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RINE EXPlORATION] 해저 11km 여행

미 해군 돈 월시 대위가 바다 속으로 내려가 지구의 가장 깊은 지점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4시간 48분. 하데스(그리스 신화 속 지하세계의 신) 왕국에 비유될 정도로 무시무시하고(so forbidding that it is likened to Hades’ kingdom) 말 그대로 사람의 몸을 분해할 힘을 지닐 정도로 극단적인 환경이다(so extreme that it has the power to literally dissolve a human body).
그는 그날 일찍이 물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 일은 그가 몸 담고 있던 군대 외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동료 탐험자인 스위스 해양학자이자 엔지니어인 자크 피카르와 함께 다시 물 위로 올라올 때는 영웅이 됐다. 그들은 역사에 남을 업적을 달성했다. 그뒤 52년 동안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한 위업이었다.
이제 나이 80줄에 올라선 월시가 다시 한번 태평양을 찾았다. 인간의 탐험사에서 최고로 꼽히는 업적을 재현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접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지지는 않는다(is staying strictly topside).
대신 이번에 지표면으로부터 7마일(11.3km) 아래 챌린저 디프(Challenger Deep)로 알려진 지점까지 목숨을 건(death-defying) 여행을 한 사람은 제임스 캐머런(57)이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 감독이자 과학 애호가, 비범한 탐험가(explorer extraordinaire)다. 챌린저 디프는 괌 남서쪽 320km 떨어진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에 위치한다.
캐나다 출신의 캐머런 감독은 지난 3월 26일 사상 최초로 지구의 가장 깊은 곳(the bottom of the world)을 단독 탐사했다(become the first person to journey solo). 디프 시 챌린저(Deepsea Challenger)라는 이름의 11.8t짜리 잠수정(submersible)을 이용했다. 잠수정 앞으로 튀어나온 좁은 선실의 폭이 109cm에 불과했다.
초등학생 시절 처음 심해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whose curiosity for the deep was first fired as a schoolboy) 그에게는 최상의 모험이었다. 그는 ‘심연(The Abyss)’ ‘타이타닉(Titanic)’ 같은 걸작 영화를 제작했고, 여러 해에 걸쳐 수천 시간 동안 잠수정을 타고 바다 속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은 더 없이 위험한 탐사였다.
“영화를 찍을 때는 모두가 시나리오를 읽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를 안다. 탐사 여행을 할 때는 자연과 바다가 대본대로 따라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캐머런이 탐사 웹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에서 말했다.
월시는 반 세기 넘게 챌린저 디프의 역사를 독점했다(1960년 1월 23일 잠수정 트리에스테에 함께 탑승했던 동료는 4년 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캐머런과 나란히 역사책에 오르게 된 데 아무런 불만도 없다. 캐머런은 자신의 탐사를 지원할 60명의 해양 전문가 팀을 구성해 모선인 머메이드 사파이어(Mermaid Sapphire)에 승선시켰다. 그 중의 한 명인 월시는 이번 탐사가 단순한 묘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believes in the mission as more than just a stunt).
월시는 “나는 그가 해내리라고 믿었다. 그가 더 없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월시는 캐머런의 1989년 해저 공상과학 초대작 영화 ‘심연’, 그리고 타이타닉호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의 잔해 탐사작업에서 기술고문을 맡기도 했다.
3월 중순 캐머런의 탐사작업에 참가하기 위해 괌으로 날아가기 전 오리건 주의 자택에 있던 월시와 연락이 닿았다. “바다에는 캐머런 같은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 그는 아마 세계 최고의 걸작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듯하다. 그 영화는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줄 것이다. 자크 쿠스토(해저탐험가이자 영화감독)의 영화를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바다와 사랑에 빠졌던가? 그것은 한 세대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나는 캐머런을 업그레이드된 쿠스토라고 본다(Cousteau on steroids).”
캐머런이 공동 설계한 디프시 챌린저의 제작비는 알려지지 않았다. 제작에 8년이 소요됐으며 아이맥스와 3D 기능을 갖춘 특수제작 카메라 8대와 조명을 장착했다. 탐사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외부 전기장치는 1500개 이상의 회로기판으로 구성된다. 동체는 기포강화 플라스틱(syntactic foam)을 사용했다. 이 복합재료(composite material)는 잠수 중 6.4cm 수축한다. 해저에서 제곱인치 당 7.3t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압 때문이다. 코끼리 8000마리가 소형차 미니 쿠퍼 위에 올라섰을 때의 압력과 맞먹는다(akin to 8,000 elephants standing on a Mini Cooper car).

챌린저 디프의 깊이는 3만6070피트(1만994m). 하강하는 데 2시간 미만, 상승하는 데 1시간이 걸린다. 내부 공간이 좁아 캐머런이 다리를 바짝 끌어당겨 앉아야 하며 팔은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 “그와 그의 자아가 들어갈 공간밖에 없다(There’s just enough room in there for him and his ego)”고 한 측근이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같이 작업하기 어려운 명감독이라는 평판(reputedly difficult-to-work-with movie king)을 시사하는 말이다.
캐머런은 188cm의 체구로 그 좁은 공간에서 버텨내기 위해 요가강습을 하고, 폐활량을 늘려(to increase his lung capacity) 체내의 산소효율을 높이기 위해 프리 다이빙(free diving: 산소호흡기를 사용하지 않는 잠수) 훈련을 했다.
월시와 피카르의 잠수는 단지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려는 목적이었다(해저에서 초콜릿을 먹으며 20분간 버텼다). 반면 캐머런은 6시간 동안 탐사하며 로봇 도구를 이용해 생물 및 지질 표본을 수집했다. 샌디에이고 소재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 미 항공우주국(NASA), 그리고 하와이대 연구팀이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 롤렉스사와 함께 이 탐사작업의 파트너로 참가했다.
수심이 2만 피트(6.09km)를 넘는 지역은 지구 바다 면적(sea expanse)의 2% 안팎이다. 이곳을 하달 존(Hadal zone)이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에서 따온 이름이다. 캐머런은 그것을 “지구의 마지막 미개척지(the last frontier of exploration here on Planet Earth)”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한때 그렇게 깊은 곳에서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못한다고 믿었다. 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월시와 피카르는 해저에서 물고기를 봤다고 믿는다. 1995년 일본 로봇 탐사선은 새우와 벌레들을 발견했다. 스크립스 연구팀은 지난해 카메라와 조명을 그 해구로 내려 보내 해파리(jellyfish)와 거대한 단세포 아메바들(xenophyophores)을 발견했다. 그때까지 생명체가 발견된 지점보다 더 깊은 곳이었다.
그런 극단적인 환경에서 생물이 어떻게 생존할까? 그것은 지구의 과거 미스터리를 풀고 해양의 미래를 보호할 뿐 아니라 바다의 생명공학적 잠재력을 탐구하는 열쇠로 간주된다. 과학자들은 묻는다. 바다 속에 미지의 영약이 존재할까(Could unknown medical cures exist down there)? 환경이 변화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환경을 어떻게 보호할까?
“심해탐사에는 항상 경이로움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스크립스 연구소의 선임 개발 엔지니어 케빈 하디가 말했다. “바다는 이미 영양 보조제(dietary supplements for health)뿐 아니라 골다공증(osteoporosis), 심장병, 나아가 암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를 제공한다.”
“해구 동물(trench fauna)은 우리가 아는 가장 오래된 생명체의 일부다. 지상에서 발견되는 세포 돌연변이(cellular mutation)의 원인 중 다수가 이 생명체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지구의 초창기 생명체, 진화의 출발점을 엿보는 기회뿐 아니라 태양계와 그 너머 다른 공간의 생명체를 찾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민간기업들은 이미 마리아나 해구 같은 지역까지 잠수 가능한 신세대 잠수정을 연구 중이다. 심해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관광사업을 벌이려는 목적이다.
플로리다주 베로 비치에 있는 트라이턴 서브머린스(“세상사람들에게 바다를 배달한다”가 모토다)의 엔지니어들은 1700만 달러를 들여 3인승 잠수정을 개발했다. 이 잠수정을 이용해 언젠가는 1인당 25만 달러를 받는 챌린저 디프 관광상품을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승객은 사방이 탁 트인 널따란 압력실에 앉게 된다(seated in a roomy pressure-chamber with 360-degree visibility).

패트릭 레히 트라이턴 사장은 캐머런의 2005년작 해저 다큐멘터리 ‘에이리언 오브 더 딥(Aliens of the Deep)’에서 소형 잠수정(deep rovers)을 조종했다. 사람들은 보통 과학적 탐구심보다 모험심이 더 크다고 트라이턴 경영진은 말한다. 사람들이 직접적이든 영화를 통해서든 바다의 신비를 마주하면 해양 보존의 필요성에 더 공감하게 된다고(bring a greater empathy for its preservation) 마크 뎁 부사장이 말했다.
“수세기 전의 사람들이 ‘새로운 땅을 찾자’는 생각으로 신대륙 탐사에 나서지는 않았다. 정말로 멋진 뭔가를 발견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것이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다(That’s what inspires people). 그들은 모험과 미스터리에 매료돼 더 많은 걸 알고 싶어한다.”
캐머런은 앞서 3월 초에도 파푸아뉴기니 동쪽 뉴 브리튼 해구의 바닥까지 2만6791피트(8.17km)의 시험잠수를 했다. 그 때도 단독 잠수거리 기록을 갈아치웠다. 배터리 고장으로 잠수정의 추진장치 12개 중 하나가 동력을 잃고 일부 통신기능이 마비됐지만 안전하게 귀환했다.
“8km가 넘는 해저 어둠 속에서 홀로 앉아 있었죠. 저 높은 곳의 세상과 접촉할 통신장비나 어떤 다른 수단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공학의 마법 덕분에 다시 돌아온 거죠. 무서우면서도 동시에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더군요(it’s simultaneously scary and exhilarating).” 나중에 캐머런이 월시에게 보낸 e-메일의 일부다.
“우리는 자신과 장비를 테스트하기 위해 스스로 절벽에 서는 모험을 택합니다(It’s the precipice we put ourselves on by choice, to test ourselves and our machines)”고 그가 덧붙였다. “누구라도 큰 희열을 느꼈을 걸요.”
번역 차진우위 기사의 원문은http://www.thedailybeast.com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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