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메리칸 드림 향해 말 달리자~

청마(靑馬)의 해인 2014년 갑오년(甲午)이 밝았다. 백마·흑마·적마·황마와 달리 청마는 현실 세계에는 없는 동물이다. 하지만 한국인 등 아시안들에게는 강인함과 생동감, 활기찬 생명력을 상징하는 말로 인기가 높다. 111년 전 ‘카우보이의 나라’ 미국의 하와이에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왔던 코리안아메리칸에게는 청마와 같은 끈질긴 생명력이 있었다.
미국의 한 부분으로 뿌리내리며 또 다른 이민역사 100년의 시대를 사는 한인들에게는 경기 침체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지금, 청마와 같은 강인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워싱턴뿐만 아니라 미주 동포사회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말 농장은 드물다. 홀로 말농장을 운영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는 현장을 찾아가 봤다.
화제의 말농장은 셰난도어 산맥이 평지와 만나는 접경지역인 버지니아주의 컬페퍼 카운티에 있는 ‘배씨 농장(Bae’s Red Roof Farm, 대표 배태인)’. 워싱턴DC에서 자동차로 서쪽으로 1시간30분 거리의 배 대표 농장은 컬페퍼의 100에이커 평지에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드넓게 펼쳐있었다. 여의도 면적의 절반 정도의 크기다.
“내년 봄 털갈이를 하게 될 겨울털이 요즘 한창 자라고 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손질을 못해줘 말들이 야생마 같습니다. 그래도 이 녀석들은 제 자식과 같습니다. 말이 무섭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말이 양만큼 온순하다는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배 대표가 울타리 근처로 가자 어떻게 알았는지 먼 곳에 떨어져있던 말들이 반가운 듯 콧김을 내쉬며 몰려왔다. 이 농장에서 키우는 말은 백마와 흑마 등 다 큰 성인마와 아메리칸 미니어처말 등 10여 마리. 앞으로 더 많이 키울 계획이다.
백인 보안관 도움으로 정착유럽 태생의 말들이 서부 개척시대에 미국으로 건너온 뒤 토착화돼 이젠 미국 자체 품종으로 거듭났다. 특히 34~38인치(86~97cm) 크기의 미니어처 말의 경우 유럽보다 미국 미니어처 말이 더 유명할 정도다. 유럽 귀족들이 기르던 미니어처 말은 미국에서 다양한 품종으로 개발돼 애완용 동물로 인기가 높다.
일부 품종의 미니어처 말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도마로 쓰이기도 한다. 배 대표는 “애초 말을 전문적으로 키우려고 한 것이 아니어서 처음에는 말 돌보는 게 엄두가 안 났다”며 “다행히 주변 농장 분들이 저희 말을 돌봐주며 말 키우는 법을 친절히 가르쳐줬다”고 고마워 했다.
배 대표는 처음엔 말에 다가가는 것조차도 엄두가 안 났지만 이제는 말굽을 손볼 정도로 달라졌다. “막상 다가서면 말이 생각보다 커서 움찔하게 됩니다. 귀도 밝아서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도 잘 들어요. 힘은 어찌나 센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에게는 상냥해요. 자기가 태운 사람이 떨어져도 절대 밟지 않아요.”
도시민의 쉼터로 가꿀 계획10여 년 말을 키우다 보니 말의 생태도 익숙해졌다. 말은 청각이 뛰어나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도 민감하다. 배 대표가 새벽에 일어나 문을 열고 나오면 말들이 울어대며 인사를 할 정도다. 배 대표가 흥겹게 부르는 휘파람 노래에 즐거운 반응을 한다. 말은 후각도 매우 예민해서 ‘코의 동물’이라는 별명도 붙어있다. 곁에 오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후각으로 미리 파악하고 냄새가 좋은 사료는 몇 십 미터 밖에서도 알아차릴 정도다.
공포심도 많은 편이지만 부드럽게 다루는 사람에게 온순하게 대한다. 특히 동물 중에서 기억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자기에게 친절한 사람을 기억하고 신뢰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를 좋아하는 미국 사람들은 충견만큼이나 충직한 것이 말이라며 말을 좋아한다.
배 대표 가족은 버지니아주의 북쪽에 있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방탄유리 칸막이를 둔 리커스토어 등에서 일해 돈을 모았다. 그 후 2001년 또 다른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버지니아주 컬페퍼로 내려왔다. 농장을 사려고 했지만 낯선 한국 사람과 거래를 하려는 농장주들이 없었다. 백인 농장주들만 있던 보수적인 버지니아 시골 동네에서 그는 이방인의 서러움을 톡톡히 맛봤다.
이 때 도와준 이가 배 대표가 다니기 시작한 미국 교회 교인인 독일계 이민자 출신의 보안관 백인 셰리프였다. 셰리프가 도우미를 자청하니 모든 게 술술 풀렸다. 농장을 구입했지만 생초보여서 말을 다룰 줄도 몰랐다. 배 대표의 상황을 알고 길 건너편 농장의 백인 농장주 아들이 헌신적으로 도와줬다.
백인 농사꾼인 레드넥의 이웃이 된 그는 카우보이 클럽의 회원이 돼 말을 타고 셰난도어 산맥을 다녀올 정도가 됐다. 적게는 20~30명, 많게는 70~80명이 오전 7시쯤 말들만 다니는 트레일을 따라 산으로 올라갔다가 모닥불을 피워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4~5시에 돌아온다고 한다. 말을 좋아한다고 돈을 주고 말을 사서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법규가 다른데 컬페퍼카운티는 10에이커 이상 땅이 있어야 3마리 이상의 말을 키울 수 있다.
배 대표는 성인말과 미니어처 말들을 제대로 키워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들에게 말 타기와 농장 쉼터를 제공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대형 헛간도 손보고 있다. 그는 “말을 키우다 보니 말처럼 충실하고 강직한 동물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경기가 풀리지 않아 다들 고생하는데 말띠 해인 새해에는 조국인 한국과 미주 동포사회가 푸른 말처럼 생동감 넘치고 활기차게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단독] ‘제2의 곽튜브’ 꿈꾸는 이자반 “전 여자친구와 이별로 유튜브 시작… 반지하서 성공 일기 쓸 것” [IS인터뷰]](https://img.edailystarin.co.kr/data/isp/image/2026/05/11/isp20260511000046.400.0.jpg)
![혹시 밥 친구가 필요하세요?... 그렇다면 오늘은 ‘이자반’ [김지혜의 ★튜브]](https://img.edailystarin.co.kr/data/isp/image/2026/04/19/isp20260419000032.400.0.pn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삼성 노조 "회사 태도 변해…내일 동일한 자세면 합의 없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데일리
[IS 냉탕] 류현진의 한·미 200승 금자탑 도전, 불펜 난조로 날아갔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6·3 수도권 후보 3명 중 1명, 출마지 외 토허구역 주택 보유·다주택자[only 이데일리]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상장 땐 ‘우량’, 그 후엔 ‘방치’…“리츠 신평 모델, 초기부터 다시 짜야”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연매출 1000억 노리는 세포랩…화장품으로 대박난 퓨젠바이오 비결은?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