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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scope BETTER WORLD - 좋은 세상 만드는 5가지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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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게재 논문 믿을 만한가? - 오픈액세스 저널에 허위 논문 보냈더니 절반 이상 통과시켜한 생물학자가 천연약품 저널(Journal of Natural Pharmaceuticals)에 논문을 제출했다.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에 있는 와시 의학연구소의 오코라푸 코반지였다. 그에게 심사통과를 알리는 e메일이 발송됐다. 그러나 답장이 없었다.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논문은 한 과학자가 꾸며낸 위조 문서였다. 그는 전 세계 오픈액세스(open access) 학술지를 상대로 그런 가짜 논문을 304번이나 보냈다. 오픈액세스는 학술정보를 인터넷에 올려 누구나 자유롭게 공유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공작의 기획자는 존 보해넌이라는 이름의 신경학자다. 하버드대에서 연구하는 옥스퍼드대 과학자다. 한 학술지가 나이지리아 생물학자 알린 누차에게 논문 게재 대가로 200달러의 뒷돈을 요구한 일이 있었다. 그뒤 보해넌은 오픈액세스 세계를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200달러라면 개도국 세계의 많은 과학자가 선뜻 선납하기 어려운 돈이다. 그런 비용을 서슴없이 요구하는 오픈 액세스 학술지가 상당히 많다.

허위 논문의 결함들은 한눈에 알아볼 만한 내용들이었다. 보해넌은 과학 전문용어와 모호한 데이터를 마구잡이로 뒤섞어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가 토대로 삼은 기초 원리는 간단했다. 이끼류 Y에서 추출한 분자 X가 암세포 Z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뒤 집에서 대충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자 이름, 이끼 종류, 각종 암세포를 무작위로 뒤섞었더니 짜잔! 이끼 분자가 어떻게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지에 관한 304편의 학술 논문이 사실상 “작성”됐다. 그리고 모두 완전히, 황당무계한 거짓이었다.

“논문에는 이상 신호가 수두룩하다. 첫 데이터 구성에서 가장 확연히 드러난다.” 최근 사이언스 잡지에 실린 글에서 보해넌이 설명했다. “그래프의 설명은 세포성장에 ‘(약물의) 용량의존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논문의 핵심을 이루는 내용이다. 하지만 데이터는 분명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보해넌이 뿌린 304개의 씨앗 중 157개가 열매를 맺었다. 예비 심사를 통과해 본 심사를 하겠다거나 곧장 게재하겠다고 통보해왔다. 98건은 퇴짜를 맞았다. 나머지 49개 학술지 중 29개가 유령지였다. 웹사이트가 방치된 듯했다. 보해넌은 이들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마지막 20개가 저자와 접촉을 시도했다. 그들은 논문을 아직 심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도 제쳐 놓았다.

그 허위논문을 통과시킨 편집자 중 다수가 개념상의 현저한 결함들을 태연히 간과했다. 참조 페이지 포맷을 변경하거나 논문 개요를 확대하는 등의 눈가림 식 땜질처방을 했다. 편집자들이 속아 넘어갔음을 말해주는 한 가지 놀라운 신호는 논문의 결론이었다. “거기까지 읽은 평가자는 누구나 의구심을 품어야 한다”고 보해넌이 말했다.

논문의 결론은 이랬다. “다음 단계에서 우리는 분자 X가 동물과 사람의 암 치료에 효과적임을 입증할 것이다. 우리는 분자 X가 암의 병용요법 치료(combinedmodality treatment)에 유망한 신약이라고 결론 짓는다.” 보해넌은 이렇게 지적한다. “과학적 오류만으로 논문을 탈락시킬 충분조건이 되지 않더라도 임상실험을 생략하려는 듯한 태도는 분명 탈락 요건에 해당된다.”

보해넌의 가짜 논문 사건을 두고 박수를 보내는 쪽과 경계를 나타내는 반응이 비슷하게 교차할 듯하다. 오픈액세스 저널을 속인 행위는 그 자체론 무해하다(보해넌은 일단 게재 제의를 받으면 즉시 논문을 철회했다. 자신의 연구팀이 그 실험에서 방금 “결론의 타당성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결함”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입증하려는 요지는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인터넷 해커들이 웹페이지의 약점을 공격한 뒤 (실제 피해가 아니라) 경각심 고취가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분명 그런 피해의 위험성은 크다. 학술지들은 궁극적으로 일반대중에 알려지는 모든 연구현장 관련 정보의 출처를 표시한다. 이 정보의 신뢰성이 훼손될 때 그것을 믿었던 기관들이 무지의 희생양이 된다. 약품개발 실험을 후원하는 회사들은 수십 억 달러를 날릴 위험에 처한다.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는 위기를 초래할 위험에 직면한다. 환자는 목숨을 잃을 위험에 맞닥뜨린다.

이 같은 재앙을 피하는 지름길은 전문가 검증(peer review)을 거치는 방법이다. 그것은 이 분야를 사실상 규정짓는 과학의 주춧돌이다. 적극적 의심은 예나 변함없이 다양한 학술적 배경을 통합해 계산된 결론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추측이나 가정이 아니라 권위와 전문지식에 뿌리를 둔 방식이다.

이 과정이 항상 완벽하지는 않다. 예컨대 SAGE의 ‘국제의학연구저널’은 보해넌의 논문을 과학적 편집 없이 게재하는 대가로 3100달러를 요구했다. 그 학술지의 편집장인 맬컴 레이더 교수의 심사를 거친 뒤였다. 레이더는 그 3100달러가 더 비용이 많이 드는 또 다른 기술적 편집에 쓰인다고 보해넌에게 확언했다. 하지만 분명 논문은 그 학술지의 최고 권위자를 통과했다. 아무리 부인해도 실수는 실수다. 한 전문가의 지적대로 오픈액세스 세계에서 실수를 제한하는 일이 최대의 과제다.

“오픈액세스가 바람직한 방식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고 생물학자 데이비드 루스가 보해넌에게 보낸 e메일에서 말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달성하느냐는 점이다.”

한 가지 두드러진 장애물은 자금조달이다. 오픈액세스 학술지들은 회비가 아니라 저자 게재료에 의존해 전문가 검증비용을 조달한다. 때때로 정체불명의 수상쩍은 학술지들이 세계 도처에 생겨난다(예를 들어 알린 누차에게서 200달러를 받아 챙긴 학술지). 그리고 시스템을 위협하는 전술로 순진한 과학자들을 착취한다. 다행히 그런 술책은 완전한 부주의보다는 덜 위협적이다.

“이 허위 논문이 편집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고 레이더가 보해넌에게 보낸 e메일에서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보해넌의 조작에 대한 훈계도 잊지 않았다. 그의 비판은 과학계를 떠받치는 제2의 주춧돌을 말해준다.

“저개발국에서 실시된 연구를 포함해 모든 리서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귀하의 이번 행위는 그와 같은 신뢰를 저해한다.”

따라서 어쩌면 보해넌의 조작이 도를 넘었을지 모른다. 어떤 검색 엔진에서도 분명찾지 못할 만한 가짜 이름을 사용해 의심을 덜 받게 만들었다. 하지만 전 세계 과학지식 시스템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그와 같은 오염의 위험을 방치해도 좋을까?

“과학은 결코 신뢰 없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해넌이 말했다. “하지만 순진해서도 안 된다. 학술지가 전문가 심사를 실시한다고 해도 분명 항상 그렇지는 않다. 설사 논문을 검증한다 해도 부실한 논문이 걸러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단지 그런 일이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을 뿐이다.”

- CHRIS WELLER





백일해가 돌아왔다 - 백신에 부작용이 있다는 그릇된 정보를 맹신한 부모들이 예방주사를 맞히지 않은 탓역학자들이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려 노력할 만큼 했다. 하지만 고집 센 사람이 너무 많았다. 결국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전염성 강하고 치명적인 잠재력을 지닌 백일해(pertussis)가 맹렬한 기세로 다시 확산된다. 백일 동안 기침을 한다는 뜻의 백일해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거의 퇴치됐었다. 의학자들은 그것이 왜 확산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를 안다. 문제는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에 최근 발표된 연구 보고서에 백일해 부활의 배경요인들이 열거됐다. 그 근원은 백신과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끈질기게 확산된다는 점이다. 이는 부모가 자녀의 예방접종을 기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조사는 201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했던 백일해의 급격한 확산에 초점을 맞췄다. 백일해 발병이 9120건으로 급증하며 10명의 유아가 목숨을 잃었다.

60여년래 캘리포니아주 최악의 백일해 파동이었다. 1976년 미국 전역에서 기록된 총 발생건수의 정확히 9배였다. 그해 전국적인 예방접종 프로그램으로 그 병원균이 거의 퇴치됐었다. 공중보건 당국자들은 처음에는 더 약해진 신종 백일해 백신을 탓했다. 그러나 소아과학지 연구논문의 대표 작성자 제니퍼 애트웰은 다른 원인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2010년 당시 겨우 대학원 1학년생이던 그녀가 예방 가능한 질병의 부활에 관한 간담회에 참석했을 때였다.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대니얼 새먼 부교수가 주최한 모임이었다. 그는 앞서 미시건주에서 발생했던 백일해 파동에 관해 강연했다. 자녀에게 예방접종을 시키지 않았던 부모들이 몰려 사는 지역의 피해가 가장 컸다.

애트웰은 강연 후 새먼을 찾아가 의견을 물었다. 그 뒤 캘리포니아주의 공중보건 기록을 이용해 백일해 파동을 조사하기로 했다. 다른 여느 주와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주에선 공립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백일해와 기타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미시시피만 예외) 일부 어린이는 예방접종을 받지 않아도 무방하다. 캘리포니아주의 규정이 특히 느슨하다. 백신이 종교적 또는 철학적 신념과 상충된다는 내용의 양식에 부모가 서명만 하면 된다.

캘리포니아 공중보건국, 애트웰, 새먼은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대 과학자들을 포함한 연구팀과 공동 조사를 실시했다.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학생의 비율이 이전 10년 사이 0.77%에서 2.33%로 3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수치가 무려 84%에 달한 학교도 있었다. 아울러 백신 비접종률이 높은 인구통계 지역이 백일해 집중 발생지역과 통계적으로 일치하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백일해 예방접종을 받지 않으면 특히 큰 위험이 따른다. 백일해는 일부 다른 질병(홍역이 대표적)과 함께 역학자들이 계산한 ‘기본증식률(basic reproductive rate)’이 가장 높은 질병으로 꼽힌다. 그 수치는 감염병이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를 측정하는 척도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 환자는 다른 한두 사람에게만 병균을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 반면 백일해 환자의 경우엔 2차 감염이 가능한 숫자가 15~17명이다.

그와 같은 증식률을 감안할 때 백일해는 감염환자가 많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지역 전체로 확산된다. 애트웰의 조사에 따르면 한 지역사회에서 백일해 발생을 피하려면 주민의 95% 이상이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부모들은 자녀에게 예방주사 맞히기를 계속 꺼린다. 백신에 끔직한 부작용의 위험이 따른다고 목청 높여 주장하는 부모와 기타 운동가가 일부 있기 때문이다(유명 TV 진행자 제니 매카시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특히 볼거리·홍역·풍진(의학용어로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믿음이 전혀 근거 없음을 입증하는 과학 연구결과가 숱하게 발표됐다. 그래도 불신은 끈질기게 사라지지 않는다. 예방 접종률이 낮아진 결과 바로 올해까지도 홍역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설상가상으로 MMR 백신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모들이 백일해뿐 아니라 다른 모든 질병에 대해서도 자녀에게 예방주사 맞히기를 꺼린다. 공중보건 당국자들은 전염병으로부터 지역사회를 보호할 책임과 예방접종을 거부할 개인의 권리 존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진땀을 흘린다. “어느 주에나 분명 그런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애트웰이 말했다. “하지만 예방접종 기피가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숙제다. 의학이 큰 발전을 이루면서 대다수 미국인은 아동기 전염병을 직접적으로 앓은 경험이 거의 또는 전혀 없다. “우리 엄마 세대는 홍역과 볼거리, 소아마비를 앓으며 자랐다”고 애트웰이 말했다. “그들은 아이를 낳으면 주저 없이 그런 질병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제 80년대에 태어난 내 연령대 여성들은 어렸을 때 직접 경험한 질병이 많지 않다.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 중 최악의 경우가 수두였다. 우리는 이들 질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우리가 그 질병들에 얼마나 취약한지 다소 감각이 무뎌졌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혹독한 시련을 통해 그 교훈을 얻게 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 ELIJAH WOLFOSN





음파가 고래의 사망 원인? - 해저측량선이 쏘아 보낸 음파가 고래를 뭍으로 올라오게 했다는 조사결과 발표돼한 특별 과학 연구팀이 마침내 끔찍한 미스터리에 대한 답을 발표했다. 5년 전 100마리 안팎의 고양이고래(melon-headed whales) 무리가 마다가스카르 해안 로자 석호의 얕은 바다로 밀려 올라왔다. 일반적으로 심해에 사는 어종이다. 사람들이 부랴부랴 그 고래들을 다시 공해로 돌려보내려 애썼지만 그 중 75마리 이상이 죽고 말았다. 이제 5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독립적인 위원회가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 사건의 “가장 개연성 있고 확률 높은 원인”은 해저 측량선이 송출하는 음파라는 결론이다.

해양 탐사자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다. “해양 포유류의 집단좌초(mass stranding, 해양 동물이 뭍으로 올라온 뒤 꼼짝 않고 죽어가는 현상) 중 지형측량용의 고주파 음파 시스템과 밀접한 연관성을 나타내는 최초의 사건이다.” 국제포경위원회(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그 패널이 말했다.

저주파 음파가 고래에게 신체적 외상을 유발하고 그들의 잠수 및 이동 패턴에 혼란을 유발할 수 있음은 오래 전부터 알려졌다. 그에 따라 상업적 측량선은 대체로 고주파 음파 시스템을 사용한다. 고주파는 지금껏 고래에게 비교적 무해하다고 간주됐다.

그러나 이번 경우 관련성이 큰 듯하다. 2008년 5월 29일 엑손모빌 하청업체의 한 해저측량선이 12kHz 다중빔 음향측심기(multibeam echosounder)를 이용해 마다가스카르 근해 60여km 지점의 해저를 측량했다. 그 패널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와 같은 시스템에서 내보내는 음파는 “수백㎢의 심해 고양이고래 서식지에 걸쳐 뚜렷하게 들렸을 터”였다. 그 다음날 고양이고래 한 무리가 석호로 헤엄쳐 들어가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 얕은 해안지대에서 그 고래들이 발견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엑손모빌은 그 보고서의 결론에 이의를 제기한다. “엑손모빌은 다중빔 음향측심기에 관한 그 패널의 조사결과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믿는다. 2008년 당시의 대응 노력 중 기록된 정보와 관측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회사 대변인 패트릭 맥긴이 AFP 통신에 말했다. 그 측량선에 동승한 마다가스카르 정부 옵저버들은 지도측량 지역에서 고래를 전혀 보지 못했다. 다른 과학자들도 의구심을 나타낸다. 사신은 분명 바다 어딘가 숨어 있다.

- JOSH LIEBERMAN





눈맞춤이 주먹을 부른다 - 언쟁 중에는 시선을 피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남들과 시선을 마주칠 때는 주의해야 한다. 후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테이블 건너편의 상대방을 똑바로 바라봐야 자신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며 뭔가 알고 말을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들어 왔다. 그러나 새로 발표된 연구 결과 상대방을 똑바로 바라보는 게 항상 논쟁에서 승리하는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오히려 순전히 억지를 부린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사람과의 눈빛 대화는 이제껏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한 듯하다.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발표된 새 보고서는 듣는 쪽이 말하는 쪽에 이미 동의할 때에만 두 사람의 눈맞춤 대화가 더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상대방에게 말이 더 잘 먹힌다.

하지만 적대적인 상황에선 그 무언의 소통이 오히려 기존의 이견을 부채질한다. “이제껏 우리는 시선을 마주쳐야 설득력이 더 커진다고 알았다. 하지만 우리의 연구 결과는 듣는 쪽이 반감을 갖고 있을 때는 오히려 그 가능성이 더 낮아짐을 보여준다.” 논문의 대표 작성자인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심리학과의 프랜시스 첸 교수가 말했다.

첸은 첨단 시선추적 기술을 활용해 두 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첫 실험에선 어떤 사람이 연설하는 동영상을 피험자들에게 보여줬다. 그 뒤의 면담에서 회의론자들 즉 처음부터 연설자와 생각이 달랐던 청중의 반응을 조사했다. 그들 중 연설자의 눈을 가장 오랫동안 바라봤던 사람들이 공감도가 가장 낮은 경향을 보였다(이미 연설자와 같은 관점을 갖고 있던 청중은 그의 눈을 들여다보는 동안 공감도가 더 높아졌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미 믿고 있던 내용을 믿도록 “설득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같은 결과는 제2의 실험으로 뒷받침됐다. 피험자들에게 연설자의 입 또는 눈을 바라보도록 했다. 눈 대신 연설자의 입에 초점을 맞춘 회의론자들은 그의 주장을 더 잘 받아들였다.

이 같은 결과가 인간의 심리에 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는 아무도 확언할 수 없다. 예전의 조사에서 습관적인 눈맞춤과 관련해 학습촉진, 아기엄마의 민감성, 개로부터 공격을 받을 위험성의 증가까지 갖가지 상관관계가 밝혀졌다. 눈맞춤을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의 반응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특성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흔적이 남아 있는 무의식적인 방어 메커니즘 말이다.

다시 말해 이견이 있을 때 눈맞춤은 상호소통의 대결적인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언쟁을 격화시킬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과 마찬가지로 분명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

- JOHN ERICSON





“샤워로 존엄성 부여한다” - 샌프란시스코 노숙자를 위한 이동식 목욕시설 제공 계획샌프란시스코 미션 디스트릭트에 있는 노숙자 쉼터인 미션 네이버후드 리소스 센터. 도니스 샌도벌(51)은 그 앞에 늘어선 쇼핑 카트 곁에 자신이 타고 온 BMW를 세웠다. 그녀는 빈 병과 소지품이 가득한 카트를 피해 쉼터 안으로 들어갔다. 멋지게 단장한 희끗한 단발 머리에 노란색 핸드백을 든 샌도벌은 패션업계에서 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라바 메이(Lava Mae)라는 사업체를 운영한다. 노숙자들에게 목욕 시설을 버스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미션 네이버후드 헬스 센터의 소장 로라 구즈먼에 따르면 지금까지 노숙자 서비스는 라바 메이 같은 위생시설이 아니라 주거지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노숙자가 6436명이지만 그들이 샤워를 할 수 있는 시설은 7곳도 되지 않는다.

라바 메이처럼 지방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샌프란시스코 노숙자들의 필요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사업가들이 늘어간다. 샌프란시스코는 오래 전부터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관용성으로 잘 알려졌다. 이제는 기술 사업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과 치솟는 주택임대료로 유명한 도시다.

핸드업(HandUp) 같은 단체는 문자 메시지로 노숙자 개인에게 직접 기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공공 장소의 안내소를 통해 노숙자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브리지(Bridge)라는 단체도 있다.

라바 메이는 기술 전문이 아니지만 상당히 혁신적이다. 이미 목욕 시설을 제공하는 비슷한 서비스가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그들은 주로 스쿨버스, 이동주택 또는 말 운반용 트레일러를 이용한다. 반면 라바 메이는 샌프란시스코의 구식 대중교통 시스템의 상징인 뮤니(Muni) 버스를 이용할 계획이다.

건축가 브렛 터펠럭은 버스를 이동 샤워실로 개조하면서 흥미로운 문제에 부닥쳤다. 건물은 수평이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언덕길에 주차된 버스는 기울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배수관을 설치하기가 까다롭다. 또 이동 샤워실 허가를 누가 내줘야하는지도 문제다. 건축 담당부도 공중보건부도, 교통부도 그런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터펠럭은 잘 안다.

“이동 샤워실은 건축물도 교통수단도 식품운송 트럭도 아니다”고 그가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영역에 들어가고 있다.” 샌도벌은 시정부의 도움으로 관료주의 걸림돌을 피할 수 있었다. 뮤니는 그녀에게 낡은 버스 4대를 제공했다. 또 샌도벌은 소화전에서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도록 허락 받았다.

첫 버스 개조에 필요한 7만5000달러를 모금했고 첫 해 소요 예산 31만8000달러 중 나머지를 충당하기 위해 현재 기업체 후원, 보조금, 기부금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샌도벌은 이 운동에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도 한 주 동안 샤워를 하지 않고 지냈다.

여섯 살 난 딸 태머센이 엄마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말한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한 주가 끝나자 샌도벌은 머리를 네 번이나 감은 뒤에야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션 네이버후드 리소스 센터에서 찰스 로시는 방금 샤워를 마쳤다. 그는 한 주에 두 번 샤워를 한다. 때로는 남자 샤워실에 있는 두 칸 중 하나를 사용하려고 두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 여성의 대기 시간은 그처럼 길지 않다고 노숙자 제이널 윌슨이 말했다. 그녀는 “샤워를 하면 하루를 맞을 준비가 된다”고 말했다. “샤워로 존엄성을 부여한다”가 라바 메이의 슬로건이다.

샌도벌은 수건, 폐수 저장 시설, 버스 광고 등은 전부 고려했다. 그러나 샤워실에서 마약을 하는 사람은 그녀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그녀는 마약으로 정신이 없는 사람을 깨우는 데 코분무제를 사용하면 된다는 사실을 안다.

내년 3월 첫 샤워 버스가 가동되면 더 많은 문제에 부닥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샌도벌은 멋지게 아주 빨리 배우는 능력을 갖췄다. 구즈먼은 “샌도벌은 패션 감각도 뛰어나지만 일도 아주 멋지게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가 더욱 좋다.”

- KATYA CEN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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