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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POWER CELEBRITY 40 - 매섭게 몰입하더니 주연이 되다

KOREA POWER CELEBRITY 40 - 매섭게 몰입하더니 주연이 되다

배우 류승룡(34위)이 파워 셀레브리티 40에 새로 진입했다. 순위는 높지 않지만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 2004년 충무로에 처음 발을 디딜 때처럼.

1970년생, 서울예대 연극과 졸업, 대표작 ‘7번 방의 선물’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 ‘최종병기 활’ ‘고지전’


1691만8211명. 지난해 류승룡(43)이 출연한 영화의 관객 수다. 목소리 연기를 한 ‘가디언스’를 더하면 관객 수는 더 늘어난다. 두 영화에서 류승룡이 모두 조연으로 출연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소 젖 짜는 카사노바’라는 초유의 캐릭터를 탄생시켰고,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이병헌과 호흡을 맞춰 1000만 관객 신화를 이뤘다.

그는 감초 이상의 ‘연기파 조연’으로 불리며 올해의 영화상·청룡영화상·대종상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주연을 맡은 ‘7번 방의 선물’(2013년 개봉)까지 800만 관객몰이를 하면서 그의 진가를 입증했다. 광고계 러브콜도 이어졌다. 라면·학습지 등 지난해 출연한 광고만 19편. 남성화장품 광고까지 진출했다.

충무로에서는 류승룡을 송강호·설경구를 이을 개성파 ‘톱 배우’로 꼽는다. 영화 관계자는 “류승룡은 요즘 주요 투자사·제작사가 가장 눈 여겨 보는 배우”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의 성공은 예견된 일이다. 필모그래피를 거슬러 올라가면 700만 명 이상 관객이 든 ‘최종병기: 활’도 있다. 이 모든 일이 1년 남짓한 사이에 이뤄졌다. 류승룡의 티켓 파워는 확실한 보증수표가 됐다.




저돌적이고 악착같은 배우

류승룡이 충무로 대세로 부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출중한 연기력? 배우에게는 당연한 얘기다. 변화무쌍한 이미지? 역시 배우라면 숙명적으로 겪을 일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류승룡에게 그 이상의 무언가 있다고 말한다.

류승룡은 저돌적이다. 캐릭터를 향해 매섭게 몰입한다. 어떤 역할을 맡든 오롯이 영화 속 ‘그’가 되려고 한다. 영화마다 극중 인물의 감정에 완전히 동화돼 실제 그 인물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는 ‘메소드 연기’를 할 수 있는 이유다. 그것이 바로 류승룡의 힘이다.

변신은 배우의 숙명이라고 하지만 그의 변화 스펙트럼은 무한해 보인다. 카리스마넘치는 무사에서 카사노바로 둔갑하고, 위엄 있는 신하에서 지능이 낮은 딸 바보 아빠가 되는 변화무쌍함이 그의 경쟁력이다. 수많은 영화에서 개성 넘치는 조연으로 내공을 쌓은 그가 차츰 주연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류승룡은 악착같다. 현장에서 근성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종병기: 활’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박해일의 말이다. “승룡 형을 직접 겪고 나니 몰랐던 부분이 보인다. 섬세하고 늘 ‘파이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형 정도 연기 역량을 보여주면서 현장까지 챙기는 배우는 많지 않다.”

박해일의 말처럼 류승룡이 늘 파이팅을 외치는 것은 무명시절부터 가슴에 새겨 온 각오 때문이다. 그는 2000년대 초 연극 ‘웰컴 투 동막골’에 출연할 때 늘 전기 톱 같은 연장을 갖고 다녔다. 막노동판에서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기위해서다. 매일 생계를 고민해야 하는 절박함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오직 연기만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타올랐다.

별은 곁에 있는 별이 빛을 낼 때 더 반짝인다고 한다. 류승룡의 얘기 같다. 그는 훌륭한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다. 그와 함께 한 박해일·임수정·이병헌 모두 ‘주연상’을 받았다는 게 그 증거다. 상대 배우를 빛내주는 배우. 뛰어난 리액션은 배우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류승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빛을 낸다. 스타 캐스팅, 막대한 제작비가 없는 ‘7번 방의 선물’이 대박을 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류승룡 효과’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나리오를 잘 선택하는 것 역시 류승룡의 경쟁력이다. 그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류승룡은 “처음 ‘7번 방의 선물’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지능이 낮은 아버지가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갔는데, 우연찮게 감방의 보스를 살려주고 소원을 말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이 딸을 데려다 줬는데 실수로 다시 못 내보냈다. 흉악범들이 모인 7번 방에 아이가 갇혔다. 정말 참신하지 않나요? 주인공 용구가 아무 힘이 없는 무기력한 약자라는 점이 좋았어요.” 관객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류승룡이 출연한 영화의 공통점이다.



연극할 때 늘 연장 가지고 다녀

류승룡은 영화에 늦깎이로 데뷔했다.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에서 ‘강도 1’ 역을 맡았다. 이후 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의 기억에 조금씩 자리잡았다. ‘박수칠 때 떠나라’ ‘열혈남아’ ‘거룩한 계보’에 출연하며 거칠고 선 굵은 연기로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그가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이후 그는 나쁜 남자 이미지로 새로운 배우 인생의 장을 열었다. ‘천년학’에서 아내에게 걸걸하게 욕하고, ‘황진이’에서 권력을 악용해 여자를 품으려 한다. 김혜수와 함께 출연한 ‘열한 번째 엄마’에서는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마초 이미지로 승부수를 던진 시기다.

영화 ‘내 사랑’은 그의 이미지가 말랑말랑해지는 시기다. 전작들과 달리 유일하게 로맨스의 여지를 남겨 둔 캐릭터로 부드러운 모습을 선보였다. ‘7급 공무원’에서 보여준 유머러스한 캐릭터는 류승룡의 연기 반경을 한층 넓혀줬다.

‘다작왕’에서 ‘대박배우’로 거듭난 류승룡은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10년 전에도 겨울에 오리털은 아니었지만 솜 잠바는 입었고, 발이 시릴지언정 신발은 신고 다녔어요. 단지 10년 전과 지금이 다른 건 좋은 작품을 내가 먼저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죠.” 그는 “예전에는 절대 안 올 작품이 들어온다”며 “기분이 좋은 만큼 작품 선택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완급조절을 하면서 최대한 ‘잘’ ‘더’ ‘길게’ 가는 것이 류승룡의 바람이다.

최근 류승룡은 광고계까지 평정했다. 광고에서 그의 상품가치는 친근함과 유머러스한 모습이다. 충청도에서 태어난 그는 은근히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유머 DNA 역시 그의 장점 중 하나다. 연극과 ‘난타’ 공연으로 내공을 다지고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조연을 연기하며 진화한 류승룡은 광고 블루칩으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그에게는 오래된 버릇이 있다. 늘 곁에 ‘선생님’을 둔다는 것. “연극할 때는 오태석 연출가에게 배우고 싶었고 영화에서는 임권택 감독님과 같이 작업하고 싶었어요. 이것저것 재기보다 한 가지에 마음이 동하는 편이죠.” 늘 배우려고 하는 류승룡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여러 감독과 작품을 겪으며 시대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체감하는 직업이 배우”라고 말한다. 어떤 역할을 맡든 동화할 수 있는 능력은 ‘배움의 자세’에서 시작됐다. 이것이 그가 연극·드라마·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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