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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 미래에너지로 떠오른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Technology] 미래에너지로 떠오른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전력 보릿고개’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수급상황이 안 좋았던 올 겨울. 정부는 전력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돼 긴급대책으로 산업부문의 절전규제에 나섰다. 전력대란이 오는 게 아닌가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도 그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전력부족 걱정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이에 대비해 태양빛처럼 무한정의 대체에너지로 전기를 만들려는 태양광 열풍이 거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는 매년 30% 이상 성장해 2010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와 맞먹는 350억 달러(31조5000억원)에 이르렀을 정도다.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태양전지의 효율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값비싼 반도체 사용하지 않아일반적으로 태양전지 하면 주로 집의 지붕 위를 덮고 있는 실리콘 옥사이드계통을 말한다. 태양전지의 주된 재료로 실리콘이 쓰이는 것은 실리콘이 ‘반도체’라는 점이다. 반도체란 빛을 쪼이면 전기를 흐르게 하는 성질이 있는 물질이다. 실리콘 태양전지의 에너지 변환 효율은 10% 안팎이며, 최대 19%를 나타내는 것도 있다. 수명도 20년 이상으로 길다. 단,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게 흠이다.

현재 에너지 변환 효율이 10% 이상 되는 태양전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밀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장비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높아진다. 효율이 높아지면 가격도 높아지는 ‘태양전지 딜레마’에서 과학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가격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태양전지를 만들 수는 없을까. 그래서 과학자들이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 값비싼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와 ‘고분자 태양전지’와 같은 유기 태양전지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쉽게 얘기하면 특수물질을 건물 유리창에 발라 사용할 수 있는 형태다. 물감을 바르듯 쉽게 원하는 형태의 태양광 발전기를 만들 수 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제조단가가 실리콘에 비해 최대 5분의 1 수준으로 적게 든다는 점이다. 게다가 쉽게 휘어지고 화려한 칼라가 가능해 창문이나 전자제품·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수명이 10년 정도로 짧고 에너지 변환 효율이 실리콘 태양전지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게 단점이다. 현재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이 10%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도 그 이상의 효율을 보여야 경쟁력이 있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이용해 전기를 만든다. 태양빛을 받으면 전자가 발생되는 염료를 사용한다. 식물의 잎은 광합성을 할 때 엽록소라는 염료가 빛을 흡수한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에서는 엽록소 역할을 나노 크기의 염료가 한다. 한마디로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염료이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산화·환원 전해질로 구성되어 있고, 반도체 산화물에 염료를 흡착시켜 만든다. 금속산화물인 이산화티탄(TiO2) 표면에 특수 염료(루테늄계)를 흡착시키면 염료분자가 태양빛을 받아 전자를 내놓음으로써 전기를 생산한다. 염료분자가 내놓은 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투명 전도성 기판으로 전달돼 최종적으로 전류를 생성한다. 그렇다면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에서 에너지 변환 효율을 높이려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염료는 엽록소처럼 특정 색을 지니고 있다. 각 염료 성분은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한다는 것은 하나의 염료만으로는 많은 빛을 흡수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여러 파장의 빛을 흡수하려면 여러 염료를 이산화티탄에 흡착시켜야 한다. 많은 양의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많은 전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여러 파장의 빛을 흡수할수록 더욱 효율 좋은 태양전지다. 1991년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처음 개발한 스위스 로잔연방공대의 그라첼 교수는 최근 기존의 가시광선에만 반응해 전자를 내뿜는 염료 외에 태양광에 포함된 적외선에도 반응하도록 구조를 변경해 효율을 높인 염료도 개발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전기가 잘 흐르도록 만드는 전해질과 촉매의 역할이다. 일반적으로 전기는 전극에서 발생한 전자가 외부 전극으로 이동하면서 발생된다. 하지만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에서 산화물 이산화티타늄은 내부 입자들이 무질서하게 배열돼 있다. 이는 대부분의 염료가 무질서하게 전극에 흡착돼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해질의 안정성이 높지 못하다. 이에 따라 전자 발생 효율이 떨어진다.

최근 한국인이 이끄는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염준호 박사팀은 새로운 전해질 물질로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의 에너지 변환 효율을 10% 넘게 끌어올리는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효율이 10%가 넘는다는 것은 광자(光子) 100개를 받으면 10개의 전자를 내놓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연구팀이 새로운 전해질로 효율을 높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염준호 박사 연구팀은 코발트계 물질을 이용해 산화·환원이 쉽게 일어나고 안정성이 높은 전해질 물질을 개발했다. 코발트계는 루테늄계보다 반응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이라 전자 발생 효율이 높다.



한국인이 이끄는 팀 신기술 개발또한 지금까지 사용하던 값비싼 백금 촉매를 전도성 고분자 물질로 대체해 태양전지의 값을 낮췄다. 뿐만 아니라 고분자 물질을 규칙적으로 배열하고 크기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변환 효율을 끌어올렸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염료감응 태양전지에 대한 세계 기업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의 본격적인 상업화와 시장 성공 시기를 5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효율과 가격 면에서 충분한 경제성을 갖는다는 얘기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가 양산돼 대체에너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날일 멀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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