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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the new art of the HEIST - 리비에라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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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보석 도난사건 핑크 팬더? 콜롬비아 갱? 내부소행?



니콜 키드먼, 하비 웨인스타인, 콜린 퍼스, 루니 마라, 소피아 코폴라, 엠마 왓슨. 할리우드의 거물급 스타와 감독, 제작자들은 때 아닌 추위에 떨며 빗속에서 우산을 움켜쥐고 칸 영화제가 열리는 크루아제트 거리의 파티들을 다니느라 바빴다.

검정 가죽옷 차림의 키드먼은 비 때문에 곧게 편 머리가 곱슬곱슬해질까 걱정했지만 캘빈 클라인이 주최한 호화파티에 참석한 그녀나 다른 누구도 칸 역사상 최대 보석 절도사건이 2㎞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곧 벌어지리라는 사실은 까마득히 몰랐다.

이 사건은 1950년대 영화 ‘나는 결백하다(To Catch a Thief)’에 나오는 절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급하다. 영화에서 그레이스 켈리는 칸의 그 유명한 칼턴 호텔에서 절도범 출신의 멋쟁이 캐리 그랜트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자랑한다. 다음날 아침 어머니가 물려준 그 목걸이가 사라지자 캐리가 주용의자로 의심 받는다.

5월 16일 일어난 절도 사건은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더 블링 링’(LA 10대들이 할리우드 스타들의 집을 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시사회가 끝난 지 몇 시간 후 칼턴 호텔에서 약 1.6㎞ 떨어진 수수한 노보텔 호텔에서 발생했다. 경찰서 바로 앞이다. 도난당한 보석은 칸영화제 공식 후원사인 스위스 보석업체 쇼파드의 소유였다.

처음엔 그 보석이 영화제에 참가한 여배우들에게 대여할 목적으로 보관 중인 것이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쇼파드는 17일 저녁 성명을 통해 그 보석은 보도된 가격보다는 저렴하며 영화제에 참석한 스타들에게 대여할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미국 여성으로 알려진 쇼파드 직원이 노보텔 호텔방의 금고에 보석을 보관하고 16일 밤 저녁 식사를 하러 외출했다가 금요일 아침에 호텔로 돌아갔다. 그녀는 누군가가 벽에서 금고를 통째로 떼어내 보석을 훔쳐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건이 새벽 5시 이전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쇼파드는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위해 크리스털과 황금 118g으로 트로피를 제작하는 곳이다. 영화제 관계자들은 약 3만 달러 가치가 나가는 그 트로피는 안전하다고 말했다.

자주 일어나는 대형 절도사건에 익숙한 칸의 주민들은 누가 범인인지 추측하기에 바빴다. 누군가는 리비에라 지역을 표적으로 삼는 것으로 유명한 세르비아계 보석 절도 일당 핑크 팬더를 지목했다. 세계를 누비며 보석을 훔치는 콜롬비아 절도단의 범행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심지어 내부 소행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그렇게 소중한 보석을 왜 주로 지갑이나 여권을 넣어두는 호텔방 금고에 보관했는지 의문이 일었다. 뉴욕시 보석상 2만3000 점을 대표하는 보석상보안연맹의 대표 존 J 케네디는 “아무도 없는 호텔방에 귀중품을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보석이나 현금을 들고 여행하는 사람이 자동차나 호텔방에 그 귀중품을 그냥 두는 경우가 많지만 칸 영화제에서 보안상태가 그 정도 수준인 게 이상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보험 규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보안조치가 허술했던 듯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엄청난 가치의 다이아몬드와 보석이 등장하기 때문에 무장 경비, 대형 금고, 대형 보안회사가 동원된다.”

케네디는 도쿄에서 두바이까지 수백만 달러어치의 보석을 대담하게 훔치는 핑크 팬더가 그처럼 대수롭지 않은 보석을 탈취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또 세계를 돌아다니며 보석 전시회를 노리는 남미 갱단원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보다는 내부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그는 말했다.

리비에라를 무대로 활동하는 영화감독 미오드라그 케르틱은 강도 사건이 놀랍지않다고 말했다. “이번 주는 세계 도둑들에게 올림픽과 같다. 모나코 그랑프리(자동차 경주대회)와 칸 영화제가 동시에 열린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어수룩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모이기 때문이다. 2년 전 이맘때도 내 빌라가 두 차례나 도둑맞았다.”

그처럼 리비에라 주민들은 이곳 휴양도시들의 어두운 면을 잘 안다. 칸에서 거의 30년을 살다가 지난해 고국 뉴질랜드로 돌아간 안토니아 스콧-클라크는 “보석 절도가 칸에선 너무도 빈번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수년 전 보석 절도범들이 대형 SUV 차량을 몰고 크루아제트 거리의 보석가게들로 후진해 유리창을 박차고 들어가 보석을 훔쳐 달아났다고 말했다.

“대부분 대낮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영화를 찍는 줄 알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크루아제트 거리의 가게들 앞에 낮은 장벽이 설치돼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도둑이 보석가게로 차로 밀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그 장벽이 세워졌다는 사실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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