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고객 풍부한 ‘포스트 중동’ 잡는다
자원·고객 풍부한 ‘포스트 중동’ 잡는다
아프리카는 국내 기업에게 ‘포스트 중동’으로 꼽힌다. 전력·도로·항만 등 각종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서다. 국내 기업은 건설과 플랜트 부문의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각국 정부와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해외 시장이 침체를 겪는 요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아프리카에서 찾기 위해서다.
특히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6개석유 수출국은 2005~2009년 연평균 7.5%로 성장하며 인프라 투자자금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자원이 있고, 그 대부분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프리카의 매력이다. 2010년 기준 세계 원유 매장량의 9.5%, 가스 매장량의 7.9%가 이 지역에 몰려있다. 아프리카 자원 확보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은 중국해양석유총공사를 통해 나이지리아 유전 개발에 27억 달러를 투자했다.
국내 기업도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정부 기관과 협조를 통해 채굴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우인터내셔널을 꼽을수 있다. 이동희 부회장은 올해 들어 아프리카만 세 번을 다녀올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5월에는 정부와 다른 기업이 함께 투자한 마
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이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했다.
이 지역은 세계 3대 니켈 광산으로 꼽힌다. 4% 지분을 가진 대우인터내셔널은 상업적인 생산에 돌입하면 연간 400억 원의 신규 수익을 낼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7월 카메룬의 주석 매장 지역인 마요달레의 광물탐사권을 100% 획득해 앞으로 3년간 탐사활동을 수행할 권한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전략비축광물로 지정된 주석은 연 1만6000t이 소비되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DR콩고에서 구리 광산 개발 계획에 돌입한 사실도 알렸다. 콩고의 국영 광업회사 소디미코, 태주종합철강과 구리광산 개발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합자회사를 설립해 무소시 구리광산 개발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인터내셔얼은 DR콩고의 수도 킨샤사 인근에 대형 정수장을 건설하는 사업의 대가로 광산 개발권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에티오피아에서도 국영광업회사, 한국광물자원공사, POSCO와 양해각서를 맺고 탄탈륨 및 기타 광물자원 개발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대우인터내셔널은 이미 1975년 나이지이라 라고스에 지사를 개설해 아프리카 진출 국내 기업 중에서 선두주자로 꼽힌다. 알제리, 리비아,수단, 케냐, 콩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이집트에 8개 지사와 1개 사무소, 2개 법인을 두고 자원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 인수된 뒤 아프리카 사업에서 함께‘윈-윈’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대우인터내셔널이 따낸 아프리카 지역 사업에 포스코 계열사가 참여하는 식이다. 2009년 케냐 국영 전력회사인 켄젠이 실시한 석탄화력
발전소 사업에 대우인터내셔널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발전소 건설에는 포스코건설이, 발전소 운영에는 포스코파워가 나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은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다년간의 자원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보다 적극적으로 아프리카 시장에 뛰어들었다. 철강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요즘 원료 공급처 확보가 시급한 상황.철강석은 물론 소재사업부문에 필요한 금속에 대한 포스코 그룹 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인프라를 건설하고 자원개발권을 받는 형식의 ‘패키지 딜’을 아프리카 정부가 선호하면서 두 회사의 협력이 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기회의 땅 ‘컬러풀 아프리카’일찍부터 글로벌 시장에 주목한 포스코는 최근 전략적 진출 지역으로 아프리카를 더했다. 지난해 1월 정준양 회장이 아프리카를 순방
하며 카메룬, DR콩고, 잠바브웨 등 주요 국가의 정부 인사와 현지 파트너사를 만나 협의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그 해 6월에는 정 회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블랙 아프리카’가 자원의 보고, 미래의 소비시장 ‘컬러풀 아프리카’로 대변신을 앞두고 있다. 우리가 진출해야 할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초 포스코는 2014년까지 원료 자급률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프리카 각국에서 자원 개발을 서두르는 것도 원료 자급이 주목적이다. 지난해 7월, 포스코는 페로크롬 제조사인 사만코와 합작한 포스크롬 지분을 100% 인수하는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페로크롬은 내식성, 내열성이 뛰어나 스테인리스강을 만들 때 들어가는 필수 합금철로 포스코는 매년 48만t씩 수입해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가 세계 크롬광 매장량 70를 차지하는 남아공에서 남아공에서 포스크롬을 인수함에 따라 앞으로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은 물론 기업 내 수직계열화까지 이루게 됐다.
남아공은 세계 망간 생산량의 80%를 책임지는 지역이기도 하다.포스코는 2009년 4월 남아공 노던케이프주에 있는 칼라하리 망간광산 지분 13%를 인수했다. 짐바브웨에서는 페로크롬 제련업체인 마라나의 지분을 인수해 이 회사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짐바브웨에서 3번째로 큰 페로크롬 제련업체인 마라나는 연간 20만t 의 페로크롬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맹활약지난해 1월 정 회장의 아프리카행을 통해 포스코는 카메룬 음발람 광산 공동개발, DR콩고에서 자원과 인프라를 연계한 패키지 사업추진, 짐바브웨에서의 석탄과 규석광산 개발 사업 등을 논의했다.
음발람 철광산은 고품질의 철광석이 2억t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DR콩고에서의 패키지 사업은 콩고강 유역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구리 광산을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짐바브웨에서는 현지 기업 ‘앵커’와 광산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처럼 포스코는 제철사업의 원료뿐 아니라 비철금속, 희귀금속 확보를 위한 아프리카 전 지역을 훑고 있다. 4월에는 아프리카 지역 최초의 현지 법인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세우며 아프리카 진출 의지를 다졌다.
국내 기업이 현지 회사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현지화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 기회를 노리던 대한전선은 2000년 6월 설립 90년이 된 현지 전선회사 말레셀라로부터 합작 사업을 제안 받아 계약을 체결했다. 법인 이름은 M-TEC이다. 합작회사를 설립하자마자 광통신케이블 공급권을 따낸 것으로 시작해 남아공 전력공사로부터 4억 달러 사업을 수주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현재 M-TEC은 파워케이블, 광케이블, 알루미늄·구리 전선을 생산하며 남아공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합작 초반에 5000만 달러였던 매출은 2010년 기준 2억6000만 달러로 올라섰다.남아공의 흑인 우대 경제정책 때문에 외국 기업이 현지 시장에서성공하기란 매우 어렵다. M-TEC은 흑인이 소유한 파트너회사 지분율이 51%이기 때문에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 대한전선 입장에서는 아프리카 시장에서의 경험을 쌓고 새로운 기회를 엿보기 위한 교두보로 삼는 것으로도 의미를 찾고 있다.
국내 시장 성장의 한계에 봉착해 해외에서 사업 가능성을 모색해온 대한전선은 최근 중동지역에 북아프리카까지 총괄하는 지역본부를 신설하는 등 아프리카 지역에 여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1월에 삼성물산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아프리카 말리의 전자정부 구축사업을 수주했다.
총 3570만 달러 규모다. 말리 통신청이 발주한 ‘정부 행정망 구축사업’에서 대한전선은 광케이블, 전송장비, 위성통신지구국 등 부속품 일체 공급과 설치 공사를 모두 맡게 된다. 2008년부터 서아프리카 지역의 정부 행정망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한전선은 지난해 8월에는 세네갈 정부에 2300만 달러 규모의 정부 행정망 구축 프로젝트를 완료하기도 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앞으로 아프리카 지역의 행정망 구축 사업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프리카의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전자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에서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수요가 부진한 반면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은 중산층이 늘어나며 가전제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부회장 시절 아프리카 7개국을 방문하며 “올해 이 지역에서의 매출을 2배 이상 늘리겠다”고 공언했고,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역시 지난 해 남아공을 방문해 현장을 챙겼다.
어느 정도 실적도 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NPD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평판TV 시장에서 아프리카 시장점유율 38.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LG전자는 유럽형 콤비 냉장고(21.7%), 드럼세탁기(40%), 전자레인지(33.7%) 등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산 가전제품 브랜드는 아프리카에서 품질이 좋다는 이미지가 각인돼 고급 제품군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있다.
LG전자는 중국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아시아·아프리카 시장에서 거둔 매출의 35%(2010년 기준)가 아프리카 시장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시장 잠재력을 고려해 비중을 50%까지 늘릴 계획이다.2010년 LG전자는 아프리카 법인을 4개에서 7개로 늘리며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판매 위주에서 벗어나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아프리카 지역 최초의 서비스 법인을 세웠다. 아프리카지역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목적에서다.
지난해 11월 LG전자는 800만 달러를 투자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TV공장을 세운다고 밝혔다. 연간 40만대 생산, 1만9800㎡ 면적 규모다.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하면서 TV 제품에 붙던 수입관세 25%를 면제받게 된다. 면세로 확보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남아프리카관세동맹 국가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평판TV를 위주로 생산하게 될 남아공 공장에 이어 세탁기 등 다른 가전제품 생산공장도 아프리카에 세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도 두각자동차 역시 ‘아프리카 한류’에 일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5월 8일 이집트 카이로에 아프리카 지역 최대 규모의 딜러숍 개소식을 했다.2700만 달러가 투자된 이 딜러숍은 3만7000㎡ 규모로 최대 40대차량을 전시할 수 있다. 이집트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5%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의 아성이 드러난다. 현대차는 2008년 아프리카에서의 마케팅에 집중하기 위해 아프리카·중동지역본부에서 분리해 아프리카 지역본부를 카이로에 정식 출범했다. 그 결과 이집트 시장에서 토요타로부터 1위를 빼앗은 현대차는 이제 기세를 몰아 아프리카 시장 전체를 공략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2009년 6월 이집트로 수출하는 아반떼를 선적하며 아프리카 수출누계 100만대를 돌파한 현대자동차는 2008년 시장점유율 9.4%에서 2010년 11.2%로 비중을 확대했다.기아차의 시장점유율도 2010년 6.3%를 기록했다. 12.5%로 1위를 달리는 도요타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형국이다. 판매뿐만 아니라 생산도 현지에서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4월 현대차는 케냐에 상용트럭과 버스를 조립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밝혔다.
연간 1000대를 생산하는 이 공장에서는 2.5t, 3.5t급 상용트럭과 버스를 생산하게 된다.대기업 외에도 중소기업들이 아프리카 현지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다. KOTRA 케냐 나이로비 무역관의 서강석 무역관장은 “1970년대 우리나라의 주종 수출품목이 이제는아프리카에서 현지 제조를 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가발, 음료용 빨대, PVC 창틀, 변압기 등을 우리나라 기업이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국가 중 개발이 더딘 지역일수록 자체 생산능력이 부족해 외부 기업이 진출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KOTRA 나이지리아 라고스 무역관의 편보현 무역관장은 “나이지리아 인근 지역은 국내기업 활동이 석유, 가스 분야에 한정되어 있어 이곳 정부 산업육성정책에 맞게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 진출이 필요하다”며 “현지 기업도 한국의 기업의 품질과 기술 경쟁력에 대해 익히 알고 있어 합작투자 방식 등을 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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