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결혼한 당신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면

결혼한 당신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면



불륜 드라마가 달라졌다. 남편의 불륜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순진한 조강지처도 없고, 내연녀의 머리를 잡아뜯거나 물을 끼얹는 식상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단지 누구에게나 충분히 있을 법한 사랑이 조금 늦게 주인공을 찾을 뿐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드라마 속 불륜은 행복하기만 한 부부의 일상에 과거의 연인이 나타나거나 이웃집 남자가 현실에 지친 가정주부의 마음을 위로하는,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한다.

불륜도 명품으로 만든 JTBC 드라마 두 편을 소개한다.33살의 잡지기자 찬주(박솔미)는 소개팅으로 만난 연하남 진세(홍종현)와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한다. 어려서부터 외롭게 자란 진세는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기 위해, 찬주는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다. 멋진 리조트에서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등장하는 행복한 표정의 진세와 달리 대기실 안의 신부, 찬주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자신을 데리러 온 진세에게 찬주는 “정말 후회 안 할 자신 있느냐”고 묻고, 진세는 “살면서 진심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한다. 무사히 결혼식을 마친 둘의 부부 생활은 바로 3년뒤로 넘어간다. 본격적인 드라마는 이제부터 시작한다.알콩달콩 살아가는 신혼부부에게 각자의 과거 인연이

찾아온 것이다.


불륜 뒤에 감춰진 사회적 부조리3년 전 찬주를 버리고,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켜 줄 수있는 재벌 상속녀, 인경(최여진)과 결혼한 은혁(김민준)은 지난 선택에 대한 후회를 안고 찬주를 찾아온다. “너랑 살고 싶다”고 고백하는 은혁에 찬주는 또다시 흔들린다. 진세에게도 오래 전 자신을 좋아한 이웃집 꼬마 아가씨 란(배누리)이 숙녀가 되어 찾아온다. ‘친애하는 당신에게’는 시청자들에게 “당신이 드라마 속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현실을 외면한 채 소꿉놀이 같은 결혼 생활을 하던 신혼부부는 금새 위태로워진다.8월 2일 방영된 12회에서는 찬주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은혁이 나타나며 긴장감을 더했다. 그 날 밤 찬주와 은혁은 함께 뉴욕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진세를 찾아간 찬주는 은혁과 뉴욕으로 떠날 계획을 알린다.

이를 눈치챈 인경은 찬주에게 ‘최은혁은 백인경 남편일 때 비로소 안전하다’고 경고한다. 걱정 말라는 은혁의 말에도 찬주는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고, 떠나기로 한 날 은혁은 밤이 늦도록 나타나지 않는다. 한편 마음의 정리를 끝낸 진세는 란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드라마가 펼쳐질 예정이다. 친애하는 당신에게는 매주 수·목저녁 8시45분에 방송된다.

JTBC 대표 드라마 ‘아내의 자격’도 불륜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4월 19일 마지막 회 방영 당시 시청률이 4.41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 수도권 유료가구기준)를 기록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6.013%에 달했다. 지상파를 제외한 모든 유료방송 드라마 가운데 시청률 4% 벽을 깬 것은 ‘아내의 자격’이 처음이었다. 김희애 이성재 등의 연기파 배우들과 안판석 PD, 정성주 작가가 그려낸 대한민국 사교육 광풍과 비뚤어진 이 시대 자화상은 오랜만에 등장한 수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JTBC 킬러 콘텐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런 히트작이 종영 3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 단순히 시청자들의 요청 때문만은 아니다. 두 번째 공개에는‘아내의 자격 속에 감춰진 남편의 자격을 읽어 보라’는 주문이 붙어 있다. 이수영 JTBC 편성기획팀장은 “시청자들에게 첫번째 방송 때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던 ‘남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것”이라며 “이들 세 남자의 시각에서 아내의 자격을 보면 이 시대가 남편들에게 어떤 모습을 요구하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아내의 자격은 강남의 사교육 열풍 속에서 자녀교육에 몰두하는 평범한 주부 서래(김희애)가 우연히 치과의사 태오(이성재)를 만나면서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렸다. 이 드라마는 불륜, 사교육, 대치동 주부 등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한 소재로 방영 기간 내내 숱한 화제를 뿌렸다. 시청자 성비와 연령층에서도 40~50대 여성 시청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년층의 반응이 뜨거웠다. 종편 개국 이래 시청률 4%의 벽을 넘으면서 시청률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이 드라마는 불륜이란 소재를 막장이 아닌 명품으로 만들었다.

‘강남 엄마’인 서래는 여느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아이교육에만 매달리며 살아왔다. 치열한 교육열과 싸우는 동시에 배경이 좋은 시댁의 괄시도 참아야 했다. 남편 상진(장현성)은 좋은 집안도, 능력도 없는 서래를 무시하기 일쑤다. 하지만 아들 결(임제노)의 학원장 지선(이태란)의 남편 태오(이성재)를 만난 순간 서래는 차가운 대치동에서 처음으로 온기를 찾는다. 서래와 태오의 사랑은 4회에서 금방 들통난다. 상진과 시댁은 서래가 불륜을 저지르길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이혼 수순을 밟는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여기가 끝이라면 ‘아내의 자격’은 이혼, 그 후를 중점적으로 다뤘다.서래는 어린 아들 결이에게 직접 이혼사유를 이야기한다. 바람난 며느리가 손주를 만나는 걸 두고 볼 수 없는 시댁식구들의 만류에도 서래는 직접 아들을 찾아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엄마 잘못이다. 엄마가 아빠가 아닌 다른 아저씨를 좋아했어. 그렇다고 너를 배신하는 건 결코 아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네가 첫째다”라며 아이를 이해시키는 서래의 모습은 그간 드라마 속 이혼녀와는 다르다. 아내와 딸을 두고 서래를 선택한 태오도 주기적으로 딸과 유대를 이어가고, 전 부인과는 친구가 된다. 불륜과 이혼이라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들간의 난투극은 일어나지 않는다.


불륜 소재를 막장 아닌 명품으로 승화이들과 대조적으로 불륜의 치졸함을 보여주는 인물도 등장한다. 상진의 여동생 명진(최은경)의 남편 현태(혁권)는 10년 넘게 두 집 살림을 하며 살아왔다. 명진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현태의 내연녀인 은주(임성민)는 더이상 숨어 살고 싶지 않아 계략을 꾸민다. 파경위기를 맞은 부부, 하지만 잘나가는 로펌 변호사인 현태는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현태는 이혼을 함으로써 누가 더 손해를 보게 되는지 아내에게 말하며 부부 간의 '갑을 관계'을 드러낸다. 불륜에 얽힌 치정극인 듯 하나 속을 들여다 보면 권력을 가진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 속된 말로 권력이 갑인 사회를 그렸다. 다시 봐도 재미있는 ‘아내의 자격’은 매주 토·일 오후 4시35분에 방영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이랜드 미쏘, 연말 시즌 맞아 윈터 홀리데이 컬렉션 출시

2“가성비 VS 프리미엄”…GS25, 12월 주류 프로모션 진행

3구글, 캐나다서도 광고시장 독점 혐의로 제소…영국서도 조사중

4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촌역’ 견본주택 29일 개관

5"합치고 새로 만들고"...KT, 2025 조직개편 단행

6LG생활건강, 일본 대표 이커머스 행사 매출 292% 성장

7"캠핑장·전시관에서도 세금포인트로 할인 받자"

8"삼성 임원, 몇 년 할 수 있을까?"...퇴임 임원 평균 나이, 56세

9팬 서비스에 진심...NPB GG 수상자, 시상식 금칠 퍼포먼스 '화제'

실시간 뉴스

1이랜드 미쏘, 연말 시즌 맞아 윈터 홀리데이 컬렉션 출시

2“가성비 VS 프리미엄”…GS25, 12월 주류 프로모션 진행

3구글, 캐나다서도 광고시장 독점 혐의로 제소…영국서도 조사중

4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촌역’ 견본주택 29일 개관

5"합치고 새로 만들고"...KT, 2025 조직개편 단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