 살리기


웅진코웨이는 정수기·공기청정기 등을 제조·판매하는 생활환경 가전업계 선두기업이다. 2011년 추정 매출액은 전년보다 12% 늘어난 1조7020억원이다. 1998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렌탈 마케팅과 사전 서비스(before service)가 성장의 견인차였다. 불황으로 고가의 정수기를 들여놓기 어려웠던 외환 위기 당시 이 회사는 정수기를 대여해 주고 ‘코디’란 이름의 여성 서비스 요원을 투입해 정기적으로 점검과 부품 교체를 해줬다.

이 회사 사회공헌 활동의 키워드는 물 팔아 성장한 기업답게 물이다. 대표적인 게 3급수였던 충남 공주에 있는 유구천을 1급수로 바꿔놓은 것. 이 과정에서 생태계 조사를 실시해 주변 지역 환경을 진단하는 한편 임직원이 앞장서 폐자원 수거 등 정화 활동을 벌였다. 주민들이 유구천을 스스로 가꾸도록 하기 위해 농약병, 폐비닐 등을 주워오는 주민에게는 돈으로 보상을 했다.

주 오염원은 그러나 농약과 축산 오폐수였다. 그래서 벼농사를 하는 농민들이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으로 전환하면 쌀을 전량 사주었다. 올해 직원들과 회사 구내식당이 사들인 유기농 쌀은 4500가마. 축산 오폐수로 인한 오염을 막기 위해 창포, 연꽃, 수련 등 자정식물도 심었다. 6년 만에 유구천은 1급수를 회복했고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붉은배새매 등 청정지대에 사는 2380종의 동식물이 귀환했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사회공헌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말했다. “진정성이 있을 때만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사회공헌 활동이라야 기업 이미지 상승, 매출 증대는 물론이고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현대카드

물고기 주기보다 낚는 법 전수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사회공헌 활동은 네 영역에 걸쳐 있다. 문화예술 감상 기회 제공, 아동·청소년 대상의 아트 케어, 소상공인 자활 지원, 기부 및 헌혈 등이다. 소상공인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이 회사는 성공 창업 사례를 공유하는 드림 실현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주체는 현대차미소금융재단 산하의 미소학습원. 물고기를 대신 잡아 주는 차원의 금융 지원을 넘어 고기 낚는 법을 직접 전수한다. 2011년 하반기엔 드림 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소외 계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전문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는 전국의 소아암 병동을 순회하며 어린이희망음악회를 열고 있다.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항암치료로 지친 소아암 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11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한국의 경영대상에서 ‘한국의 사회공헌 리더’로 선정됐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측은 “수상 이후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구성원들의 참여도가 높아졌고 해당 부서 이외 부서에서도 사회공헌 활동과 관련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사회적 격려가 회사에 대한 구성원의 자긍심 향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다른 사회공헌 활동 확장으로 연결되는 선 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은 “오늘날 사회공헌은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 기능이 됐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타당성 검토도 누가 가장 불우한 이웃인지 찾아내는 타깃 선정에서 우리 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기능 선정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모든 기업이 획일적으로 쌀 포대를 등에 지고 한 방향으로 뛰는 건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목수는 목수 일을 해주고 페인트공은 페인트 칠을 해주는 게 효과가 크죠.”

사회공헌 활동도 연구·개발이 필요하고, 개인이 벌이는 재능 기부처럼 기업도 사회공헌을 할 때 전공을 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GS샵

아프리카 신생아에 털모자 보내기


GS샵은 해마다 영업이익의 3%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는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기업이다. 2010년까지 5년 연속 30% 이상의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한 고성장 기업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2011년 10월부터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 시즌 5를 시작했다. 5년째 펼치고 있는 이 캠페인은 저체온증으로 죽어가는 잠비아, 방글라데시 등지의 신생아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참여형 캠페인으로, 이 회사는 모자 뜨기 키트의 제작비를 후원하는 한편 판매를 한다. 고객이 GS샵에서 이 키트를 구입해 모자를 뜨고 난 후 보내오면 이 회사가 해당 국가에 전달한다. 모자 뜨기 키트 판매 수익금은 전액 두 나라를 비롯한 저개발 국가의 보건 영양 개선 사업에 쓰인다.

이에 앞서 2005년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정서 지원 사업인 무지개상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문화와 교육 기회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특기 적성 교육과 문화 체험 기회를 주는 것이 목표. 대표적인 사업인 ‘행복한 꼬마 음악가’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악기를 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지원하고 레슨을 실시한다. 이런 활동은 감성을 자극함으로써 동기 유발, 표현력 향상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이 회사는 밝혔다.

GS샵 측은 “TV와 인터넷을 통해 무점포 유통사업을 벌이는 홈쇼핑 기업으로서 사회공헌 활동은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설명한다. 상품을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신뢰가 기업의 생존에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사회공헌 활동도 TV와 인터넷을 통해 하고 있다.

허태수 GS샵 사장은 “무차별적인 지원보다 우리의 미래인 아동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공헌은 더 이상 세련된 장사 수단도, 고도의 마케팅 전략도 아닙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일 뿐이죠. 요즘 젊은이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자기 만족을 얻듯이 활동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사회공헌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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