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logy] 새롭게 각광받는 토륨 원전
제2의 원자력에너지로 다시 뜬다
[Technology] 새롭게 각광받는 토륨 원전
제2의 원자력에너지로 다시 뜬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라늄 원자로의 단점이 부각되면서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전 세계는 기존의 우라늄 원전보다 더 안전한 대안을 찾고 있는데, 바로 토륨 원자로다. 핵연료로 우라늄 대신 토륨을 사용하는 원자로다.
토륨은 납보다 흔한 금속이다. 바닷가 모래 등에 매장량이 풍부해 총 매장량이 우라늄의 4배에 달한다. 산출국이 편중된 우라늄에 비해 거의 모든 대륙에 고르게 매장돼 있고, 우라늄처럼 복잡한 가공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활용하기도 쉽다.
또 토륨 원자로에서 나오는 방사능 폐기물이 우라늄의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원자로 내부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태워지기 때문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방사능이 빨리 분해돼 반감기도 적다. 우라늄 원자로보다 구조도 간단하다. 이처럼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토륨이 원자력 발전 연료로 그동안 사용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성 낮아 그동안 우라늄 원전에 밀려1940년 미국 물리학자들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맨해튼 프로젝트를 끝내고 잠시 민간용으로 토륨 사용을 검토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는 상용화가 어려웠고, 당시는 우라늄처리에서 나오는 핵무기 개발용 플루토늄이 필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토륨은 주목받지 못했다. 우라늄 원자로는 핵연료에 들어 있는 우라늄238이 플루토늄으로 변환되어 핵폭탄 재료가 되지만, 토륨 원자로는 플루토늄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따라서 핵무기 제조가 어려운 토륨 원자로 방식에 당시의 강대국들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토륨은 우라늄과 달리 스스로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아 연쇄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핵분열이란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핵을 두 조각으로 쪼개는 반응을 말한다. 보통 원전에 이용되는 우라늄235가 중성자를 만나 충돌하면 에너지가 발생하면서 평균 2.5개의 중성자를 배출한다. 이때 방출된 중성자는 또 다른 우라늄을 핵분열시키는데, 이를 핵분열 연쇄반응이라고 한다. 배출되는 중성자는 그 양이 충분해 따로 공급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연쇄반응 과정을 되풀이한다. 핵무기는 이 과정에서 나오는 강력한 에너지를 이용한 것이다. 원자력 발전도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다.
반면 토륨은 이러한 핵분열을 자발적으로 일으키지 못한다. 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자 수가 부족해 외부에서 중성자를 만들어 공급해 줘야만 핵분열을 일으킨다. 따라서 중성자 공급을 중단하면 핵분열도 멈춘다. 이는 원자로 스위치를 끄거나 불의의 사고로 인해 정전이 될 경우 핵분열을 자동으로 멈춘다는 의미다. 때문에 토륨 연료는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일본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이 일어난 것은 노심 용융 때문이다. 우라늄은 사용이 끝나더라도 끊임없이 핵분열을 일으키면서 방사능과 고열을 방출하므로 이를 식히기 위한 냉각장치가 필요하다. 한번 불이 붙은 우라늄 연료봉은 20년 이상 불이 꺼지지 않는다. 일본 대지진 같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냉각장치 고장으로 인해 노심용융이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우라늄은 너무 활활 잘 타서 불꽃이 커질까 봐 걱정인 반면 토륨은 조금만 소홀이 관리해도 금세 불꽃이 꺼져 버리는 게 걱정이다. 불꽃이 꺼지면 에너지를 외부에서 가해야 하기 때문에 토륨이 우라늄에 비해 경제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경제성이 낮으니 사용을 회피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중성자 공급 방법이다. 그 공급 방식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카를로 루비아(Carlo Rubbia) 박사가 1984년 제안한 ‘에너지 증폭기’라는 이름의 토륨 원전이다.
EU, 실험용 토륨 원전 ‘미라’ 건설중에너지 증폭기는 원자로와 양성자가속기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신개념의 원자력 발전이다. 토륨에 불을 붙이기 위해 우선 양성자가속기로 양성자를 가속시켜 강력한 양성자를 만들고, 이것을 납이나 텅스텐과 같은 금속에 충돌시켜 다량의 중성자를 만든다. 이 중성자를 토륨에 쏘면 토륨이 우라늄233으로 바뀌게 돼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키며 에너지를 생산하고, 에너지가 터빈을 가동시켜 전기를 만들어낸다. 유사시에는 가속기 전원만 차단하면 중성자 공급이 차단돼 원천적으로 위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아직 상업용으로 개발된 단계는 아니지만, 루비아 박사가 10년 동안 이론적 검증을 끝낸 상태다. 우라늄 원전 못지않게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토륨 원전은 이미 세계적인 관심사다. 이를 위한 세계 각국의 연구 경쟁도 치열하다. 인도는 기초 연구만 10년 넘게 하다 작년 11월 300MW급의 토륨 원자로를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부지를 마련했다. 토륨 원자로에 대한 설계도 이미 끝난 상태이고, 6년 후쯤에는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다. 중국과학원은 작년 1월 세계 최대 규모의 토륨 원자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20년 안에 토륨 원자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에서는 6개 국립연구소들이 주축이 돼 토륨 원자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순수물리학 연구소인 페르미국립연구소도 프로젝트-X라는 새로운 가속기를 설계해, 순수과학 연구뿐 아니라 가속기 구동 방식 원자로 개발 목적에 사용하려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사성 광물을 보유하고 있는 호주에서도 토륨을 핵연료로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벨기에는 유럽연합(EU)과 공동으로 토륨을 미래 대체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 실험로를 운영하고 있다. 2009년 12월부터 기존 원자로에 선형가속기를 도입한 실험용 토륨 원전 ‘미라(MYRRHA)’를 건설하고 있다. 2014년까지 설계를 마치고 2019년 완공해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상태다.
물론 토륨 원전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는 전문가도 많다. 원료를 바꾸는 것만이 완벽한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가 희귀 에너지원을 찾아내기 위해 혈전을 벌이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고, 토륨 원전의 실현 가능성 역시 무시하지 못할 만큼 크므로 원전 연구의 다각화가 이루어져야 함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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