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가스 수송선 전문 SJ탱커 박성진 대표
아시아 해운시장 누빈다
[CEO] 가스 수송선 전문 SJ탱커 박성진 대표
아시아 해운시장 누빈다
가스수송선 전문업체인 SJ탱커 박성진(50) 대표의 사무실은 부산항을 마주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낡은 책상과 손 때 묻은 집기가 눈에 들어온다. 한쪽 벽면에는 선친이 남긴 책과 박 대표가 대학 시절부터 읽은 책이 빼곡히 꽂혀 있다. 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젊은 시절 정치에 뜻을 두고 있었다. 주변에서도 그의 뜻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그의 인생은 다르게 흘러갔다. 부친이 회사로 들어오라고 요청해서다. 1986년부터 그의 부친이 경영한 유조선 사업이었다. “아버지 회사에 들어갈 당시 가업을 이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완고한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죠. 누(累)가 될까 다른 회사에서 경험을 쌓고 오겠다고 했더니 어찌나 호통을 치던지 곧장 입사를 했습니다.”
정치가 꿈 접고 사업가로그렇게 1991년에 부친이 운영하던 삼현에 정식 입사했다. 그의 나이 28세 때의 일이다. “아버지가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도움이 필요했던 시기였습니다. 당연히 장남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죠.” 정치가를 꿈꾸던 청년에게 해운업이란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그의 부친은 계열사 중 ‘선박의장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그를 보냈다. “아버지 꿈이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현대중공업에 ‘선박의장품’을 납품하는 공장을 운영했는데 그곳에 처음 일을 배우러 갔죠.”
그에게 공장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는 “뭘 해야 하는지 몰라 한 달 정도 구경만 했던 것 같다”며 “그래서 무작정 보며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무엇을 만드는지 어떻게 만드는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한 달이 지난 후 그는 용접봉을 잡았다. 옆에 있는 실습생들에게 배우면서 용접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회사 운영이 주먹구구 식이었다. 경영 시스템이 불안하다 보니 부정이 생기기도 했다. 박 대표는 “그 시기에 자재와 재고 관리, 회사를 운영하는 재무, 직원관리 시스템에 눈을 떴다”며 “동시에 오너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어야 하는지도 깨달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회사 일이 익숙해질 무렵 다시 본사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배를 먼저 알아야 했다. 그는 “뭐든지 가르쳐 주는 과정이 없어 그냥 혼자 해야 했다”며 “다시 밑바닥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모르면 일을 할 수 없으니 배 밑을 얼마나 기어 다녔는지 모른다”며 웃으며 고생담을 이어갔다. “여기저기 다치는 건 하루 일과나 마찬가지였죠. 때마침 회사에서 직접 배를 만들었어요. 그 프로젝트에 참여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걸 배웠죠.”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했던 박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 받아 1998년 경영진에 참여해 실질적인 대표로서 경영을 시작했다. 2001년에는 삼진유조선을 설립했다. 그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독립했고 기존 회사는 동생에게 넘겼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2008년에 회사 이름을 지금의 SJ탱커로 바꿨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00억원. 상시 근무자 수도 80명에 이른다.
내항선 3척과 외항선 4척을 보유한 국내 5위권의 가스수송선 업체다. SJ탱커는 내항 수송에서 에쓰오일의 물동량 대부분을 맡아 기반을 다져왔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큰 폭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와 대기업 중심의 시장구조, 변수가 많은 유가 등을 극복하기 위해 2001년부터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현재 아시아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박 대표는 “새로운 거래처 확보와 인지도·신뢰도를 쌓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이익이 많기 때문에 해외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정부·대기업 나선 중국·일본 견제해야물량을 목적지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 없이 전달하는 게 가스수송선 회사의 기본 업무이자 경쟁력이다. 박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라며 “지금까지는 이런 기본을 잘 지켜왔기 때문에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큰 사고와 실수 없이 거래를 이어오며 2010년 매출 150억 선을 유지해온 SJ탱커는 2011년 200억 돌파를 시작으로 2012년에는 250억 돌파를 목표로 잡고 있다. 지난해 1천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2017년까지 매출 500억 돌파와 보유선 15척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 무렵에 코스닥시장 상장도 할 계획이다. 그는 “과거 꾸준히 거래를 해오던 에쓰오일과 지난해 5월 새로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올해 배 한 척을 더 들여올 SJ탱커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좀 더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국내에 재화중량톤수(DWT) 기준으로 6000~7000t 급을 보유한 회사가 SJ탱커를 포함해 3곳 정도”라며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해외시장 개척은 2007년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꾸준히 수송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목표는 아시아 시장에서 최고가 되는 겁니다. 이미 중국·일본 기업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일본은 대기업이 나서 자국의 운송업체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급성장세인 중국 역시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존재다. 박 대표는 그래서 국내에서도 정부나 대기업 차원에서 공동 노력을 부탁했다.
“현재 국내에서 운송을 목적으로 이용되는 배에 대해 세금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만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환경적으로나 효율성 면으로나 도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배가 훨씬 효율적입니다.”
박 대표는 지역사회에 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부산지역 13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지역 해운업계에서는 최초로 1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다. 그는 “아버지가 무료 급식소를 열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봉사했다”며 “그걸 보며 아버지의 바람이었던 장학재단을 만드는 뜻을 이어가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사회복지 재단을 만들 때까지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3년간 매월 300만원을 기탁하기로 약정했다. 박 대표와 SJ탱커는 2009년부터 매월 100만원을 기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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