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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천수 라온레저개발 회장] 공사장 잡부로 시작해 제주에서 리조트 왕국을 꿈꾸다

[손천수 라온레저개발 회장] 공사장 잡부로 시작해 제주에서 리조트 왕국을 꿈꾸다

공사판 ‘잡부’로 시작했다. 아파트를 지어 돈을 벌었고 지금은 골프클럽, 승마클럽,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다. 손천수 회장은 제주 한림지역 일대에 대규모 레저타운을 건설하고 있다.



전남 구례 출신의 스물네 살 청년 손천수는 1975년 경남 마산의 한 철강회사에 입사했다. 그러나 평범한 회사원은 그에게 맞지 않았다. 대학을 포기하고 낯선 도시로 왔는데 박봉에 시달리는 게 성에 차지 않았다. 무언가 한판승부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치고올라왔다.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공사장 잡부로 시작해 ‘십장’‘오야지’로 불리는 개인 하도급업자가 되어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손천수 라온레저개발 회장은 “1980년대 중반엔 땅사서 집을 지으면 곧바로 팔렸다. 건설 경기도 좋았지만 마산과 창원에 공장이 늘면서 인구가 계속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건설업계의 호황을 예상한 그는 고향의 전답을 팔아 1986년 ‘서광’이란 회사를 설립해 주택건설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회사는 경남 마산·창원 지역의 도급 순위 1·2위를 다투는 건실한 기업이 됐다. 서민형 아파트 ‘라온유(U)’는 여전히 지역에서 인기 브랜드다.


골프장 건설로 제주와 인연그가 제주도에 눈길을 돌린 것은 2003년부터다. 경기도 분당 오피스텔 사업을 함께 진행했던 CJ로부터 제주도 골프장 땅 매입을 제안 받은 것. 손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토지를 팔아 현금을 만들 때였다”며 “골프장 사업 생각도 있고 해서 한번 보기나 하자는 생각에 갔는데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고 밝혔다.그가 매입한 땅은 공교롭게도 대우그룹이 포천과 양산에 이어 야심적으로 추진하던 제주 아도니스 부지였다.

손 회장은 “도면을 보니 제주공항과 거리는 있었지만 스코틀랜드 골프 영웅 콜린 몽고메리의 설계가 맘에 들어 매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손 회장의 ‘제주도 드림’ 시발점인 라온골프클럽이다.2004년 10월 문을 연 라온골프클럽은 개장에 맞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최경주, 콜린 몽고메리, 박세리 초청 골프대회를 개최하면서 단숨에 지명도를 끌어 올렸다.또 눈이나 안개로 라운딩을 할 수 없으면 항공료·숙박비 등 여행경비를 돌려주는 ‘머니 백 개런티(Money Back Guarantee)’ 제도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화제가 됐다.

“후발주자로서 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 거죠. 10년이 다 되도록 지금까지 두 번 정도 여행경비를 돌려드렸어요. 사실 라온골프클럽은 해발 130~180미터의 낮은 지대에 위치해 제주 골프코스의 특징이자 핸디캡이라 할 수 있는 바람, 눈, 안개, 비의 영향이 적거든요. 결과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홍보 효과를 높인 셈이죠.”골프장만으로는 기대한 수익을 내기가 힘들었다. 손회장은 새로운 사업 진출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세계적인 휴양지를 둘러봤다. 그 결과 골프뿐 아니라 승마와 요트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종합 리조트 단지가 해답이란 결론을 얻었다.

“흔히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를 넘으면 골프, 2만 달러를 넘으면 승마, 3만 달러 시대가 되면 요트가 주목을 받는다고 합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정작 이것들을 한 장소에 만들 공간이 없다는 것이 맹점이었죠. 이윤이 날 때마다 제주 땅에 투자를 했으니 이를 활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군요.”소득과 레저의 상관관계를 따져 시작한 게 ‘라온 5대 프로젝트’다. 라온골프클럽과 라온관광목장, 더마파크, 라온프라이빗타운, 라온 비양도 관광케이블카&마리나 사업을 통해 제주 한림 지역을 국내 최대 체류형 관광휴양지로 조성한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 것이다.


제주에 해상 케이블카 건설 계획주위에서는 손 회장에 대해 “고민은 신중하지만 일단 결정하면 그 속도가 무섭다”고 평가한다. 걸맞게 그의 행보엔 주저함이 없었다. 우선 승마클럽을 짓기 시작했다. 2008년 오픈한 더마파크는 국제 경기장을 겸한 야외마장과 실내마장, 400m 직선주로를 포함한 총 길이 1.8㎞의 외주로, 클럽하우스 등을 갖춘 국내 최대 말 테마파크다.“유럽, 중국, 호주 등 말 관련 산업이 발달한 나라를 찾아다녔죠. 중국 심천에 가니 칭기즈칸 공연을 하고 있더군요. 이거다 싶었죠.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와 음향 전문가들이 가세해 공연을 준비했어요. 지금은 공연에서 나오는 이윤으로 승마클럽을 운영하고 있죠.”

더마파크에서 진행되는 기마전쟁 드라마 ‘칭기즈칸의 검은 깃발’은 몽고인들이 직접 출연해 다양한 기마술을 보여주고 있어 가족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승마클럽이 어느 정도 안착되자 손 회장은 리조트 건설에 눈을 돌렸다. 마침 인근에 보훈처 소유의 땅이 매물로 나왔다. 그는 “18홀 골프장 허가가 난 땅이었는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매입 당시 골프 붐이 꺾일 때여서 차라

리 9홀을 줄이고 리조트를 설계하면 골프장과 리조트를 다 잡을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지난해 문을 연 라온프라이빗타운은 총 934세대 규모로 월 관리비가 30만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그러면서도 전용 골프장, 아쿠아풀, 노천탕, 피트니스센터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올 초까지 중국인 등 외국인이 200여채를 계약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라온프라이빗타운 내에 명품관과 뷰티센터가 오픈했다.손 회장은 “명품관의 경우 직수입으로 면세점 가격과 동일하고 L&B리더스뷰티센터는 성형 피부과가 주 진료과목”이라며 “가을께 전통 중국음식점이 완공되면 중국인 투자와 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손 회장이 계획하는 마지막 프로젝트는 리조트 너머보이는 비양도를 케이블카로 연결하는 ‘비양도 관광케이블카&마리나 사업’이다. 비양도에는 마리나 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일 벌일 때마다 운이 따랐다그는 “제주공항에 착륙하기 전 비행기가 비양도를 회항하는데 바다색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며 “많은 사람이 바다를 하늘에서 볼 수 있게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해상 케이블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그 동안 시민단체의 반대도 있었지만 사업은 도의회 동의절차를 남긴 상태. 손 회장은 늦어도 내년이면 공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보기엔 승승장구한 모습이지만 사업은 매번 어려운 고비를 맞았다. 이번 라온프라이빗타운 건설에도 그는 주위의 만류와 싸워야 했다. 지역 중견건설사가 1000세대,분양규모 5000억 원의 사업을 펼치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착공 무렵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최악이었죠. 많은 건설업체가 부도를 냈고 부동산 가격은 반토막 났어요.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오히려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었죠.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관리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손 회장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건설업에 뛰어들어 실속형 아파트를 지을 때 노태우 정부의 ‘국민주택 200만호 정책’이 사업을 받쳐주었고, 제주에 골프장을 오픈 한 2004년 이후 전국엔 골프붐이 일면서 골프장 회원가가 급등했다.

라온프라이빗타운 또한 2010년 도입된 외국인 영주권제도(제주지역에 한해 미화 50만 달러 또는 한화 5억원 이상 휴양체류시설을 매입하면 영주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분양률을 높였다. 최근엔 제주에 NLCS·브랭섬 홀 아시아,KIS 등 국제학교가 잇따라 문을 열면서 제주영어교육도시 주거지로 부상하고 있다.52살에 제주도에 왔으니 올해로 10년째. 그 동안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제주서부 지역은 손 회장의 라온이 들어서면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해상 관광케이블카 사업까지 마무리되면 이 지역은 국내 최대 규모의 체류형 레저휴양단지가 된다. 그러나 그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에 차이나타운을 만들 계획입니다. 중국인들의 제주행은 이제 시작이에요. 그들이 와서 쉬고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입니다.”제주는 중국 상하이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베이징에서는 1시간 50분이면 도착하고 숙박비도 하이난의 30%에 불과하다. 손 회장은 이미 라온프라이빗타운(75만여㎡)의 2배 가까운 130만여㎡의 부지를 인근에 확보해 두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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