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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마케팅 - 더 작게, 더 편리하게

1인 가구 마케팅 - 더 작게, 더 편리하게

생수 브랜드 중 국내 1위는 제주 삼다수다. 1998년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래 제주 삼다수의 생산은 산하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가, 유통은 농심이 맡았다. 농심의 전국적인 유통망 덕에 제주 삼다수는 빠르게 시장을 점령해 나갔다. 하지만 최근 이 둘 사이는 멀어졌다. 지난해 12월 제주도의회는 제주 삼다수의 유통 사업자를 바꾸는 조례를 의결했다. 농심과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유통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내용이다. 제주도개발공사는 곧바로 새 사업자 고르기에 들어가 광동제약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제주지방법원이 농심이 제출한 입찰 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일이 꼬였다.

유통비용을 줄여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공사 측과 상당한 수익을 안겨준 제주 삼다수를 포기할 수 없는 농심 사이의 다툼이다. 2011년 생수시장 규모는 5500억원(업계 추산)이다. 매년 10% 이상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세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앞으로 생수 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란 사실도 분명하다. 이들이 싸움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SK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는 3월 19일 2012년 유통업계의 키워드로 ‘슬럼프(SLUMP)’를 제시했다. 슬럼프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유통업계의 트렌드를 예측한 결과를 함축한 용어다. ‘1인 가구의 증가(Solo Economy)’, ‘런던올림픽(London)’, ‘독특함(Unique)’, ‘다양한 유통채널(Multi-channel)’, ‘고급화(Premium)’ 등 다섯 단어의 첫 글자를 모아 만들었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는 최근 들어 기업의 제품 전략과 마케팅 기법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초소형 벽걸이 세탁기 나와김은진(28) 씨가 사는 원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소형 냉장고가 눈에 띈다. 사람 허벅지 정도까지 오는 작은 키지만 속은 알차다. 책상 아래 쏙 들어가는데 보라색이라 방 전체 인테리어 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소비전력이 낮아 전기세 부담도 거의 없다.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생산한 이 냉장고는 지난해 출시된 후 월평균 5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인기 모델이다. 김씨는 “별로 넣을 것도 없는데 크기만한 냉장고가 부담스러워 바꿨다”며 “방이 넓어 보여 훨씬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소형(7㎏) 드럼세탁기와 1인용 전기밥솥도 사용하고 있다.

김씨처럼 소형 전자제품을 찾는 이가 늘면서 업계도 적극적인 소형마케팅에 나섰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4월 5일 벽걸이형 3㎏ 드럼세탁기 ‘미니’를 선보였다. ‘미니’는 기존 15kg 드럼세탁기의 6분의 1 크기로 두께 29.2㎝인 초슬림 제품이다. 벽면 설치가 가능해 공간효율성이 뛰어나고 욕실이나 주방 등 사용자가 원하는 곳에 배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드럼세탁기에 비해 세탁시간은 60%, 물 사용량은 80%, 전기료는 86%까지 절약할 수 있어 1회 세탁비용이 최대 40% 줄어든다. 대우일렉트로닉스 홍보실 권대훈 과장은 “기존 세탁기를 이용하면 소량 세탁을 할 때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물 사용량, 전기료가 필요 이상으로 나오는 단점이 있었다”며 “미니는 양말이나 속옷 등 부피가 작은 빨래를 자주하는 1인 가구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미니는 5월에 출시된다.

LG전자는 지난해 전자레인지 크기에 120여 가지 자동메뉴 기능을 갖춘 광파오븐을 선보였다. 전자레인지 기능은 물론 오븐·발효·토스터 등 9가지 기능을 갖췄는데 슬로우쿡 기능을 이용하면 죽이나 요구르트 등 손이 많이 가는 요리를 쉽게 만들 수 있다. 고주파를 이용해 일반 오븐보다 조리 시간을 3배 이상 단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컴퓨터 모니터를 TV로 활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일체형 모니터와 부피를 줄인 본체 모니터 일체형 PC도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집이 작아지니 가구 역시 소형화가 대세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납장이나 펼치면 침대가 되는 소파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 주택 공급이 늘면서 1인용 제품이 가구업체의 주력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한샘이나 에넥스 등 가구업체들이 앞다퉈 1인용 가구 라인을 출시하며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한샘의 온라인 전용가구 ‘샘(SAM) 시리즈’는 솔로를 겨냥한 대표적인 상품이다. 기존에는 수납장 중심으로만 판매했지만 패키지 거실가구인 ‘샘리빙’과 침실가구인 ‘샘베딩’을 연이어 내놓으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2010년 하반기에 출시했는데 지난해 1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패키지 상품임에도 단품을 따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점 때문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보루네오의 ‘꼬모도’ 옷장은 싱글 여성을 위한 제품이다. 나무 도어 대신 롤스크린을 채택해 무게를 줄이고 이동성을 높였다. 공간 효율성이 높은 리바트의 `브라우니 거실장’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 2월 개최한 ‘2012 혼수 가구 박람회’에서 전체 물량의 10%를 1인용 가구로 구성했다. 50여 개 가구브랜드가 참여하는 이 행사에서 백화점 측은 싱글 침대와 2인용 식탁세트 등 총 30억원 규모의 소형 가구를 전시했다. 업계 최초 사례다. 그 중에서도 2인용 식탁 매출 비중은 2010년 5%에서 2011년 20%로 크게 늘었다. 소형 아파트가 모인 안양점·미아점·노원점 등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다.

싱글족을 겨냥한 상품 출시도 줄을 잇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늘 마트 쇼핑이 부담스럽다. 대부분의 마트가 대량 판매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낱개로 포장한 식료품의 판매가 늘면서 대형마트의 전략도 변하고 있다. 100~200g(1인분) 단위로 포장한 육류는 물론 조각 수박, 2분의 1 크기로 자른 양배추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1~2 조각 단위의 생선과 3~5㎏로 포장한 쌀 등의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즉석밥 솔로족 사이 인기지난해 출시 15주년을 맞은 CJ제일제당의 햇반은 지난해 말 누적판매량 7억5000만개를 돌파했다. 즉석밥이 일상에서 즐겨 먹는 제품으로 자리잡은데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소비가 늘면서 시장도 커졌다.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햇반으로 지난해 1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대비 38% 늘었다. ‘오뚜기밥’ 역시 2010년 대비 50%나 성장해 28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센쿡’도 9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우리나라와 식문화가 비슷한 일본의 즉석밥 시장이 600억엔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틈새 상품도 나왔다. ‘유재석 세제’로 잘 알려진 애경의 리큐는 절반만 사용해도 똑같은 세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농축 세제다. 크고 무거운 용기 대신 샴푸형 용기에 담아 부피를 줄였는데 주부 사용자는 물론 간편함을 원하는 기숙사나 고시원 거주자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7개월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리큐는 올해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치킨 츠랜차이즈 BBQ는 싱글족을 위한 BBQ싱글세트를 출시했다. 혼자 시켜먹기 부담스러운 치킨을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으로 구성해 판매하는데 호응이 좋다. 칸막이를 쳐 눈치를 보지 않게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1인 식당도 눈에 띈다.

1인 가구 비율이 30%를 넘어선 일본에서는 지난해 1인용 노래방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1인 전용 여행상품과 독신자를 위한 내시경 달린 귀이개까지 나왔을 정도로 제품군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곧 생소하지 않은 일이 될 듯하다.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ubiquitous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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