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S] 문학과 과학의 시너지 효과
샌타페이 부근 언덕의 저택. 지금 이곳은 지성의 이상향(intellectual utopia)을 지향하는 학문융합(transdisciplinary)의 산실인 샌타페이연구소(SFI) 본부다. 최근 어느 날 다양한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그곳에 모였다. 화제는 게임 이론부터 역사언어학, 고대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까지 다양했다. 퓰리처상 수상자, 노벨상 수상자, 맥아더 재단의 ‘천재’ 장학금 수상자들이 복도를 서성이며 유리창에 매직펜으로 난해한 공식을 휘갈겼다. 소설가 레베카 골드스타인은 “대학원 시절 바라던 상아탑의 이상향(everything I hoped academia would be as a graduate student)”이라고 말했다.
SFI는 1984년 학계의 편협성에 좌절한 과학자들이 설립한 단체다. 그동안 소설가(골드스타인 등), 극작가(샘 셰퍼드 등), 철학자(대니얼 대닛 등)를 영입해 융합연구의 정신(collaborative ethos)을 확장했다. 그중에서도 소설가 코맥 매카시가 돋보인다.
매카시는 소립자 쿼크의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SFI 창설자 머리 겔만을 만난 뒤 이 연구소에 매력을 느꼈다. 1990년대부터 SFI를 들락거리다 지난 10년 동안 주요 회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여기서 책 몇 권을 썼다”고 말했다. 매카시의 타이프라이터 치는 소리는 복도에서도 메아리친다. 세미나에서 그가 제시한 질문은 과학자들의 화두다. 그의 공간 리모델링은 섬세한 미적 감각을 보여준다(새 거울, 회화작품, 나무 벽면 등).
매카시는 신기술에 반대하는 러다이트(Luddite) 운동가치고는 젊게 느껴지지만 과학자들은 그를 높이 산다. 물리학자 루이스 베텐코트는 “그가 늘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져(he just asks really good questions) 좀 무섭다”고 말했다. 신경과학자 크리스 우드는 매카시의 수학·물리학 지식이 웬만한 전문가를 능가한다고 말했다.
“내가 잘난 소설가로서 여기에 있는 게 아니다”라며 매카시가 미소를 지었다. SFI의 과학자들은 인문학자(humanists)들의 존재가 소중한 이유를 대지만 매카시는 ‘직교성(直交性, orthogonality)’ 이야기가 나오자 싱긋 웃었다. 직교성이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은다(bringing together people from different backgrounds)’는 뜻으로 SFI의 트레이드마크다. “잘은 모르지만 최신 유행어다(It’s the newest buzzword). 원래는 ‘올바른 각도’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과학을 좋아하고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에 여기에 있다. 흥미진진한 놀이가 많다.”
매카시는 과학과 문학의 공통분모를 발견했다. 우선 창의적인 차원을 공유한다(share a creative dimension). “과학에도 미적인 면이 있다(There’s an aesthetic to science). 전기장과 자기장을 통합한 맥스웰 방정식은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미적인 면 외에 다른 연결고리도 있다. “양쪽 모두 호기심, 위험 감수, 모험적인 사고, 다들 잘못이라고 말하는 무엇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태도가 기본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분석적 사고의 한계를 넘어서야 발전이 있다. “과학의 중요한 통찰력은 잠재의식에서 나온다(Major insights in science come from the subconscious). 분석적 접근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극작가이자 배우인 샘 셰퍼드는 SFI가 너무 좋아 샌타페이에 집을 샀다. “이곳에선 늘 전기가 통하는 듯한 짜릿함을 느낀다(Just the environment of people creates a certain electricity). 난 과학보다는 과학계 안팍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 누구도 경계선을 의식하지 않는다(not knowing where the borders are).”
[필자는 소설가로 최근 ‘드리븐(Driven)’을 펴냈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이승현이 끌고 이승현이 지켰다…2승 의미는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서유리, 칼 빼드나…"정신적으로 병든 사람"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6억 대출 제한’에 주담대 신청 역대급 ‘반토막’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위클리IB]‘수익률 쇼크’면한 韓 LP들…트럼프 과세조항 삭제에 ‘안도’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거품 꺼지는 바이오]①사면초가 바이오벤처, 자금 고갈에 속속 매물로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