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례 시장 지각변동 - 인터넷에 무덤 만들고 사후 메시지도
- 일본 장례 시장 지각변동 - 인터넷에 무덤 만들고 사후 메시지도

일본 장례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시장 확대를 기대한 업체들이 속속 손을 뻗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가 늘어나면서 관련 비용도 투명해졌다.
그러나 장례식의 간소화와 저가 트렌드에 따라 장례 건수에 비해 시장 규모는 그다지 늘어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자연적인 구조조정이나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가족과 친척·지인들이 모여 장례 전날 밤을 보내고(通夜, 츠야) 고별식에 참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일반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츠야나 고별식 없이 화장만 치르는 ‘직장(直葬)’, 고별식 없이 츠야만 치르는 ‘일일장’, 가족만 모여 츠야와 고별식을 치르는 ‘가족장’과 같이 간소화된 장례가 확산됐다. 이와 더불어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장례에 참가하는 사람의 수가 적어지면서 장례가 간소화되고 비용도 줄어들고 있다.
장례업체들 소규모 장례식에 집중지금까지 일본의 장례 시장은 공익사(公益社)·티어(TEAR)·도쿄하쿠젠 등 장례 전문 회사와 벨코·일본세레모니 등 관혼상제상호회가 나눠 갖는 구조였다. 하지만 일본농업협동조합(JA)이 장례 시장에 진출해 지방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각종 생활협동조합·철도회사·유통업체 등 다른 업종에서도 장례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최대 장례 전문 업체 공익사의 모회사인 ‘산 홀딩스’의 후루우치 코타로 사장은 “직장(直葬)을 비롯한 소규모 장례가 어느 정도 성장했다”며 “지금까지는 상황을 관망해 왔지만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산 홀딩스는 올해 봄 오사카에서 간편 장례 업체인 ‘오사카 안심장례 메모리아스’를 설립했다. 일반적인 장례가 시신 인도부터 운송·안치·납관·츠야·고별식·화장·납골까지 진행하는 것과는 달리 시신 인도와 화장·납골만 담당한다.
고별식과 츠야 관련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메모리아스의 가격은 10만엔, 17만엔, 20만엔 3가지로 구성된다. 일반장 가격의 8분의 1 이하다. 10만엔 코스에서는 침대차, 베개 장식, 사망 처리 수속 대행, 장례 도구, 고별용 꽃꽂이, 화장장에서의 경독, 영전사진 등 부가 서비스를 대부분 생략한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등 일반 장례 서비스와 차별화했다.
가나가와현 서부를 기반으로 성장한 관혼상제상조회 ‘헤이안 레이’는 2009년부터 대규모 장례 회관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이전까지는 1층은 로비, 2~4층을 장례식장, 5~6층을 대형 장례식장으로 이용돼 왔다. 지금은 자택에서 처럼 유체 곁에 유가족이 모일 수 있는 ‘귀빈실’을 1층에 설치하고, 2~3층에 가족장 전용층을 신설했다.
내년 3월에는 새 장례회관 개장을 계획 중이다. 헤이안 레이의 경쟁 업체인 산‘ 라이프’도 내년 2월 사가미하라, 6월 야마토시 야마토회관에 가족장 전용 식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가을에는 하치오지시에 개별형 유체 안치실과 가족장 전용시설을 가진 회관을 개장한다.
장례 가격 공시를 통해 적정 장례 비용을 제공하는 티어도 2012년 12월 아이치현 아마시의 회관에 가족장 등 소규모 장례 전용 시설을 신설했다. 지난해 나고야시의 나카무라와 미나토, 올해 5월에는 티어 1호 회관인 나카가와 회관을 개장했다. 1층에 가족장으로 활용 가능한 멀티홀을 신설했다. 2~3층 대형홀에는 이동식 칸막이를 설치해 다양한 장례 규모에 맞춰 대응하도록 했다. 대형 장례 업체에게도 장례의 소규모화에 대응하는 것이 생존의 열쇠가 된 것이다.
장례 전문사이트 세력 확산인터넷에서는 장례 전문 사이트들이 세력을 키우고 있다. 대형 장례 업체 ‘작은 장례식’의 온라인 서비스 ‘유니퀘스트 온라인’은 올해 3월부터 ‘조기 할인’ 티켓을 발매했다. 500엔으로 사전 구입하면 3년 후까지 장례비용을 할인 받는다. 5월에는 야후재팬이 가마쿠라신서(鎌倉新書)와 손을 잡고 인터넷 장례업에 진출했다. 인터넷 장례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장례 비용이 명시돼 있어 업계의 저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당신이 이 메시지를 읽고 있을 때쯤 나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앞으로 가족이나 지인의 사망 후 이러한 e메일을 받는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인터넷 포털 업체 야후재팬이 7월 14일 인생의 최후를 대비하는 종합 온라인 서비스 ‘야후! 엔딩’을 내놨다. 40~50대 남성이 주 수요층이다. 다카하시 신스케서비스 매니저는 “아직 미개척지인 슈카츠(終活, 임종을 준비하는 활동) 영역에서 서비스를 확대해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야후재팬은 장례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가마쿠라신서와 제휴해 5월부터 인터넷에서의 장례 정보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시행해왔다. 이번에는 새롭게 ‘생전의 임종 준비 서비스’를 추가해 슈카츠 영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야후재팬의 서비스에 등록하면 자신의 장례 절차를 생전에 예약할 수 있다. 요금은 운송부터 납관, 화장까지 1회 20만4000엔 정도다. 서비스 등록자는 가족에게 예약번호를 전달해 둘 필요가 있다. 장례 예약을 마치면 생전 준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프로필 남기기다.
이름·이력부터 비문처럼 후세에 전하고 싶은 말까지 다양한 내용을 기입한다. 각 항목별로 ‘공개’, ‘비공개’, ‘사후 공개’를 선택할 수 있다. 페이지는 인터넷 주소를 전달한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된다. 다른 사람은 검색해도 찾을 수 없다. 또 하나는 사후 메시지 준비다. 최대 200명의 e메일 주소를 등록해 사후에 메시지를 보낸다. 수신인에 따라 각각 다른 내용을 보낼 수 있다.
등록자가 타계하면 유족들은 야후에 연락해 예약한 장례 절차를 밟는다. 이후 담당 화장 업체가 기초자치단체가 발행하는 화장허가증 사본을 야후로 보내 사망을 확인한다. 다카하시 매니저는 “사망 위조나 장난 방지를 위해 공적 증명서를 사용하는 아날로그 프로세스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망 확인을 마치면 등록해 둔 지인이나 가족 앞으로 e메일이 간다. 동시에 프로필 페이지는 ‘인터넷 무덤’인 ‘추모 공간’으로 바뀐다. 츠야나 장례 일시, 장소 등이 게재된다.
유족과 지인은 추모 메시지를 써넣을 수 있다. 고인이 유료 야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면 저장된 데이터는 삭제되고 서비스 과금도 자동 정지된다. 앞으로는 다른 회사의 서비스도 야후를 통해 자동적으로 사후에 계약이 해지되도록 하는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다. 야후재팬의 시장 진출을 계기로 장례 서비스 중심이던 슈카츠가 다른 양상을 띨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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