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호 임피리얼 팰리스호텔 회장] ‘IP’브랜드로 글로벌 체인 만들겠다
[신철호 임피리얼 팰리스호텔 회장] ‘IP’브랜드로 글로벌 체인 만들겠다
호텔 21층 로얄 스위트룸의 문이 열리자 금빛 물결이 일렁인다. 바로크 스타일의 실내 장식과 조명이 고풍스럽고 웅장하다. 가구는 테두리를 금색으로 조각해 화려함을 더했다. 마치 유럽의 어느 황실에 온 듯하다. 이 호텔이름이 ‘황제의 궁전’ 이란 뜻을 지닌 임피리얼 팰리스다.특1급 호텔로는 보기 드물게 순수 개인 소유 호텔이다. 창업자인 신철호(62) 회장을 8월14일 만났다. 그는 패션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올백으로 넘긴 헤어 스타일과 맵시나게 차려입은 남색 정장. 재킷 소매 끝단 사이로 살짝 보이는 독특한 커프스링크는 물론이고 옥빛이 감도는 진주 넥타이핀에서 패션 센스가 엿보였다.
신 회장은 임피리얼 팰리스 브랜드로 해외에 진출했다. 2007년 일본 후쿠오카에 세운 ‘IP호텔 후쿠오카’와 2009년 필리핀 세부에 문을 연 ‘임피리얼 팰리스 워터파크 리조트&스파’ 두 곳이다. ‘IP’ 브랜드의 첫 수출인 셈이다. 2010년엔 서울 이태원에 ‘IP부티크 호텔’을 선보였다. 부티크란 특색 있는 디자인 개념과 인테리어를 적용한 호텔이다. 그가 운영하는 호텔 객실은 모두 1400여개. 매출도 2009년 이후 매년 두 자리 성장률을 기록하고있다. 한 기업정보 제공사이트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 회장의 자산은 1000억원 대에 이른다.
일급 호텔의 틀을 깨다그는 호텔 임피리얼 팰리스를 세계적인 체인 호텔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15살 중학생 시절 아버지와 함께 반도호텔(현 웨스틴 조선호텔) 로비에 들어선 순간부터 간직한 꿈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가난했어요. 정갈하고 세련된 호텔을 처음 접하고 깜짝 놀랐어요. 새로운 세계였지요.그때부터 호텔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호텔왕’의 꿈을 꾼 거죠.”
신 회장은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 임대사업을 하던 일진실업 집안의 3남5녀 중 차남이다. 신철호 회장은 폼인테리어 가구공업을 경영하다 부친의 뜻에 따라 1980년 초 인테리어 회사를 접고 일진실업에 들어갔다. 그는 막상부동산 임대사업을 하면서도 마음은 호텔에 있었다.결국 89년 지상 11층짜리 호텔을 차렸다. 시작은 1급 관광호텔이었다. 신 회장은 기존 호텔의 스타일을 과감히 깼다. 마치 유럽의 고성을 가져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럽 앤틱 가구와 인테리어는 섬세하고 고풍스러웠다. 호텔 이름도 언덕위의 예쁜 집 ‘아미가(阿美家)’였다.
호텔 업계에선 특급호텔도 아닌 일급호텔이 유럽의 고급 호텔처럼 꾸며놨다는 점에 놀라워했다. 그럼에도 가격은 일급호텔 수준이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오픈 첫해 평균 객실 가동률은 95.7%에 달했다. 이 중 90%가 일본인 관광객이었다.신 회장은 국내에 없는 새로운 호텔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업가는 멀리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유행을 쫓기 보다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낼 때 성공한다고 봐요. 처음부터 ‘아! 이런 호텔도 있구나’ 하고 고객들이 깜짝 놀랄만한 공간을 만들 계획이었어요. 세계 여러 호텔을 다니며 분석하고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유럽에서 성을 개조한 호텔을 본 순간 ‘이거다’ 싶었지요. ”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1급 호텔로 문을 연 아미가는 유명세를 타면서 96년 특2급, 99년 특1급이 됐다. 신 회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2005년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했다. 투자한 금액만 1000억원에 이른다. 기존 신관을 증축하고 별관과 대형 컨벤션센터를 새로 지었다. 객실수는 기존 210여 개에서 430개로 늘렸다. 호텔 안에 당시 스파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16개 수면실과 트리트먼트 룸을 만들었다. 리노베이션을 끝낸 후 호텔 이름을 아미가에서 임피리얼 팰리스로 바꿨다.
섬세함과 정성으로 일군 호텔임피리얼 팰리스 경쟁력은 ‘정성’이다. 호텔은 신 회장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호텔 인테리어도 직접 챙겼다. 호텔 곳곳을 갤러리처럼 꾸몄다. 430개 객실의 인테리어가 각기 다르다. 홀과 로비에는 신 회장이 아미가 시절부터 수집한 600여 점의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전체 수십억원 넘는 작품들이다. 그는 해외에 나가 호텔 분위기에 어울리는 가구와 소품들도 사온다. 그렇게 모은 가구·테이블·접시·조명 등이 수만 점에 이른다. “대부분 고가의 제품이에요. 호텔 로비에 있는 시계는 10년 전에 그리스에서 사 왔어요. 1890년대에 만들어진 건데 가격이 꽤 나가지요. 로얄 스위트룸의 복도 조명이 가장 비쌉니다. 한 쌍에 7만 달러를 주고 샀어요. 고객이 실수로 하나를 깨뜨렸어요. 손님 중에 간혹 가져가는 분들이 있어 유명 작품에는 CCTV를 켜둡니다.”
호텔 곳곳엔 화가로 등단한 아내와 캐나다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한 큰 딸의 그림이 걸려 있다. 실제로 임피리얼 팰리스는 눈이 닿는 곳마다 작품이 보인다. 화장실을 가는 길목은 물론 변기 위에도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신 회장은 “고객이 내 집처럼 편안하게 쉴 뿐 아니라 우아한 분위기에서 예술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쓴다”고 들려줬다.
그가 정성을 쏟는 곳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직원이다.호텔 세우고 10년 동안은 직원들과 살다시피 했다. “와인보다 소주를 더 좋아해요. 밤새 직원들과 소주를 기울이며 토론을 하기도 하죠. 한 달에 한번 꼴로 직원과 등산도 다녔고요. 전국 유명한 산은 거의 다녔어요. 해외에서 근무하다 온 직원들이 가장 놀랐던 게 경영진이 권위의식없이 직원들과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었어요(웃음).”신 회장은 “세계 유명 체인 호텔들이 여러 차례 손을 잡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체인 호텔은 외형상 독자경영처럼 보이지만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기때문에 우리만의 색깔을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한국적인 매뉴얼을 만드는 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객은 열 가지 중에 한 가지만 부족해도 그 호텔을 낮게 평가합니다. 100% 만족 할 때까지 많은 노력을 해야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세심한 배려입니다. 글로벌 체인 호텔에선 로비, 프런트, 객실, 레스토랑 등 장소 각각의 매뉴얼만 있어요. 저희는 고객이 로비에 들어선 순간부터 밀착 서비스를 합니다. 상황 별 매뉴얼이 아니라 고객이 실질적으로 느끼고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
유럽풍 외관에 기와지붕 얹어 수출궁극적으로 신 회장은 화려한 유럽풍 외관에 한국적인 요소를 담길 원한다. 대표적인 공간이 호텔 현관 위에 얹힌 기와지붕이다. 호텔 설계자는 “유럽풍 외관에 기와지붕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극구 말렸다. 신 회장은 어색해도 한국적인 맛이 필요하다며 밀어부쳤다. 신 회장은 “의외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특색 있어 좋다고 한다”며 “앞으로 해외 시장에 나갈 때 한국 호텔이라는 이미지를 살려 3층정도에 누각이 튀어나오게 지을 생각”이라고 밝혔다.요즘 신 회장의 관심사는 해외 진출이다. 그가 호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염두에 둔 일이다. 2007년 문을 연 일본 후쿠오카 IP호텔은 해외 진출을 위한 실험 무대다. 해외에서는 처음 사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덜한 일본을 선택했다. 운 좋게 2년 뒤 필리핀 세부에 진출해 리조트를 세웠다. 신 회장은 그 동안의 경험을 살려본격적으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다. 내년께 이곳에 4~5개의 호텔을 오픈 할 계획이다. 이미 땅도 사둔 상태다.
신 회장은 커지고 있는 국내 비즈니스 호텔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어떻게 차별화 할 지가 관건이다. “일본양식을 따온 요즘 비즈니스 호텔이 꾸준히 경쟁력을 가질지 걱정입니다. 일본에 비즈니스 호텔이 늘어난 것은 60·70년대 관광객이 급증했기 때문이죠. 땅은 좁고 비싸니 잠만 잘 수 있는 아주 작은 호텔을 지은 겁니다. 지금은 관광객이 빠져나가면서 텅텅 비어 있어요.”2010년 그가 이태원에 선보인 호텔은 확실히 달랐다.비즈니스 호텔이 아니라 국내 최초의 부티크 호텔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개성 있는 인테리리어가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모던한 공간에 예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갤러리 호텔인 셈이다. 그는 “호텔은 자고 가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곳은 오픈하자마자 140여 객실 예약률이 90%를 넘었다. 성수기나
주말엔 아예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다.
리더는 많은 경험과 자기 희생 필요신 회장이 소신껏 호텔을 세우고 운영할 수 있었던 데는 다양한 경험이 한 몫 했다고 들려준다. “집은 잘 살았지만 경험 삼아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했어요. 대학교 때부터 업종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죠. 졸업 후엔 인테리어 회사를 차렸고요. 가구 공장을 직접 운영해봤기 때문에 가구나 인테리어 분야는 전문가 수준이지요.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건물을 짓기도 했어요. 서울 논현동 언주로 주변에 설계하고 지은 빌딩만 십여 채에 이릅니다. 시멘트 한 포 가격이 얼마인지도 아는 걸요. 이런 경험이 호텔을 짓고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태원에 낸 IP부티크 호텔은 100% 제 작품이죠(웃음). 호텔 설계부터 객실 인테리어를 직접 했어요.”
신 회장은 자신이 배운대로 경영 수업을 했다. 현재 IP부티크 호텔은 장남 신재범 씨가 관리한다. 그는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기획전략팀 사원으로 입사해 차근차근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리더를 하려면 다 알아야 합니다.심지어 주방에서 식사를 만들 때 어떤 재료가 들어가고 어떤 맛이 나는지까지 세세하게 알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만 직원들을 이끌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리더에게 요구되는 건 자기 희생이죠. 자신보다 직원과 회사를 우선 생각하고 챙길 줄 알아야 합니다”
삼형제 모두 기업인신철호 대표는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 임대사업을 해 온 일진실업 집안의 3남5녀 중 차남이다. 서울 강남의 경복아파트 일대에 많은 부동산을 갖고있는 땅부자 집안이다. 1962년 부동산 임대회사로 출발한 일진실업은 99년 일진실업, 태승이십일,아모제산업으로 분할됐다. 신철호 회장은 태승이십일을 바탕으로 호텔 아미가(현 임피리얼팰리스)를 세웠다.
신철호 회장의 맏형인 신장호 대표는 레저사업과 부동산 임대 등이 주력인 일진실업을 맡고 있다.지난해 매출은 167억원. 신장호 대표가 98년에 만든 서울 강남의 스포월드는 회원제 피트니스 클럽이다.강남 쪽에 회사가 있는 CEO나 부자 고객이 많이 찾고 있어 상류사회의 사교 장소로 유명하다.막내인 신희호 대표는 아모제산업을 바탕으로 외식기업 아모제를 차렸다. 마르쉐, 오므토 토마토 등 새로운 개념의 레스토랑을 선보여 히트시켰다.
그는 레스토랑 운영 경험을 살려 공항·철도·리조트등에서 식음시설을 운영하는 컨세션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5월엔 여수엑스포의 식음시설 운영권도 따냈다. 지난해 매출은 1861억원.올해 컨세션 사업 성과가 뛰어나 2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신희호 대표는 89년부터 9년 동안 신철호 회장 밑에서 운용총괄 상무와 부사장으로 일하며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았다.신희호 대표는 형 신철호를 ‘인간적이며 멋을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형들이 많은 의지가 됐습니다.
특히 둘째 형에게 스키, 테니스 등 여러 운동을 배웠어요.형이 못하는 운동이 없거든요. 호텔에서 경영 수업을 할 때도 큰 줄기만 잡아주고 항상 믿고 맡기셨어요.이때 호텔 외식사업에 관심을 갖고 외식 기업을 창업하게 됐습니다.”삼형제는 스포월드에서 자주 만난다. 운동을 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형제간 우애를 다진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도 찾는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가을 강원도 홍천에 오픈한 골프장 ‘힐드로사이CC’. 큰 형이 경영하는 일진실업이 만들었지만 신철호 회장과신희호 대표도 관련 회사로 이름을 올리고 회원권 분양 등을 도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국민 10명 중 7명 “결혼하면 아이 낳아야죠...출산에 긍정적”
2 트럼프, 국토안보부 장관에 크리스티 노엄 주지사 지명
3검경, 불법추심 특별단속 강화한다…“악질행위 강력대응”
4“4만전자 시대 진짜 오나요”…신저가 행진에 개미들 ‘비명’
5 ‘尹 퇴진 집회’ 민주노총 조합원 4명 구속영장 기각
6코오롱인더 새 대표에 허성…“사업재편 완성할 적임자”
7‘날개 단’ 비트코인 10만달러 돌파하나…국내 증시 시총 넘어섰다
813세 이상 국민 4명 중 1명 “한국 사회 안전하지 않다”
9검찰, 쿠팡 본사 이틀째 압수수색...검색순위 조작 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