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미국-이란 전쟁 끝나면…‘투자 전략’ 어떻게 짤까 [스페셜리스트 뷰]
- 고유가·고금리 환경 속 ‘압축 투자’ 전략 부상
AI 인프라·전력·반도체 중심 구조적 강세 지속
전쟁 이후 달라진 시장…업종별 차별화 본격화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제안이 오가며 종전 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종 타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불확실성은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뉴스도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다르다. 주식시장에서 전쟁 이벤트는 관심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코스피는 5월 6일 장중 7000선을 넘으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미래의 낙관을 먹고 자라는 주식시장 특성상 한 치 앞도 알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던 전쟁이 종전으로 나아가자 미국-이란 전쟁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코스피는 물론 미국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일본의 니케이225 등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증시가 전쟁 이전 수준을 넘어 신고가를 써 나가고 있다. 이제 전쟁 불확실성 완화를 통한 증시 반등은 마무리된 것이다. 투자자들은 전쟁 이후 달라진 경제와 글로벌 환경을 반영해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전쟁 리스크 둔화…증시는 이미 반영 중
주식시장은 높아진 지수 아래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전쟁이 완전히 종료되더라도 모든 것이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이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바뀐 것은 국제유가와 금리 인하 기대다. 전쟁 이전 배럴당 60달러선을 유지하던 브렌트유 가격은 100달러 선을 상회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고, 일부 정유 시설과 가스 생산 시설이 파괴됐다는 점에서 종전 이후 원유 공급망 정상화에는 몇 달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더라도 유가는 연말까지 배럴당 75~80달러의 높아진 수준이 전망된다. 높아진 유가는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준은 내년 9월에 가서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 이외의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전망도 금리 인하에서 금리 인상으로 바뀌는 중이다. 전쟁 이전엔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전망됐던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의 영란은행,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도 통화정책에서 이들 국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높아진 유가와 물가, 그에 따른 경기 둔화와 매파적인 통화정책 전망은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확장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전쟁 이전에는 점차 낮아지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바탕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는 환경이었다면, 전쟁 이후에는 고유가가 물가와 경기 모두에 부담을 주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투자 전략은 단순한 안도 랠리 전략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먼저 전쟁 리스크가 완화되는 과정에서 모든 업종이 오른다는 접근은 그 유효성이 떨어졌다. 글로벌 증시가 전고점을 회복한 이후부터는 업종과 종목별 차별화가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유가와 금리 인하 기대 후퇴가 시장 전체에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는 경기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경기 민감주, 중소형주, 소비 둔화에 취약한 업종으로 강세장이 확산되기 어렵다.
반대로 구조적 수요가 명확하고, 기업들의 이익이 확인되는 업종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 이후 주식시장은 “떨어진 것을 주워 담자”에서 “고유가와 고금리 환경에서도 확실히 이익이 보이는 업종만 사자”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AI 경쟁의 본질 변화…모델에서 인프라로
지금 시점에 투자해야 하는 업종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1분기 실적 시즌 결과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우선적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주에 집중 투자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 업체들의 1분기 실적 시즌에서 확인된 것은 ‘강한 AI 수요’다.
에이전틱 AI 확산에 따라 AI의 24시간 자동화가 늘어나면서 AI 수요 증가 속도가 기업들의 예측을 앞지르고 있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 개발자들 사이에서 AI 활용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토큰 사용량을 경쟁하는 ‘토큰맥싱(Tokenmaxxing)’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테크 기업에서는 인사 고과로 AI 사용량을 평가하고, AI 토큰 예산을 개발자의 보상 항목으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AI 수요 확대가 심화됐다.
컴퓨팅 파워 부족 현상에 AI 서비스 기업들은 저가 사용자들의 서비스 사용량을 제한하고 요금제 체계 변경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올해 2월 이후 앤트로픽의 클로드 서비스의 이용 장애가 늘어나고 품질 저하에 대한 불만도 높아진 상황이다. ‘클로드 코드’와 ‘클로드 코워크’ 등 앤트로픽의 에이전틱 AI 서비스 수요 확대가 컴퓨팅 파워 부족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앤트로픽은 기업용 고객의 요금제를 사용량에 따라 측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토큰 사용이 많은 기업은 더 큰 비용을 내도록 전환했다.
AI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AI 서비스 경쟁은 모델 성능에서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자원의 확보와 안정적인 서비스 공급으로 전환되는 중이다. 급증하는 추론 및 에이전틱 AI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의 확보와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운용, 단위 연산 비용 절감 능력 등도 요구된다. AI 경쟁이 모델 성능에서 에이전틱 AI와 AI 인프라 능력 확보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에서 AI 관련주의 범위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AI 시대에 추론이 중요해지면서 AI 인프라에서 새로운 병목이 발생하고, 이들 주가가 더욱 크게 상승하는 것이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GPT-3.5 공개 이후 초기 AI 강세장 국면에서는 대형언어모델(LLM)의 학습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핵심 병목으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2023~2024년 2년 동안 819% 상승하며 AI 관련주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보였다.
올해 이후로는 AI가 단순히 답변과 그림을 생성하는 도구를 넘어 24시간 자동화돼 업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컴퓨팅 자원에 대한 수요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틱 AI는 더 많은 데이터를 불러오고, 저장과 검색, 인터페이스(API) 호출 및 로그를 관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병목은 메모리, 네트워크, 광통신, CPU,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건설로 확산된다. 올해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과 같은 메모리 업체와 루멘텀과 같은 광통신, CPU 관련 인텔, 버티브와 GE 버노바와 같은 전력·냉각 관련주의 강세는 AI 추론의 시대를 반영한 것이다.
결국 반도체와 전력…국내 증시 핵심 축
국내 증시에서도 투자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국내 증시의 핵심은 반도체와 전력기기다. 전쟁 이전에도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전력기기를 중심으로 한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국내 반도체는 글로벌 AI 추론 수요 확대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 업종이다. AI의 시대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더라도 메모리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늘어난 추론 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는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 GPU가 AI 학습의 시작이었다면, 메모리는 AI 추론의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병목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증시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체는 물론 소재·부품·장비까지 수혜가 이어질 수 있다. 전력기기도 반도체와 함께 국내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AI 인프라 수혜 업종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전력망, 변압기, 배전 설비, 전력 효율화 장치 등은 모두 AI 데이터센터 확장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특히 AI 투자 경쟁이 확대될수록 전력 인프라의 병목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전력기기는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에 연동되는 성장 업종으로 봐야 한다. 국내 전력기기의 미국으로의 수출 확대는 분명하다. 미국 증시에서 전력기기와 냉각, 발전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는 것에 발맞춰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강세는 이어질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와 전력기기 중심의 투자를 보조해 줄 업종은 증권, 방산, 신재생에너지가 있다. 증권 업종은 국내 증시가 반도체 중심으로 강세장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수혜를 받는다. 특히 지난해 5월 이후 코스피가 3배 넘게 상승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과 투자 금액이 증가했다. 코스피가 신고점을 경신할수록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확대되고 있고, 정부의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와 같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더해지면 증권주는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은 전쟁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테마로 분석된다. 트럼프 시대의 글로벌 안보 환경은 구조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어서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료와 무관하게 글로벌 각자도생의 시대는 시작됐다. 유럽과 아시아 각국은 국방비를 늘릴 수밖에 없고, 안보는 각국 정책의 중심으로 올라오고 있다.
방산주는 전쟁 뉴스가 나올 때만 사는 이벤트 업종이 아니라, 글로벌 안보 환경 재편 과정에서 중장기적인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 종료 소식에 방산 업종에 대한 조정이 나타날 경우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도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원유 공급 차질을 통해 에너지가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다시 보여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안보 정책이다. 원유와 가스 수입 다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전력망을 고도화하고,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ESS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전쟁이 끝나도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각국의 에너지 안보 확보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주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로 국내 및 글로벌 주식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이전에는 국민연금 해외주식직접팀에서 해외주식 직접운용을 수행했으며, 신한BNPP자산운용에서 멀티에셋 투자전략 업무를 담당했다.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매크로 환경과 산업 구조 변화에 기반한 주식시장 투자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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