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러 신흥갑부 ‘노비 루스키’ 잡아라
Special Report - 러 신흥갑부 ‘노비 루스키’ 잡아라
서울보다 의료비 20~30% 싸고 요트 탈 수 있어 인기 … 러시아인 겨냥한 항공편·통역·마케팅 부족 극동 러시아 부자들이 부산으로 몰린다. 그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후 해운대 일대에서 쇼핑을 즐긴다. 부산 수영만엔 겨울 내내 러시아 요트가 드나든다. 그러나 의료관광을 빼고는 러시아인을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이 부족하다. 항공편·통역도 늘려야 한다. ‘통 큰’ 러시아 부자의 지갑을 더 열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 2월 19일 부산 수영만 요트장. 약 450척을 수용할 수 있는 계류장은 빈자리가 없었다. 100여척이 계류장 주변 주차장에 임시 정박해 있을 정도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수산물 유통업을 하는 안드레이(47)는 지난해 11월에 사업 파트너와 함께 14m급 파워요트를 끌고 부산에 왔다.
지난 연말 안드레이 가족은 항공기편으로 부산에 와서 2주 동안 요팅과 관광을 즐겼다. 1월엔 사업 파트너의 가족이 다녀갔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가 어는 11월~3월 이곳 수영만에서 겨울을 나는 극동러시아 요트족이 많다”며 “가족이 함께하고 체류기간이 길다 보니 숙박과 쇼핑 등 지출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극동 러시아 의료관광객 급증러시아인 관광객의 부산 방문이 늘고 있다. 가장 큰 방문 목적은 의료관광이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극동러시아 지역 병원은 대부분 시설이 열악하고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져서다. 신흥 부자들을 중심으로 해마다 4만∼5만 명이 한국·중국·태국·싱가포르로 의료관광을 떠난다.
특히 이들은 몇 해 전부터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온이 따뜻한 부산을 찾는다. 부산시 문화체육관광국 관계자는 “최근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러시아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서울에 비해 진료비가 20~30% 정도 싼데다 바다를 끼고 있어 연해주와 비슷해 러시아인의 의료 관광지로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지역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만4125명으로 2011년(1만31명)보다 40.8% 증가했다. 외래환자는 1만2567명으로 38.6% 늘었고, 입원환자는 1558명으로 61.2% 늘었다. 국적별로 보면 러시아인 환자가 전체 37.7%인 53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인 1670명, 일본인 1542명 순이었다.
러시아 의료관광객들은 대부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울이나 부산행 비행기를 타고 와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다. 진료나 치료 후엔 수영만에서 요트를 즐기기도 한다. 파라다이스호텔·해운대그랜드 호텔 같은 해운대 일대의 고급 호텔에 묵고, 센텀시티 일대 백화점과 서면에서 쇼핑을 한다.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사는 고르슈노바(63)는 지난해 4월 부산 덕천동 부민병원에서 고관절 수술을 받은 후 올 2월 다시 이 병원을 찾았다. 습관성 탈장으로 러시아 현지에서 3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아서다. “지난해 수술 받은 고관절은 다 나았느냐”고 묻자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오케이”라고 답했다.
“수술 받기 전엔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는데 이젠 손자를 안고 시내를 걸어 다닌다”며 “고관절 수술 경과가 좋아 탈장 치료도 잘 될까 다시 부산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나 우수 리스크 지역 매스컴에 부산 지역의 의료관광이나 쇼핑 관련 보도가 많이 난다”며 “지난해 의료관광 에이전시들의 의료관광객 모집 광고를 보고 왔다”고 말했다.
고르슈노바가 치료를 받는 내내 곁에선 김현차 코디네이터가 함께 했다. 김씨는 사할린에서 40년 동안 의사로 지내다 은퇴한 고려인. 이 병원을 찾는 러시아인이 늘어나면서 통역과 안내를 담당할 인력이 필요해 채용됐다. 고르슈노바는 “김 선생님이 어려운 의학 용어를 러시아어로 쉽게 전달해줘 이해가 쉽다”며 “단순한 언어 전달을 넘어 의사 출신의 세세한 보살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부민병원은 척추관절 전문병원이다. 척추관절센터와 함께 내과·신경과·통증의학과·비뇨기과·정신건강의학과·검진센터를 갖춰 ‘원스톱 의료’가 가능하다. 김민경 부민병원 국제협력팀장은 “2008년 러시아 환자가 처음 방문한 이후 2010년 20명, 2011년 50명, 지난해 100명 정도로 늘었다”며 “연초부터 문의전화가 많아 올해는 러시아인 환자가 더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쇼핑·호텔 업계에도 큰 손님부산으로 의료관광을 오는 러시아인 환자의 주요 진료과목은 척추관절·건강검진·라식 등이다. 성형의 비율은 중국·일본인 관광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최근엔 건강검진을 위해 찾는 환자가 늘었다. 이들은 러시아 병원의 의료수준이 떨어진다고 본다. 그나마 거기서 진료를 받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한다.
부산으로 오는 러시아인은 장기 휴양형의료관광에 관심이 크다. 부민병원 김민경 팀장은 “러시아인 환자들은 치료비를 일일이 따지 않는다”며 “받을 수 있는 서비스나 진료를 한꺼번에 모두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인들은 귀 체온계를 비롯한 의료기구도 대량 구입한다”며 “중국이나 일본 환자보다 씀씀이가 크다”고 덧붙였다. 가족이나 친구 등 보호자를 대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도 대개 검진과 외래진료를 받는다.
그동안 부산 지역을 찾는 의료관광객은 일본인과 중국인이 많았다. 하지만 부산시와 의료계의 활발한 마케팅 활동에 힘입어 러시아인 의료관광이 활성화했다. 부민병원 역시 지난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철도병원과 협력병원 협약을 하고 나눔의료 행사를 진행했다. 이어 우수리스크 소재 르네상스21병원을 방문해 수술환자 진료를 했다. 의료관광 유치 에이전시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지역 방송에 광고를,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도로 분리대 입간판에 배너광고를 했다.
러시아인 관광객은 부산 지역의 쇼핑·숙박업계에도 ‘큰 손’으로 떠올랐다. 롯데백화점 부산 4개점의 해외 쇼핑객은 2009년 2만 5000여명에서 2010년 3만4000여명, 2011년 5만5000여명으로 해마다 늘었다. 외국인 쇼핑객의 국적도 다양하다. 아직 일본(50%)·중국인(35%) 비중이 크지만 러시아·유럽·동남아 쇼핑객도 15%에 이른다.
2009년 개장과 더불어 세계 최대 규모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도 러시아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월 20일 오전에도 러시아인 관광객은 두서넛씩 짝을 지어 쇼핑을 했다. 2011년 이 백화점을 다녀간 해외 쇼핑객은 2만3000여명이었다. 지난해엔 3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인 관광객은 중국이나 일본관광객처럼 깃발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정확한 숫자를 집계하기는 힘들다.
하성호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영업담당은 “세금 환급(텍스리턴) 수치를 보면 2011년 중국·일본·한국·러시아 순이었는데 지난해는 한국과 러시아 위치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러시아인은 화장품과 명품, 고급 의류가 있는 1~3층에서 주로 쇼핑을 하기 때문에 1인당 구매액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1층 쥬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 매장은 이 백화점에서 러시아인 관광객 방문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매장 직원은 “일본인은 상품을 일일이 착용해 보고 꼼꼼히 살핀 후 구입하지만 러시아인 관광객은 다르다”고 전했다. 중국인 관광객처럼 충동적으로 구매하진 않지만 취향에 맞으면 통 크게 구입한다는 것이다.
매장 직원은 “러시아인은 목걸이·귀걸이를 고를 때 주로 알이 크거나 줄이 두꺼운 것을 선호한다”며 “술을 즐기는 나라여서인지 술잔이나 볼(bowl)을 찾는 고객도 많다”고 덧붙였다. 보통 러시아인 1인당 매출은 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 매장의 상품 단가가 10만원대임을 감안하면 대량 구입하는 셈이다.
늘어난 러시아인 관광객으로 부산 지역 호텔 업계도 호황이다. 현지 파라다이스호텔은 투숙객 중 외국인 비중이 2010년 40%대, 2011년 43%대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45%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일본·중국인 일색이었지만 최근 러시아인이 늘면서 국적도 다양해졌다. 부산롯데호텔은 지난해 해외 관광객 비중이 90%에 육박했다.
늘어나는 러시아인 관광객에 비해 쇼핑업계의 표적 마케팅은 부족한 편이다. 특히 러시아인에 맞는 의류 사이즈가 부족해 빈손으로 가는 사람도 많다. 백화점 2층의 동우모피 매장 부매니저는 “러시아는 날씨가 춥고 어두운 날이 많아서 그런지 흰색 계통이나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며 “하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꽤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인은 크고 풍성한 스타일의 모피를 원하지만 국내 모피 트렌드는 슬림한 게 대세”라는 것이다. 고급 숙녀복 브랜드 미샤(MI CHAA) 매장의 직원도 “가죽제품이나 특이한 디자인에 만족하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어 백화점 쿠폰 없어 불편현재 부산 해운대·광안리 일대에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특급호텔이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러시아인 관광객에 겨냥한 준비는 부족하다. 최근 파크하얏트부산호텔이 오픈하면서 해운대에는 도보 30여분 거리에 파라다이스호텔·노보텔앰배서더부산·해운대그랜드호텔·웨스틴조선호텔부산 같은 특급 호텔 5개가 오밀조밀 들어섰다.
그러나 러시아어를 하는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쇼핑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 대상 쿠폰을 발행하고 있지만 영어·일본어·중국어로만 돼 있다. 러시아 관광객들은 영어로 된 쿠폰을 받아간다. 카지노에서도 러시아인 수가 적은 편이다.
황성하 파라다이스호텔 홍보팀 과장은 “현재 카지노 시장의 가장 큰 손님은 중국인”이라며 “중국·일본 관광객은 바카라를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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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월 19일 부산 수영만 요트장. 약 450척을 수용할 수 있는 계류장은 빈자리가 없었다. 100여척이 계류장 주변 주차장에 임시 정박해 있을 정도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수산물 유통업을 하는 안드레이(47)는 지난해 11월에 사업 파트너와 함께 14m급 파워요트를 끌고 부산에 왔다.
지난 연말 안드레이 가족은 항공기편으로 부산에 와서 2주 동안 요팅과 관광을 즐겼다. 1월엔 사업 파트너의 가족이 다녀갔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가 어는 11월~3월 이곳 수영만에서 겨울을 나는 극동러시아 요트족이 많다”며 “가족이 함께하고 체류기간이 길다 보니 숙박과 쇼핑 등 지출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극동 러시아 의료관광객 급증러시아인 관광객의 부산 방문이 늘고 있다. 가장 큰 방문 목적은 의료관광이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극동러시아 지역 병원은 대부분 시설이 열악하고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져서다. 신흥 부자들을 중심으로 해마다 4만∼5만 명이 한국·중국·태국·싱가포르로 의료관광을 떠난다.
특히 이들은 몇 해 전부터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온이 따뜻한 부산을 찾는다. 부산시 문화체육관광국 관계자는 “최근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러시아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서울에 비해 진료비가 20~30% 정도 싼데다 바다를 끼고 있어 연해주와 비슷해 러시아인의 의료 관광지로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지역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만4125명으로 2011년(1만31명)보다 40.8% 증가했다. 외래환자는 1만2567명으로 38.6% 늘었고, 입원환자는 1558명으로 61.2% 늘었다. 국적별로 보면 러시아인 환자가 전체 37.7%인 53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인 1670명, 일본인 1542명 순이었다.
러시아 의료관광객들은 대부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울이나 부산행 비행기를 타고 와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다. 진료나 치료 후엔 수영만에서 요트를 즐기기도 한다. 파라다이스호텔·해운대그랜드 호텔 같은 해운대 일대의 고급 호텔에 묵고, 센텀시티 일대 백화점과 서면에서 쇼핑을 한다.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사는 고르슈노바(63)는 지난해 4월 부산 덕천동 부민병원에서 고관절 수술을 받은 후 올 2월 다시 이 병원을 찾았다. 습관성 탈장으로 러시아 현지에서 3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아서다. “지난해 수술 받은 고관절은 다 나았느냐”고 묻자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오케이”라고 답했다.
“수술 받기 전엔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는데 이젠 손자를 안고 시내를 걸어 다닌다”며 “고관절 수술 경과가 좋아 탈장 치료도 잘 될까 다시 부산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나 우수 리스크 지역 매스컴에 부산 지역의 의료관광이나 쇼핑 관련 보도가 많이 난다”며 “지난해 의료관광 에이전시들의 의료관광객 모집 광고를 보고 왔다”고 말했다.
고르슈노바가 치료를 받는 내내 곁에선 김현차 코디네이터가 함께 했다. 김씨는 사할린에서 40년 동안 의사로 지내다 은퇴한 고려인. 이 병원을 찾는 러시아인이 늘어나면서 통역과 안내를 담당할 인력이 필요해 채용됐다. 고르슈노바는 “김 선생님이 어려운 의학 용어를 러시아어로 쉽게 전달해줘 이해가 쉽다”며 “단순한 언어 전달을 넘어 의사 출신의 세세한 보살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부민병원은 척추관절 전문병원이다. 척추관절센터와 함께 내과·신경과·통증의학과·비뇨기과·정신건강의학과·검진센터를 갖춰 ‘원스톱 의료’가 가능하다. 김민경 부민병원 국제협력팀장은 “2008년 러시아 환자가 처음 방문한 이후 2010년 20명, 2011년 50명, 지난해 100명 정도로 늘었다”며 “연초부터 문의전화가 많아 올해는 러시아인 환자가 더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쇼핑·호텔 업계에도 큰 손님부산으로 의료관광을 오는 러시아인 환자의 주요 진료과목은 척추관절·건강검진·라식 등이다. 성형의 비율은 중국·일본인 관광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최근엔 건강검진을 위해 찾는 환자가 늘었다. 이들은 러시아 병원의 의료수준이 떨어진다고 본다. 그나마 거기서 진료를 받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한다.
부산으로 오는 러시아인은 장기 휴양형의료관광에 관심이 크다. 부민병원 김민경 팀장은 “러시아인 환자들은 치료비를 일일이 따지 않는다”며 “받을 수 있는 서비스나 진료를 한꺼번에 모두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인들은 귀 체온계를 비롯한 의료기구도 대량 구입한다”며 “중국이나 일본 환자보다 씀씀이가 크다”고 덧붙였다. 가족이나 친구 등 보호자를 대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도 대개 검진과 외래진료를 받는다.
그동안 부산 지역을 찾는 의료관광객은 일본인과 중국인이 많았다. 하지만 부산시와 의료계의 활발한 마케팅 활동에 힘입어 러시아인 의료관광이 활성화했다. 부민병원 역시 지난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철도병원과 협력병원 협약을 하고 나눔의료 행사를 진행했다. 이어 우수리스크 소재 르네상스21병원을 방문해 수술환자 진료를 했다. 의료관광 유치 에이전시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지역 방송에 광고를,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도로 분리대 입간판에 배너광고를 했다.
러시아인 관광객은 부산 지역의 쇼핑·숙박업계에도 ‘큰 손’으로 떠올랐다. 롯데백화점 부산 4개점의 해외 쇼핑객은 2009년 2만 5000여명에서 2010년 3만4000여명, 2011년 5만5000여명으로 해마다 늘었다. 외국인 쇼핑객의 국적도 다양하다. 아직 일본(50%)·중국인(35%) 비중이 크지만 러시아·유럽·동남아 쇼핑객도 15%에 이른다.
2009년 개장과 더불어 세계 최대 규모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도 러시아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월 20일 오전에도 러시아인 관광객은 두서넛씩 짝을 지어 쇼핑을 했다. 2011년 이 백화점을 다녀간 해외 쇼핑객은 2만3000여명이었다. 지난해엔 3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인 관광객은 중국이나 일본관광객처럼 깃발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정확한 숫자를 집계하기는 힘들다.
하성호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영업담당은 “세금 환급(텍스리턴) 수치를 보면 2011년 중국·일본·한국·러시아 순이었는데 지난해는 한국과 러시아 위치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러시아인은 화장품과 명품, 고급 의류가 있는 1~3층에서 주로 쇼핑을 하기 때문에 1인당 구매액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1층 쥬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 매장은 이 백화점에서 러시아인 관광객 방문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매장 직원은 “일본인은 상품을 일일이 착용해 보고 꼼꼼히 살핀 후 구입하지만 러시아인 관광객은 다르다”고 전했다. 중국인 관광객처럼 충동적으로 구매하진 않지만 취향에 맞으면 통 크게 구입한다는 것이다.
매장 직원은 “러시아인은 목걸이·귀걸이를 고를 때 주로 알이 크거나 줄이 두꺼운 것을 선호한다”며 “술을 즐기는 나라여서인지 술잔이나 볼(bowl)을 찾는 고객도 많다”고 덧붙였다. 보통 러시아인 1인당 매출은 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 매장의 상품 단가가 10만원대임을 감안하면 대량 구입하는 셈이다.
늘어난 러시아인 관광객으로 부산 지역 호텔 업계도 호황이다. 현지 파라다이스호텔은 투숙객 중 외국인 비중이 2010년 40%대, 2011년 43%대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45%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일본·중국인 일색이었지만 최근 러시아인이 늘면서 국적도 다양해졌다. 부산롯데호텔은 지난해 해외 관광객 비중이 90%에 육박했다.
늘어나는 러시아인 관광객에 비해 쇼핑업계의 표적 마케팅은 부족한 편이다. 특히 러시아인에 맞는 의류 사이즈가 부족해 빈손으로 가는 사람도 많다. 백화점 2층의 동우모피 매장 부매니저는 “러시아는 날씨가 춥고 어두운 날이 많아서 그런지 흰색 계통이나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며 “하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꽤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인은 크고 풍성한 스타일의 모피를 원하지만 국내 모피 트렌드는 슬림한 게 대세”라는 것이다. 고급 숙녀복 브랜드 미샤(MI CHAA) 매장의 직원도 “가죽제품이나 특이한 디자인에 만족하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어 백화점 쿠폰 없어 불편현재 부산 해운대·광안리 일대에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특급호텔이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러시아인 관광객에 겨냥한 준비는 부족하다. 최근 파크하얏트부산호텔이 오픈하면서 해운대에는 도보 30여분 거리에 파라다이스호텔·노보텔앰배서더부산·해운대그랜드호텔·웨스틴조선호텔부산 같은 특급 호텔 5개가 오밀조밀 들어섰다.
그러나 러시아어를 하는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쇼핑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 대상 쿠폰을 발행하고 있지만 영어·일본어·중국어로만 돼 있다. 러시아 관광객들은 영어로 된 쿠폰을 받아간다. 카지노에서도 러시아인 수가 적은 편이다.
황성하 파라다이스호텔 홍보팀 과장은 “현재 카지노 시장의 가장 큰 손님은 중국인”이라며 “중국·일본 관광객은 바카라를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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