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프랑스 론알프스 지방 - 짙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만년설의 신비
- [Travel] 프랑스 론알프스 지방 - 짙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만년설의 신비

프랑스 남동쪽, 스위스·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론알프스(RhoneAples) 지방은 파리에 이어 프랑스에서 둘째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지역이다. 매년 3000만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리옹·샤모니·안시 유명론알프스에는 미식의 도시라고 불리는 리옹이 중심 도시이다. 알프스 산맥 최고봉인 몽블랑(4808m)과 휴양지 샤모니도 있다. 특히 지난해 2018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를 놓고 평창과 겨룬 안시도 이곳에 있다. 안시는 1만8000여년 전에 알프스 빙하가 녹아 만든 호수로 유명하다.
론알프스 지방을 남북으로 나누어보면 독특하고 다양한 풍경을 한눈에 발견할 수 있다. 북쪽으로는 몽블랑처럼 높은 산과 희귀한 빙하 지역이 있는 반면 남쪽으로는 매미 소리와 라벤다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 한국은 따스한 봄햇살에 대지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론알프스는 아직 겨울이나 마찬가지이다. 론알프스에선 이르면 10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알프스에는 봄과 가을이 없고 여름과 겨울시즌뿐이다. 보통 여름은 6월에 시작해 9월에 끝난다.
우리가 상상하는 알프스의 풍경, 즉 푸른 들판에서 트레킹을 하거나 산악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여름 시즌에 이루어진다. 행글라이딩·카누·등산 등도 이 때 즐길 수 있다. 특히 알프스에는 400㎢에 이르는 만년설로 덮인 빙하지역이 있어 여름에도 스키를 탄다. 반면 지금과 같은 겨울 시즌에는 스키를 비롯해서 아이스 클라이밍, 스노 슈잉이 인기 레저다. 론알프스는 스키천국으로 스키장만 160여개나 있다. 최상급 코스는 보통 해발 3000m 이상, 초급이라도 1000m 정도에 슬로프가 있다. 인공설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자연설로만 이루어져 있다.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자랑하는 론알프스 지역은 보호지구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총 39개의 보호지구와 8개의 자연공원이 있는데 그중 2곳이 국립공원이다. 프랑스 본토의 7개 국립공원 중 두 개가 론알프스에 있는 것이다. 바누아즈(Park de la Vanoise)와 에크랑(Park des Ecrins)이 그곳이다. 1973년 지정된 에크랑 국립공원은 프랑스에서 가장 넓은 국립공원(2718㎢)으로 산세가 험하다. 칼날 같은 봉우리들이 거의 수직으로 뻗어 있다. 다가갈수록 찌를 것만 같아 움찔움찔할 정도이다. 오랜 세월 빙하가 깎아내 만든 자연의 조각품이다. 칼날 같은 절벽 때문에 에크랑은 암벽 등반의 메카이다.
에크랑은 암벽 등반의 메카 에크랑 국립공원에서 겨울철 인기 있는 레포츠 중 하나가 라게트(Raguette)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유럽에선 인기인데 내년 평창 스페셜 올림픽의 정식 종목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스노 슈잉(Snow Shoeing)이라고 하는데 길이가 50㎝쯤 되는 타원형의 보조 기구를 신고 눈밭을 걷는 레포츠다. 모양은 우리의 설피와 비슷하지만 바인딩이 달려 있는 것이 다르다. 해발 1400m에 있는 르 끌로(le Clot) 마을에서 라게트를 신고 두 시간 남짓 2㎞에 이르는 눈밭길을 걸었다. 성인 키만큼 눈이 쌓였지만 라게트는 이 눈밭에서도 빠지지 않는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아무리 힘을 줘도 20㎝정도 밖에 빠지지 않는다. 라게트의 매력은 눈덮인 산도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라게트를 신었어도 눈밭길을 걷는 것은 평지보다 몇배 더 힘이 든다. 1㎞쯤 산길을 올라가는데 1시간 반 가량 걸리고 땀도 많이 난다.

에크랑국립공원에서 북쪽으로 차로 3시간 가량 떨어진 바누아즈는 1963년 프랑스에서 제일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으로 에크랑에 비해 산세는 그리 험하지 않다. 주위에 샤르보넬(Charbonnel·3752m)·롱스(Ronce·3611m) 등 고봉들이 연이어 있지만 스키 슬로프가 약 3000m 높이까지 이어져 있어서다. 바누아즈에는 하이킹 코스가 잘 가꿔져 있는데 여름 시즌에는 그 길이가 약 500㎞에 이른다. 하지만 눈이 내리는 겨울에는 수십 ㎞로 줄어든다. 이 중 보느발 쉬르 아르크(Bonneval Sur Arc)에서 에코(Ecot) 마을까지, 왕복 약 5㎞에 이르는 코스를 걸어봤다. 바누아즈에서 가장 쉬운 눈길 하이킹 코스라고 한다.
보느발 쉬르 아르크는 바누아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 중 하나다. 높이가 해발 1850m에 이른다. 설악산 대청봉(1708m)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 길에는 눈이 1m 넘게 쌓였지만 설상차가 눈을 다지고 또 다져놓아 쉽게 걸을 수 있다. 길 옆은 온통 눈밭이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 여기저기에는 빙벽이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길을 따라 걷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 노르딕 스키를 신고 경사진 눈밭길을 개척하면서 올라간다. 엄청 힘들어 보였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기쁨이 남다를 것 같았다.
프랑스에서 가장 예쁜 마을한 시간쯤 올라가니 엽서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예쁘고 작은 마을이 나왔다. 해발 2000m에 위치한 에코 마을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예쁜 마을이라고 한다. 마을 중앙에 있는 성당을 비롯해 20여 채의 집들은 모두 반쯤 눈에 파묻혀 있다. 1960년대까지는 실제로 사람이 살았지만 지금은 모두 떠나고 없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바누아즈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다. 왼편으로는 당다뉴(D’andagne·3217m)에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처럼 보인다. 뒷편 알바롱(Albaron·3637m)은 눈 속으로 뾰족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 위로는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색 하늘이 펼쳐진다. 파란 하늘이 아닌 푸른 잉크를 뿌려놓은 듯 짙푸른 하늘이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평생 잊지 못할 그런 하늘이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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