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 탄생의 진실과 허구
지난 9월 하버드 신학대학원 역사학자 캐런 킹 교수는 새로 발견된 복음서 조각을 공개했다. ‘예수 아내의 복음(The Gospel of Jesus’ Wife)’이라고 이름 붙인 이 파피루스 파편은 벌집을 쑤신 듯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해묵은 의문을 새롭게 제기했다. ‘나사렛의 예수’라는 역사적인 인물에 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신약성서 외에 다른 복음서가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시 한번 생각해봄직한 주제다.
발견된 파피루스 파편은 명함 크기의 문서 조각일 뿐이다(The fragment is just a scrap—the size of a credit card). 고대 이집트 언어인 콥트어(Coptic)로 작성됐고, 온전한 문장이 아닌 8줄의 어구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 예수가 “나의 아내”라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음모설 이론가는 그 소식이 마치 높은 곳에서 내린 계시인 듯 법석을 떨었다.
그들은 작가 댄 브라운이 베스트셀러 소설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에서 주장한 예수 결혼설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파 기독교인은 “부당하다”고 외치며(cried “foul”) 그런 보잘것없는 파피루스 조각으로 아무 것도 입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킹 교수와 동료 학자들은 중립적인 입장(the middle ground)을 취했다.
그 문서 조각이 예수와 그의 가족이 세상을 떠난 지 약 300년 뒤인 기원 후 4세기에 작성됐으리라고 추정되기 때문에 후세 기독교인이 예수에 관해 믿었던 내용을 말해줄 뿐 예수 생애에 실제로 일어난 일을 알려주지는 않는다(it can tell us what later Christians believed about Jesus, but not what actually happened during his life)고 주장했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 역사 전문가 대다수는 그 문서를 가짜(hoax)라고 생각한다. 아마추어가 현대에 만든 위조 문서로, 킹 교수나 그 정도 위상에 있는 학자들과 달리 그는 콥트어의 세세한 문법을 잘 몰라 조작 흔적을 감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최종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용된 잉크의 과학적 분석 결과가 나와야 고대 문서인지 현대에 날조된 문서인지 정확히 판별된다.
그러나 가짜라고 해도(그럴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그 문서는 성서 외에 고대 세계에서 전해 내려온 예수에 관한 복음서가 존재하며 거기에는 널리 믿어지는 견해와 상충되는 정보(information at odds with widely held views)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지금 세계의 기독교인은 예수의 탄생을 축하할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베들레헴의 아기에 관한 ‘주지의 사실(common knowledge)’ 대부분은 성서의 권위에서 찾아지지 않으며, 현대에 만들어진 이야기거나 기독교 정전이 아닌 외경 등에서 나온 이야기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실제 성서에는 예수가 탄생한 연도도 나오지 않고, 12월 25일에 태어났다고 시사하는 대목도 없다. 또 아기 예수가 뉘여진 구유(여물통) 곁에 소와 나귀가 있었다는 언급도 없다.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방문한 동방박사(wise men)가 7명이나 12명이 아니라 3명이라고 밝히지도 않는다.
지난 수세기 동안 대다수 기독교인은 예수 탄생에 관한 정보를 신약성서가 아니라 외경으로 간주되지 않는 대중적 복음서에서 얻었다. 가장 잘 알려진 책이 2세기 말께 쓰여진 ‘야고보 원(原)복음서(The Proto-Gospel Of James)’다. 정경 복음서(canonical Gospels)보다 한 세기 뒤에 나왔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정확한 정보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중세까지 기독교인은 역사적 정확성에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들은 이야기, 특히 ‘하느님의 아들(Son of God)’ 예수의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너무도 좋아했고 그 의미를 새기고 싶어했다.
여러 면에서 볼 때 야고보 원복음서는 주로 예수의 어머니인 ‘복된 동정녀 마리아(the Blessed Virgin Mary)’의 세부 사항을 알리려는 의도로 쓰여졌다. 특히 마리아가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기로 선택된 과정과 이유를 자세히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마리아의 기적적인 탄생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마리아의 어머니 안나는 아이가 없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 간절히 기도한 후에 기적적으로 아이를 얻는다. 마리아가 태어나자 안나는 마리아를 하느님에게 바치기로 결심한다. 첫 3년 동안 마리아의 침실을 성역으로 만들어 외부의 불순한 영향을 받지 않고 자라게 한다.
그렇게 3년이 지나자 안나는 마리아를 예루살렘의 하느님 성전에 맡긴다. 마리아는 제사장들의 손에 자라며 높은 곳에서 보내진 천사가 매일 주는 음식을 먹고 자란다. 초경이 시작될 무렵 제사장들은 그녀의 보호자를 찾는다. 그때 나이 많은 요셉의 지팡이에서 비둘기가 나와 지팡이에 내려앉는 계시가 나타난다. 요셉은 처음엔 거부하지만 제사장들은 거절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그를 설득한다.
지금까지도 요셉을 늙은 홀아비로, 마리아를 어린 소녀로 간주하는 기독교인이 수없이 많다(요셉과 마리아의 베들레헴 여행 그림과 아기예수 탄생 그림을 보라). 또 예수의 ‘동생들’(이 복음서의 저자로 알려진 야고보 포함)이 요셉의 전처에게서 태어난 아들들이었다고 믿는 기독교인도 많다. 그런 견해는 성서 정전이 아니라 야고보 원복음서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야기는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내용으로 이어진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하리라고 고지한다. 마리아가 잉태하자 요셉은 그녀가 외도한 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요셉은 진실을 알게 되고 베들레헴으로 가는 도중에 예수가 기적적으로 태어난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에는 황당한 세부 내용이 많다(But there are numerous apocryphal details in all these accounts). 우선 요셉 자신의 놀라운 일인칭 묘사가 나온다. 그는 예수가 태어난 순간 시간이 멈췄다(time stood still at the moment when Jesus came into the world)고 말한다. 공중에 날아가던 새가 그 자리에 멈췄고, 식사하던 사람들의 손이 입으로 가져가는 도중에 얼어붙었으며, 양을 모는 목동이 팔을 들어 올리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는 이야기다.
야고보 원복음서에서 더 놀라운 이야기는 예수 출생 직후의 설명이다. 마리아가 진통을 하자 요셉은 산파를 구하러 떠난다. 그러나 산파를 데리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밝은 빛이 동굴(마구간이 아니다!)을 가득 채웠고, 아기 예수가 이미 태어나 있었다.
예수는 어머니에게 걸어가 젖을 문다(출산 한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산파는 동료인 살로메에게 가서 처녀가 아이를 낳았다고 말한다. 살로메는 당연히 믿지 못한다. 그녀는 직접 마리아를 검사해봐야 믿겠다고 말한다. 살로메가 동굴로 가서 마리아의 몸에 손을 넣어 출산 후 내진(postpartum internal examination)을 한다.
그녀는 놀랍게도 마리아가 실제로 동정을 잃지 않았다(Mary is indeed physically intact)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살로메의 죄 지은 손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그때 천사가 나타나 살로메에게 아기를 안으라고 한다. 살로메가 아기 예수를 안자 손이 저절로 낫는다. 기록된 예수의 기적 중 첫번째다.
이런 이야기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의 독자는 대부분 그런 내용이 억지(farfetched)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기적의 이야기는 거의 늘 그렇게 간주된다. 전설이나 꾸며낸 이야기가 분명하다는 반응이다. 마찬가지로 아주 기적적이지만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들어서 잘 아는 이야기에는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냥 믿는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외부인들은 기이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신약성서에 나오는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어떨까? 권위 있는 정전이라고 해서 외경보다 믿음이 더 갈까?
사실 그 질문은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지난 11월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세 번째 책 ‘나사렛의 예수: 유아기 이야기(Jesus of Nazareth: The Infancy Narratives)’를 펴냈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예수 탄생에 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요세프 라칭어는 교황에 오르기 전 선도적인 독일 신학자였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예수 탄생 이야기에 적용했다. 그러나 이 책은 학자가 신학 발전을 목적으로 쓴 학구적인 책이 아니다. 교황을 따르는 수많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에게 적합한 경건한 고찰서다. 복음서의 내용이 신학적으로 소중할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정확하다(not only theologically valuable but also historically accurate)는 점을 확인한 그의 책은 가톨릭 신자만이 아니라 모든 종파의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에게도 널리 환영 받을 만하다.
그러나 교황이 펴낸 책은 성서의 내용을 무조건 지지하기보다는 과거에 실제로 일어난 일을 알려는 사람들에게는 환영 받지 못할 듯하다. 가톨릭 신학자, 개신교 신학자, 유대교 신학자, 불가지론자 등 신약 성서의 예수 탄생 이야기와 아주 다른 견해를 가진 학자가 많다. 그들은 예수 탄생 이야기가 포함된 유일한 두 복음서인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서 말하는 전통적인 이야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마태와 누가복음이 예수의 의미와 중요성을 고찰하는 신학적인 성찰에 소중한 가치를 갖는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복음서는 역사적 사건을 진지하게 재구성하려는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역사적인 기록이 결코 아니다. 일부 기독교 신자는 그런 점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신자에게는 일종의 해방이다. 불완전한 역사 기록과 오류를 범하기 쉬운 학자들이 제공하는 불확실성에 기초한 신앙생활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신학자들은 수세기 동안 신약성서의 예수 탄생 이야기가 역사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점을 인식했다. 우선 두 가지 이야기가 조화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완전히 다르다(strikingly different from one another, in ways that appear irreconcilable). 마태복음 1~2장과 누가복음 1~2장을 말한다.
먼저 두 복음서는 예수의 아버지 요셉의 계보(genealogy)를 소개하지만 내용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두 복음서 중 어느 쪽도 예수가 요셉의 친아들이라는 언급이 없기 때문에 계보를 언급하는 이유가 매우 흥미롭다). 양쪽 복음에서 말하는 요셉의 부친, 조부, 증조부 등등이 서로 다르다. 한쪽이 마리아의 계보이고 다른 쪽이 요셉의 계보가 아니다. 두 복음서 저자들은 아주 분명히 요셉의 계보를 이야기한다.
마태와 누가가 요셉의 계보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예수를 유대인 선조와 연결시키고 싶기 때문이다(they both want to relate Jesus to the ancestral line of the Jewish patriarchs). 그러나 두 저자 중 어느 쪽도 믿을 만한 자료를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각자가 요셉의 계보를 생각대로 만들어냈다.
그러니 서로 상충될 수밖에 없다(necessarily at odds with each other).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그 외에도 마태와 누가복음의 첫 두 장에는 일치하지 않는 내용이 숱하다(The discrepancies occur repeatedly throughout the chapters).
더구나 두 복음서에는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과 모순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누가복음의 예를 들어보자. 이 복음서에만 요셉과 마리아가 나사렛의 집에서 베들레헴으로 간다.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 ‘천하’로 다 호적하라”고 했기 때문에 호구조사를 하러(to register for a census) 떠났다.
‘천하(the whole world)’라고? 누가는 ‘로마제국 전체’를 의미한 듯하다. 그러나 그조차도 역사적으로 옳을 수가 없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통치에 관해선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제국 전체의 호구조사는 없었다(there never was a census of his entire empire).
더구나 당시 로마제국 사람들이 조상의 고향(ancestral home)에서 호적을 등록한 일은 없다. 누가복음에 따르면 요셉과 마리아는 베들레헴에 호적 등록을 해야 했다(그래서 예수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것으로 된다). 요셉이 베들레헴 출신인 다윗왕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윗은 약 1000년 전의 인물이다. 로마제국 전체에서 모든 사람이 1000년 전 조상의 고향으로 돌아가 호적 등록을 했을까? 이런 호구조사에 따르는 대규모 이동을 상상해 보라.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역사에서 누락될 리가 없다. 그 정도의 사건이라면 어떤 역사가가 당연히 언급할 가치가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따라서 이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 모두가 예수는 실제로 나사렛 출신이라고 알고 있는 시절에 예수가 어떻게 베들레헴(메시아의 탄생이 예정된 곳이다)에서 태어날 수 있었는지 설명할 목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다.
동정녀의 출산(virgin birth)이라는 논란 많은 문제를 제쳐두고도 믿기 어려운 다른 이야기도 많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에 따르면 동방박사들이 별을 따라 베들레헴으로 갔고, 별은 아기 예수가 있는 집 위에 머물렀다. 예수의 가족은 호적을 등록하러 갔는데 왜 어떤 집에서 살고 있었을까? 또 별이나 천체가 어떻게 사람을 특정 도시로 인도한 뒤, 특정한 집 위에 머물 수 있을까?
이런 수수께끼를 두고 물론 오랫동안 논쟁이 계속돼 왔다(Conundrums such as these have been debated for many years, of course). 일부 신학자와 그들을 따르는 신자는 기발하게 독창적인 해결책을 찾았고, 좀 더 비판적인 역사학자들은 그런 의문점이 ‘선의에서 비롯된 문제(bona fide problems)’라고 주장했다. 비판자들의 이야기는 이런 복음서들이 예수가 태어났을 당시 실제로 일난 사건의 믿을 만한 기록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는 것이었다.
기독교인 다수는 그런 주장을 불쾌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성서가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신자들이 오랫동안 알았고 말해왔듯이 사실 불쾌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예수의 일생은 ‘역사(histories)’로 불린 적이 없다. 늘 ‘복음(Gospels)’이라고만 알려졌다. ‘좋은 소식의 선포(proclamations of the good news)’라는 뜻이다.
신약성서의 복음서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종교적 진실을 선포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These are books that meant to declare religious truths, not historical facts). 종교적 진실이 반드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신자들에게는 전혀 ‘좋은 소식’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더 넓은 시야를 갖고, 더 관대하게 해석하고, 신학적 의미를 더 충실히 음미해 보자. 그러면 복음서의 예수 탄생 이야기는 과거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이런 이야기가 더 위대한 진실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삶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의 바탕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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