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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 해외에서 활로 찾는 한국 남자 골퍼

Golf | 해외에서 활로 찾는 한국 남자 골퍼

대회수·상금 적은 국내 대신 해외로 배상문·이동환·김형성도 기대주
4월 28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 TPC에서 열린 PGA 투어 취리히클래식에서 최종일에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한 영건 노승열



한국 남자 골프의 ‘영건(Young Gun)’으로 불리는 노승열이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진출 2년 만에 취리히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 남자선수들은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최경주·양용은·배상문에 이어 4번째 미국 PGA투어 우승자를 배출했다. 게다가 이번 우승은 최경주가 한국인 첫 승을 거둔 컴팩클래식의 후신인 대회였고, 그 당시보다 10여년이나 이른 최연소(노승열은 5월 29일에 만 23세가 된다)로 우승했다는 데서 의미가 더 크다.

노승열은 대박을 터뜨렸다. 상금 122만4000달러(약 12억7000만원)는 국내에서는 올해 남자투어 서너 개의 총상금을 합친 금액이다. 게다가 몇 년 간의 안정적인 투어 출전 자격을 보장받았다. 최대 상금 1000만 달러가 걸린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은 물론 2016년 시즌까지 PGA투어 시드가 있으니 대회에만 전념하면 된다. 노승열은 해외에 진출한 한국 남자 선수 중 특이 케이스다. 속초 출신으로 어릴 적에 아버지를 따라간 연습장에서 재능을 보여 골프를 시작했는데, 2005년 한국아마추어선수권에서 14세 중학생 신분으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다.

2011년 말 미국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3위로 통과해 이듬해부터는 미국 무대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2년 간을 지내면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자 상금은 지난해 시즌 말에 161위까지 내려갔고, PGA투어카드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9월 중순 2부투어인 웹닷컴투어 파이널 플레이오프 대회에 출전해 네이션와이드칠드런스호스피탈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간신히 올해 투어 시드를 유지했다.

노승열은 일찍부터 해외 투어에서 경험을 쌓아 최고의 무대까지 올라갔다. 그처럼 처음부터 해외 무대를 겨냥하고 뛰는 선수는 올해 24세인 정연진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국내에서 국가상비군으로 고등학교를 마친 뒤, 2008년부터 호주로 건너가 유러피언투어에 꾸준히 도전했다. 2010년 브리티시아마추어 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지난해 호주 퍼스에서 열린 ISPS한다퍼스 인터내셔널에서 첫 승을 거뒀다.

노승열(오른쪽)이 선배 양용은(왼쪽)과 찰리 위에게 맥주 세례를 받고 있다. 


양용은·배상문도 PGA투어 우승국내 남자 선수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건 1990년대부터다. 임진한·김종덕 등 한국 프로골퍼 1.5세대들이 국내보다 규모가 큰 일본투어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골프채널에서 교습가로 활동하면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임진한이 1990년 싱가포르요코하마타이어클래식, 1993년 고라쿠엔컵·관동국제오픈에서 우승했다. 그 뒤를 따른 장타자 김종덕은 1997년 기린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1999년 시즈오카오픈·요미우리오픈 등에서 우승하면서 일본 투어에서도 경쟁력을 보였다.

일본에 먼저 진출한 프로들은 국내 선수들에게는 일본투어에 정착하도록 통역은 물론, 숙식과 스케줄 등 편의를 봐준 큰 형님이자 매니저 역할까지 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해외 투어를 개척한 선수를 꼽으라면 그 뒤에 등장하는 최경주다. 국내 투어에 머물다가 1999년 기린오픈과 우베고산오픈에서 연이어 우승한 것이 계기였다. 최경주는 기린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미국 투어에 출전했는데 너무나 좋은 코스 상태와 뛰어난 미국PGA 투어 환경을 경험한 뒤로는 ‘여기서 뛰어야 한다’고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는 바로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해 2000년부터 미국 PGA투어를 뛰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영어도 거의 모르고 아무 연고도 없는 채로 미국 투어에 진출한다는 건 무모함에 가까웠지만 그는 별명인 탱크처럼 밀어붙였다. 급기야 2002년 컴팩클래식과 템파베이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한국인도 미국에서 우승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2011년에는 최고의 상금액에다 제5대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무이하게 미국 투어 8승을 올렸다.

최경주의 뒤를 이은 선수는 양용은이다. 2006년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안투어와 유러피언투어 공동개최 HSBC챔피언스가 빛나는 무대였다. 타이거 우즈도 출전했으나 여기서 우승해 PGA 무대로 향했다. 그리고 2009년에 혼다클래식에 이어 메이저인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역전 우승했다. 아시아 선수로선 최초였다. 최경주가 한국인의 미국 PGA투어 진출 개척자라면 양용은은 메이저까지도 우승할 수 있음을 증명한 실현자였다.

국내 남자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남자 투어가 너무나 위축됐기 때문이다. 2년 전 남자골프협회는 극심한 지도부의 내홍(內訌)을 겪었다. 그 후 대회가 급감했다. 지난해의 경우 대회수를 맞추기 위해 지방 골프장의 도움으로 총상금 3억원 규모의 대회를 열기도 했다. 대회가 없으면 선수들의 기량도 녹슬기 때문에 협회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더구나 지난해까지 개최되던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도 싱가포르로 옮겨가서 올해는 총 15개의 대회가 치러진다.

6월부터는 2주 간격으로 열리다가 한창 골프 시즌인 9월에는 한 개의 대회도 열리지 않는다. 26개의 대회가 연중 꾸준하게 이어지는 여자투어와는 체감 경기가 하늘과 땅 차이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국내 투어뿐만 아니라 아시안투어나 원아시아투어, 일본투어와 같이 해외 투어를 함께 고려한 출전 스케줄을 짜놓고 있다. 일본투어에는 총 27명의 선수(KPGA 비회원 4명 포함)가 뛸 예정이고, 아시안투어는 23명(비회원 1명)이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대회 출전권을 가지고 있다.



일본 투어 넘어 미국 투어로노승열에 이어 또 다시 우승 소식을 전할 선수는 많다. 배짱 두둑한 배상문은 하루에 10언더파까지 몰아 칠 수 있는 선수다. 2011년 일본오픈 등 3승으로 일본 투어 상금왕에 올랐고, 지난해 PGA투어 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올해 역시 희망적이다. 이 밖에 2012년 Q스쿨을 우등으로 통과한 이동환과 2위만 벌써 몇 번째 하고 있는 위창수는 우승컵은 없지만 주목할 선수들이다.

일본 투어에서 김형성은 2012년 바나H컵에서 우승한 데 이어 지난해 일본 JGTO투어의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최근 스윙 교정으로 평소보다 티샷이 30야드 더 멀리 날아간다고 한다. 프로에게 그 정도 거리는 더 많은 버디 기회로 이어진다.

지금은 다수 주춤한 김경태 역시 2010년 일본오픈을 포함해 3승을 거두면서 일본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지난 2년 간 미국 투어에서는 좌절을 겪었으나 올해부터는 일본 투어에 집중할 예정이다. 숏게임과 어프로치에서는 선수들이 한 목소리로 인정하는 정교한 선수인만큼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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