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avel - 태국의 옛 정취 가득한 ‘북방의 장미’

찰나의 가을을 보내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겨울엔 여름이 그립고, 여름엔 겨울이 그리운 법. 이맘때쯤 동남아시아가 여행지로 사랑 받는 이유도 그러하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태국 방콕·파타야·푸켓, 필리핀 세부 등은 이미 익숙한 곳이 돼버렸다. 이번 겨울, 화려하지만 뻔하지 않은, 조용하면서 색다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태국 북부의 치앙마이를 눈 여겨 보자.
태국 제2의 도시라 불리는 치앙마이는 태국 고유의 멋스러움 속에서 여행의 소박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미 포화상태가 된 방콕에 비해 덜 복잡하고, 물가도 저렴해 느긋하게 자유여행을 즐기기에도 좋다. 최근에는 진에어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최초로 인천~치앙마이 정기편을 운항하면서 기존보다 저렴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여행자가 더 몰리기 전에 선점의 재미를 느껴보길!
번잡하지 않고 물가도 저렴치앙마이는 풍성한 문화유산과 화려한 축제, 다채로운 고산족의 모습 덕에 어딜 가던 태국의 매력이 가득 넘쳐난다. 태국 북부의 문화 중심지였던 란나 왕국의 수도였던 치앙마이는 ‘북방의 장미’라는 별칭이 있다. 란나 왕국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북부 태국 불교의 중심지로 역사적인 사원이 많다. 성벽과 해자에 둘러싸인 옛 왕조의 아름다움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치앙마이의 구시가지는 타페게이트를 중심으로 성 밖과 안으로 나뉘는데 성안의 모습이 특히 이색적이다.
흔히 사원은 도시 외곽 지역에 모여 있어 일부러 찾아가야 되는데 이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성 안에 자리 잡은 사원이 1000여개가 넘다 보니 몇 걸음 옮길 때마다, 또 모퉁이를 돌 때마다 크고 작은 사원을 만나게 된다. 사원 탐방만으로도 구시가지에서의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눈부신 황금색을 자랑하는 화려한 사원과 오래된 집, 상점, 길거리 음식점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도시의 풍경은 치앙마이 여행만의 묘한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짧은 시간 현지인들의 생활, 의식주, 태도와 함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적합한 곳이다.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도이수텝 사원도 꼭 한 번 방문할 만한 명소다. 아시아 최고 랜드마크 2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이곳은 태국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해발 1200m에 위치한 도이수텝 사원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다. 300개의 붉은 계단을 오르면 하늘 위 황금사원과 더불어 대형 불탑을 볼 수 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이 힘들다면 케이블을 이용해서 편하게 갈 수도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치앙마이의 풍경은 장관 그 자체다.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 전경을 내려다보면 말 그대로 가슴이 뻥 뚫린다. 파란 하늘과 맞닿아 있는 황금사원에서 여행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셔터를 눌러 대고, 현지인들은 익숙한 모습으로 합장을 한 채 주변을 돌며 기도를 한다. 그들을 따라 합장에 동참한 여행객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 담겨있다.
치앙마이에서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는 ‘나이트 바자’라 불리는 야시장이다. 가족을 위한 선물을 구입하거나 나만의 여행 기념품을 간직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만족할 만한 쇼핑을 할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동대문시장과 같은 이곳은 상점·거리·골목 곳곳에 의류, 목각품, 고산족이 만든 수공예품과 먹거리가 넘쳐난다. 가격도 저렴해 여행객들은 물론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다.
나이트 바자만의 장점이 있다면 시장 구경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다른 여행지에서 으레 겪는 구매 강요를 찾아볼 수 없다. 한번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이라고 덮어씌우는 바가지도 없다. 간단한 의사소통을 통해 충분히 흥정도 할 수 있고, 맘에 드는 물건도 고를 수 있다. 소박하고 친절한 현지인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다.

현지인도 즐겨 찾는 야시장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자 가장 사랑 받는 동물은 코끼리다. 이곳에서 코끼리는 장수와 신뢰의 동물로 간주된다. 코끼리들은 과거 전쟁에서 왕실수레에 이용되기도 했다. 매땡 코끼리파크는 여행객들이 패키지 투어를 통해 한 번씩은 가봄 직한 곳이다. 10여 마리의 코끼리가 조련사를 태운 채 인사를 하고 춤을 추고 축구쇼를 벌인다.
이어지는 체험은 코끼리를 타고 바위 언덕길과 강을 건너는 트레킹 코스. 큰 코끼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올라타면 꽤나 높이 올라온 듯한 느낌을 준다. 흔들흔들 휘청거림 속에 코끼리는 여행객들이 팁을 주고 건네는 바나나와 사탕수수를 받아먹으며 묵묵히 제 갈 길을 간다. 무리 중에는 엄마코끼리를 따라 나선 아기코끼리도 볼 수 있다. 일을 해야만 하는 엄마코끼리와 하루 종일 걸어서라도 엄마 곁에 있고픈 아기코끼리의 모습은 애잔함을 자아낸다.
야생 코끼리가 쇼를 펼치고, 트레킹을 하기까지 수 없이 반복됐을 고된 훈련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실제로 조련사들은 한쪽은 망치, 한쪽은 낫처럼 생긴 도구로 끊임없이 코끼리 귀 뒤쪽(제일 약한 부위라 한다)을 찌르고, 머리를 내려친다. 코끼리를 탔다는 신기한 경험에도 마냥 즐거울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인근에서는 대나무 뗏목 타기가 이어진다. 뗏목을 타고 강 하류로 내려가는 코스다. 강바람을 맞으며 주변 경치를 둘러보는 재미가 그만이다. 코스 중간에서는 트레킹을 마친 코끼리가 한데 모여 목욕을 하고, 강 건너편에서 자신이 먹을 풀과 옥수수대 등을 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과를 끝낸 그들의 평화로운 한때다.

건기인 11월~3월 여행 권할 만매땡 코끼리파크에서 차로 아주 잠깐만 이동하면 카렌족을 만날 수 있다. 카렌족은 태국 북부지방에 폭넓게 분포해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이곳은 엄밀히 말하자면 여행객들을 위해 일부 카렌족이 본거지에서 옮겨 작은 마을을 구성해 사는 곳이다.
이곳 여인들은 목에 링을 걸고 다니는데, 링의 수와 종류는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 수 킬로그램의 황동 고리가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은 대단할 터. 그래도 카렌족 여인들은 전통을 지키기 위해 링을 목에 건 채 베틀을 짜며 수공예품을 만들어낸다.
수텝산에도 메오족이라 불리는 고산족 마을이 있다. 도이수텝에서 차로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반복하다 다다르는 이곳은 마치 커다란 정원에 온 듯 산속에 형형색색 예쁜 꽃밭이 조성돼 있다. 한편에 생활박물관도 마련돼 있어 예전 모습이 담긴 사진과 각종 도구를 구경할 수 있다.
메오족은 지금은 금지됐지만 과거에 양귀비를 재배하며 생활하기도 했다. 현재는 뛰어난 손재주를 발휘해 민속의상이나 모자·가방·액세서리 등의 수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아이들은 사진촬영을 해주는 대가로 용돈벌이를 한다. 걸음마 시절부터 ‘돈(money)’을 외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이들에겐 중요한 생활수단인 셈이다.
치앙마이 현지 날씨는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데 11월부터 시작해 3월까지 이어지는 건기가 여행하기에는 적합하다. 해발 300m에 위치한 북부 고산지대라 다른 동남아 지역에 비해 비교적 서늘한 날씨를 유지한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기도 하지만 습도가 낮아 끈적끈적한 느낌은 없다. 바람이 불어오면 금새 청량감이 느껴진다. 밤 기온은 섭씨 10도까지 내려갈 때도 있어 얇은 긴 팔 옷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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