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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SKEPTICISM - ‘사이비 과학’ 단속반이 떴다

FEATURES SKEPTICISM - ‘사이비 과학’ 단속반이 떴다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지고 우리가 살고 생각하는 방식을 뒤엎으려는 ‘스켑티시즘’의 세계
랜디는 이 ‘운동’의 지도자로서 적격이다. 84세의 나이에 찰스 다윈처럼 하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길렀고, 누에처럼 하얀 눈썹이 이마를 타고 올라간다.



네온사인 현란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서 남서쪽으로 10㎞ 떨어진 넓은 평지에 자리잡은 사우스 포인트 호텔 카지노 & 스파. 동굴 같은 ‘게임 플로어’에 들어가면 노출 심한 유니폼을 입은 중년 웨이트레스들, 연로한 도박꾼들, 팔에 문신을 새기고 탱크톱 차림으로 경마신문을 자세히 읽는 남자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러나 7월 중순 나흘 동안은 이런 전형적인 라스베이거스 사람들과 아주 다른 부류가 그곳의 일부를 점령했다. 카지노 한쪽 끝 에스컬레이터 위에 있는 창문 없는 회의실에서 ‘어메이징 미팅(The Amazing Meeting: TAM)’이라는 연례 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그 행사를 그냥 ‘탬(TAM)’이라고 부른다.

TAM은 제임스 랜디 교육재단(JREF)이 주최한다. ‘스켑티시즘(skepticism, ‘회의주의’로 번역될 수 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기때문에 스켑티시즘이라고 옮겼다)’이라고 불리는 철학을 탐구하는 단체다. 심령학, 영매, 사이비과학, 신앙요법, 동종요법 등 과학법칙을 거역하는 현상이나 능력의 허구를 밝히는 것이 목표다.

스켑티시스트(스켑티시즘을 따르는 사람)는 많다. 인터넷에는 관련 블로그, 포드캐스트, 포럼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JREF는 그 운동의 중심으로 널리 인정 받는다. 올해 연차대회에는 1000명 이상이 참석했다. 마술사 펜 질레트부터 코미디언 기도 사르두치 신부, 예일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스티븐 노벨라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패널리스트와 연사로 참석했다. 물론 이처럼 이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단체가 연차대회를 카지노에서 갖는다는 사실 자체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졌다.

TAM의 열성팬들은 미국 문화를 비과학과 비논리에서 조금씩 끌어내는 폭넓고 다면적인 전투를 수행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어려운 사명이다. 미국인 대다수는 JREF 설립자 제임스 랜디가 말하는 ‘우-우(woo-woo, 사이비 과학을 의미한다)’를 어느 정도 믿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5년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의 73%는 초자연적 현상을 적어도 하나는 믿는다고 응답했다. TV 영매로 유명한 방송인 존 에드워드는 죽은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주장으로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 모았다. 동종요법의 효험을 철석 같이 믿고, 약효가 입증되지 않은 보조제를 복용하고, 증거도 없이 유전자 변형 식품이 인간을 종양에 뒤덮인 괴물로 만든다고 믿는 미국인이 적지 않다.

실제로 ‘우-우’는 미국에서 아주 거대한 산업을 이룬다. 아파트의 ‘기’를 재배열한다는 풍수 자문가, 의심스러운 ‘장세척제’를 선전하는 대체의학 등. 랜디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웹잡지 슬레이트의 과학 전문기자 필 플레이트는 2010년 TAM 연설에서 스켑티시즘의 목표가 “합리적인지 때로는 의심스럽다”고 인정했다. 논리 자체에 결함이 있기때문이 아니라 대다수가 기이한 주장을 그냥 믿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초자연적 현상을 의심하도록 작동하지 않는다”고 플레이크는 말했다. “회의적인 사고를 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믿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바로 거기에 스켑티시즘 운동의 가장 큰 장애물이 있다. 인간이 과학 법칙에 반하는 현상을 그냥 믿도록 유전적으로 설계됐다면, 다시 말해 일상생활에서 어느 정도의 터무니없는 믿음을 갈구하도록 만들어졌다면, 미신에 결사 반대하는 사람들이 과연 그 뜻을 관철할 수 있을까?

랜디는 이 ‘운동’의 지도자로서 적격이다. 84세의 나이에 찰스 다윈처럼 하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길렀고, 누에처럼 하얀 눈썹이 이마를 타고 올라간다. 아직도 정정한 그는 한때 미국에서 유명한 마술사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중대한 변화를 겪었다.

전설적인 마술사 해리 후디니가 말년에 영매와 심령술의 허구를 폭로하는 일에 전념했듯이 랜디도 미신을 가장한 마술을 폭로하는 일에 관심을 돌렸다. 펜 질레트는 베스터셀러 ‘매일이 무신론 축제일(Every Day Is an Atheist Holiday)’에서 이렇게 썼다. “제임스 랜디는 내 우상이다. 제임스 랜디는 현대판 후디니다. 아니, 랜디가 훨씬 낫다.”

랜디는 NBC TV의 ‘자니 카슨 투나잇 쇼’의 단골 초대손님으로 미국인들에게 스켑티시즘을 소개했다. 그러나 ‘스켑티시즘’이라는 표현은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다. 예를들어 염력으로 숟가락을 구부리는 유리 겔러의 초능력이 눈속임이라는 사실을 카슨과 함께 쇼에서 보여주었다.

또 유명한 여성앵커 바바라 월터스는 겔러의 독심술이 진짜 초능력이라고 믿었지만 랜디가 그 눈속임을 재연해 허구임을 일깨워주었다. 랜디는 피터 포포프의 신앙요법이 허구라는 사실도 카슨 쇼에서 밝혔다. 포포프는 1980년대 신의 능력으로 병을 치료한다고 주장했지만 랜디는 포포프가 무선 이어폰을 이용해 아내에게서 신자들의 병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랜디는 가짜 초능력자 사냥꾼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무대 위에서 동종요법 ‘수면제’를 한 병 전부 먹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이라크군이 사용한 폭발물 탐지 장치 스니펙스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내가 그를 “디벙커(debunker, 허구를 폭로하는 사람)”라고 부르자 그는 자신을 초자연적 주장을 “조사하는 사람”이라고 고쳐 주었다. 그러나 심령 현상을 조사했을 때 그 거짓이 드러나지 않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싱긋 웃으며 “그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대답했다.

사실 그는 초자연적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도 하지 않는 듯하다. JREF는 엄격한 조건 아래서 심령력을 실제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에게 100만 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오래 전부터 제안해왔다. 아직도 그 상금은 뉴욕시의 은행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다. 나는 랜디의 견해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스켑티시즘 운동에 관해 몇 가지 의문을 갖고 라스베이거스에 갔다. 우선 스켑티시스트가 된다는 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와닿지 않았다.

“그 용어는 충분히 정의되지 않았다”고 호주 스켑틱스 지부 회장 리처드 손더스가 말했다. “사실 누구든 별 생각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단어다. 우리의 뿌리에 관해 내가 말해줄 수 있는 최상의 정의는 이렇다. 우리는 알려진 물리법칙을 부정하는 모든 주장에 회의를 갖는다.”

랜디처럼 마술사로서 이 운동의 핵심 지도자가 된 제이미 이언 스위스는 스켑티시스트들이 끊임없이 그 용어의 적절성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모임에 갈 때마다 ‘회의론이라는 뜻을 가진 그 단어 외에 부정적이지 않은 좀 더 좋은 용어가 없을까요?’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JREF의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그 단체의 목적은 “미디어에서 초자연적인, 사이비 과학적인 사기를 폭로하고, 위험한 허튼수작을 검증 없이 보도하는 미디어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잡지 ‘스켑틱’을 발행하는 ‘스켑틱스 소사이어티’는 “초자연 현상, 비주류 과학, 사이비 과학, 모든 종류의 기상천외한 주장을 조사하는 데 전문가들을 투입하고, 비판적 사고를 증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교육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임무로 삼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모든 설명은 일반적인 과학의 정의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손더스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과학은 자연의 탐구를 추구하지만 우리는 특히 물리법칙에 반하는 주장을 표적으로 삼는다.” 일반 과학은 유령, 마귀, 공중부양요가 수행자, 죽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독심술 영매를 아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과학을 직접 수행하는 게 아니라 과학을 뒷받침한다”고 스위스는 설명했다. “우리는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과학을 사용하는 일을 옹호한다.”

스켑티시즘이 직면한 도전 중 하나는 다른 목적을 가진 여러 집단이 그 용어를 차용한다는 사실이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부인하는 집단은 자신들을 ‘홀로코스트 회의론자’라고 부른다. MMR(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 때문에 자폐아가 증가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언론에서 흔히 ‘백신 회의론자’로 불린다.



스켑티시즘 운동은 그런 비주류 견해를 철저히 거부한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문제는 좀 더 복잡해 스켑티시즘 운동 내부에서 분열을 일으켰다. 지구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보수파는 자신들을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라고 부른다. 그들의 관점은 과학계의 합의와 다르지만 스켑티시스트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다. 예를 들어 랜디는 인위적인 행동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는 증거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적으로 확신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난 그런 주장에 회의적이다. 그런 태도가 건전하다.”

올해 TAM 대회에는 기후과학자 마이클만도 연사로 참석했다. 그는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과학계의 합의를 적극 옹호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가 연사로 선정됐다는 사실에 일부 참석자들은 불쾌함을 표했다. TAM 연사 중 한 명인 로버트 시퍼는 그를 “천지창조론자”에 견주었다.

만의 연설이 끝난 뒤 그에게 인위적인 요인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왜 스켑티시스트로 간주돼선 안 되는지 물었다. 그는 “그들은 입증이 불가능한 아주 얄팍한 주장에 근거해 다수가 받아들이는 과학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주장이 터무니없기 때문에 그들은 스켑티시스트가 아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둘러싼 논란보다 더 갈등이 심한 문제가 있다. 신을 둘러싼 의견분열이다. 논쟁은 신의 존재에 관한 것이 아니다. 행사장에서 내가 만난 거의 모든 스켑티시스트는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논쟁은 스켑티시즘이 무신론과 같은 뜻으로 사용돼야 하는지, 아니면 별개의 운동인지를 둘러싸고 벌어진다.

클로스업(근거리) 마술사인 제이미 이언 스위스는 후자를 주창한다. 그는 남부 캘리포니아에 살지만 뉴요커를 뺨친다. 언변이 좋고 주장이 강하며 누구에게나 혹평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유대인이지만 종교를 경멸하며 과학을 신봉한다. 학자는 아니지만 과학사를 훤히 꿰뚫고 있다.

스위스는 2010년 캘리포니아의 무신론자들 앞에서 스켑티시즘과 무신론의 관계를 두고 가시 돋친 연설을 했다. “내 말을 믿으세요. 신이란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내 개인적인 믿음이며 공적인 명분은 아닙니다. 나의 공적인 명분은 과학적 스켑티시즘입니다.” 그 연설이 끝난 뒤 신랄한 과학 블로거 PZ 마이어스는 스위스의 연설이 “너무도 역겹다”며 “더는 나 자신을 스켑티시스트로 간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스켑티시즘의 세계에는 신이 ‘확인 가능한 과학적 주장’인지, 스위스 같은 인사가 스켑티시즘 운동의 인기를 도모하려고 무신론을 홍보하는지를 둘러싸고 비난과 반박, 인신공격이 끊이지 않는다. 라스베이거스 대회에서 대니얼 록스턴을 만났다. 그는 진화에 관한 어린이 책 저자이며 최근 ‘심히 끔찍한 과학(Abominable Science!: Origins of the Yeti, Nessie, and Other Famous Cryptids)’을 펴냈다.

그는 무신론을 둘러싼 내부 논쟁이 스켑티시즘 운동에서는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9·11 후 몇몇 사람들은 종교적 관용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2005년께 포드캐스트와 블로그가 등장하면서 초보스켑티시스트들이 대거 전면에 나섰지만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무신론이었다.”

그들은 근년 들어 무신론 운동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은 리처드 도킨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의 작가들과 비슷한 믿음을 가졌다. 스켑티시즘과 ‘새로운 무신론자들의 세계관’은 중복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들 중 다수가 JREF와 TAM으로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신무신론주의가 스켑티시즘 운동에 미치는 영향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호주 스켑틱스 지부의 손더스 회장은 전통적인 스켑티시즘과 무신론 사이에 선을 그었다. “나는 초자연적 능력, 기이한 짐승, 치유, 숟가락 구부리기, 죽은 사람과의 소통 같은 주장의 증거를 찾는 일에 몰두한다.”

TAM에서는 그런 정통파가 서 우세한 듯했다. 내가 만난 스켑티시스트 거의 모두는 종교를 가진 사람도 얼마든지 환영하지만 천지창조론 같은 개념을 주장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뉴햄프셔주의 과학교사 출신으로 남편 트래비스와 그래닛 스테이트(Granite State, 뉴햄프셔주의 별칭) 스켑틱스 지부를 설립한 데일 로이는 “우리는 종교와는 거리를 둔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 흘리는 우상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경우는 관심을 갖고 그 증거를 파헤친다.” 손더스도 비슷한 생각이다. “호주 스켑틱스에서는 종교관을 상관치 않는다.”

더구나 모든 스켑티시스트가 반드시 무신론자가 아니듯이 모든 무신론자가 반드시 스켑티시스트는 아니다. 예를 들어 무신론자로 유명한 코미디언 빌 마허는 백신의 효과를 믿지 않는다. 스위스는 자녀가 학교에서 기독교 이념을 바탕으로 한 충성서약을 외우는 데 반대했고, 그의 아내는 무신론자 학부모 모임을 만들었다. “한 학부모가 모임에 나와서 맨 먼저 다른 학부모에게 묻는 말이 ‘당신 별자리가 뭔가요?’였다.”

그러나 스켑티시즘과 무신론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랜디는 “스켑티시스트로서 신을 믿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난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스켑티시스트라면 당연히 무신론자가 돼야 한다.” 랜디의 우상 중 한 명인 수학자 마틴 가드너는 자연신을 믿는다. “그는 나에게 ‘자연신을 믿을 만한 증거는 없다. 논쟁에서 이길 순 없지만 내가 좀 더 편하게 느끼기 때문에 자연신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게 정직한 태도다.”

이런 논란과 분파 사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스켑티시즘 운동이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단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이념적인 일탈과 철학적 순수성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논쟁을 벌이는 측면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현실 세계로 돌아온 뒤에야 스켑티시즘 운동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 우리 일상생활에 ‘우-우’가 얼마나 많이 침투했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어느 날 저녁 다른 일로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 한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상당히 지성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자연식품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나는 1형 당뇨를 앓는다고 말했다. 그녀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지금까지 내분비과 의사에게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그녀가 했다. 완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생식 다이어트를 하세요.” 이번엔 내가 눈을 크게 떴다.

“생식을 하면 혈당이 내려가나요?” “그게 아니죠”라고 그녀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당뇨를 치료할 수 있다니까요.” 음식을 날 것으로 먹는다고 망가진 췌장이 되살아난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하자 그녀는 “열린 마음”이 없다고 나를 책망했다.



스켑티시즘 운동이 우리의 현실 세계에 끈질기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팔찌 제조사 파워 밸런스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그 회사는 파워밸런스 팔찌를 착용하면 파워, 균형, 유연성이 증진한다고 선전했다. “인체 내부의 전자기적 균형을 안전하게 맞춰주고 최적화한다”고 그 회사 홈페이지에 설명된 적이 있다.

2010년 한해 동안 약 250만 명이 그 팔찌를 착용했다. 빌 클린턴, 데이비드 베컴, 케이트 미들턴, 샤킬 오닐 같은 유명인사와 수많은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그 팔찌를 자랑했다. 파워 밸런스는 엄청난 수익을 올려 2011년 프로농구팀 새크라멘토 킹스의 홈구장 이름 사용권을 구입했다. 그 경기장은 ‘파워 밸런스 파빌리언’으로 불린다.

그러나 손더스는 수상한 낌새를 챘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이 놀라운 팔찌를 보라!’며 시범을 보이는 보도를 봤다. 그래서 담당 기자에게 ‘어떤 수법을 쓰는지 난 안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 기자는 손더스와 호주에서 파워 밸런스 판매권을 소유한 톰 오다우드를 초청해 TV 카메라 앞에서 그 팔찌를 시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오다우드는 다섯 번 테스트에서 전부 실패했다. 그때부터 파워 밸런스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호주 당국이 개입해 선전한 효과가 나지 않는 제품을 팔고 있다고 파워 밸런스 측이 시인하도록 명령했다. 파워 밸런스는 이런 발표문을 게재했다. “우리 광고에서 파워 밸런스 팔찌가 당신의 파워와 균형, 유연성을 증진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믿을 만한 과학적 증거가 없음을 우리는 인정합니다.” 파워 밸런스는 곧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요즘 소유주가 바뀐 파워 밸런스의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알쏭달쏭하고 혼란스러운 주장이 가득하다. “팔찌의 홀로그램 스티커는 동양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동양 철학의 다수가 에너지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 침술, 명상, 풍수 등이 이런 에너지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졌다. 홀로그램은 바로 그런 아이디어의 일부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어떤 속임수를 썼기에 처음에 고객들이 감쪽같이 속아넘어갔을까? 유튜브를 검색해보면 관련된 동영상이 수없이 많다. 팔을 펼치고 한쪽 다리로 서 있는 사람에게 팔꿈치 위에 약간만 압력을 가해도 그 사람이 넘어진다. 그러나 팔찌를 착용하면 아무리 힘을 주어 밀어도 꿈쩍도 않는다.

TAM에서 호주의 젊은 회의론자 리엄 존스는 어떤 수법을 써서 그렇게 하는지 입증해 보였다. 간단히 말하면 팔찌를 차고 있을 때와 차지 않고 있을 때 팔에 약간 다른 방향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다음 날 라스베이거스의 미러클 마일 몰을 걷다가 나에게 T-밴드를 팔려는 상인을 만났다. 파워 밸런스의 경쟁품처럼 보였다. 35달러짜리 T-밴드를 팔목에 착용하면 더 힘이 세지고, 더 균형이 잘 잡히고, 더 기민해진다는 설명이었다.

T-밴드 홈페이지도 파워 밸런스처럼 머리를 긁적이게 하는 주장이 많이 나와 있다. “휴대전화 기지국과 마이크로웨이브 같은 것은 해로운 전자파를 방출해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 미토콘드리아로 불리는 세포 내부의 에너지 공장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면 그 전자파를 막을 수 있다.” 이 회사의 소유주는 링크드인 이력에 따르면 “기업가 정신 학사학위 소지자”다. 세상에 그런 학위도 있는가? 이메일로 논평을 요청했지만 그는 회신하지 않았다.

T-밴드 상인은 나에게 팔을 지면과 평행으로 뻗고 한쪽 다리로 서보라고 했다. 그가 약간만 밀어도 나는 곧 쓰러졌다. 그는 이제 T-밴드를 착용하고 그렇게 서보라고 했다. 아내가 “내가 밀어볼게요”라고 말했다. 그 상인은 자신이 생각한 방향으로 압력을 가하도록 도와준다고 했지만 아내는 무시하고 쉽게 나를 쓰러뜨렸다.

나는 그 상인에게 T-밴드가 왜 효과가 없느냐고 물었다. “조건이 맞지 않는 때가 있다”고 그 상인이 설명했다. 1시간 뒤 그 자리에 돌아갔을 때 관광객들이 T-밴드 수레 주변에 몰려 있었다. 취기가 올라서일까? 그들은 이 작은 마술 고무 밴드의 힘에 감탄하며 지갑을 꺼냈다.

그런 싸움에서 승리하자 스켑티시즘 운동은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그들은 열정적으로 논증하고 밝히면 현실 세계에서 실질적인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호주에선 현재 백신 반대파의 패색이 짙어가고 있다”고 손더스가 말했다. “우리가 가차 없이 압박을 가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스켑티시스트 대다수는 그 운동의 급성장과 신앙의 쇠퇴를 지적하며 신중한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잡지 스켑틱의 편집장 마이클 셔머는 이렇게 말했다. “스켑티시스트, 무신론자, 호전적인 반종교주의자는 권력, 내세,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의 허구를 폭로하려고 애쓰지만 1만 년의 역사와 어쩌면 10만 년의 진화에 부닥쳐 고전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령, 초능력(ESP), 초자연적 현상을 믿는 미국인이 여전히 많다. 스켑티시스트들이 기껏해야 약간의 진전밖에 이루지 못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퓨 여론조사에서 유령을 만났다고 믿는 미국인이 1990년 9%에서 2009년 18%로 두 배로 늘었다.

스켑티시즘 운동의 편협성과 자만심이 영향력을 확장하는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슬레이트지의 필 플레이트는 2010년 TAM 연설에서 이 운동의 저변을 확대하려면 “남들이 보기에 불쾌할 정도로 잘난 체하지 마라”고 일침을 가했다. “우리의 방식이 잘못됐다. 독설과 악의가 기승을 부린다.” 실제로 행사 참석자들에게서 그런 면이 보였다. 그들의 운동에 회의적인 질문을 하면 허튼소리라는 듯이 노려보았다.

랜디는 좀 더 신중한 입장이다. “우리 운동이 여러 면에서 발전하고 있다. 이전에 우리 운동에 관심이 없던 고학력자와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우리 편이 됐다. 하지만 일반 대중의 경우는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미디어 때문이다.” 랜디와 스위스 두 사람 모두 미디어, 특히 토크쇼 산업이 쓰레기 과학을 전파한다고 지적했다. 랜디는 “일반적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보도하는 것이 전적으로 올바른지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 사이비 과학이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피해를 준다는 사실에도 그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사실 TV만이 문제는 아니다. 인터넷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는 인터넷이 더 많은 사람에게 회의론을 보급해 이 운동을 강화한다. 그러나 동시에 백신반대파, 동종요법 산업 등이 힘을 얻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인터넷은 엘리트의 정보 독점을 파괴함으로써 사이비 과학을 더 널리 퍼뜨린다.

그러는 사이에 스켑티시스트들에 의해 허구가 밝혀진 사람들과 아이디어가 계속 되살아난다. 최근 BBC가 만든 심령술사 유리 겔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는 영국의 대저택에서 산다. 숟가락을 구부려 벌어들인 돈으로 지은 저택이다. 지금 그는 동기유발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여러 TV 프로를 진행한다.

랜디에 따르면 TV 영매인 존 에드워드는 JREF의 테스트를 거부했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아직도 강사로서 인기가 높다. 파워 밸런스는 파산했다고 하지만 새 주인을 만나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랜디가 자니 카슨 쇼에서 오래 전에 허구임을 폭로한 신앙요법사 피터 포포프는 환자들에게 ‘기적의 샘물’을 판매한다.

그러나 ‘우-우’와 신앙이 아무리 끈질기다고 해도 랜디의 기를 꺾진 못했다. ‘허튼 소리’를 폭로하려는 그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된다. 때론 제1차 세계대전식 전투처럼 보이기도 한다. 약간의 땅을 빼앗고 약간의 땅을 빼앗기면서 누가 이기고 있는지 알기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미래 이야기를 꺼내자 랜디는 빙긋 웃으며 손을 들어 새 결혼반지를 보여주었다. “쉿! 이번 행사에서 결혼을 발표할 예정이다.”

84세인 랜디는 지난 7월 동성결혼이 불법인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가서 남자 파트너와 결혼했다. 말총머리를 한 베네수엘라 출신 데이비페나다. 종교 도그마와 미신에 기초한 법에 의해 오랫동안 금지됐던 동성결혼을 랜디가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이 스켑티시즘 운동의 한가지 승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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