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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TNAM DALAT - 베트남의 시원한 속살 ‘달랏’

VIETNAM DALAT - 베트남의 시원한 속살 ‘달랏’

‘ 리틀 파리’로 불리는 고산도시 달랏이 휴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과 프랑스의 과거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보존돼 동서양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1 달랏의 대표적인 관광지 크레이지 하우스는 동화의 집 콘셉트로 건설됐다. 2 호찌민 통일궁의 설계자 비에 뚜가 설계한 죽림사원. 3 바오 다이 일가의 여름별장에 꾸며진 유럽식 정원.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 호찌민은 관광객에게 경이의 도시다. 오토바이 때문이다. 도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의 질주는 여행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차와 오토바이가 뒤엉킨 도로는 혼란스럽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경적소리에 깜짝깜짝 놀란다. 하지만 곧 도로에 일정한 흐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만의 규칙이다. 그 흐름이 익숙치 않은 여행객은 오토바이가 질주하는 도로를 건너는 것이 쉽지 않다. 관광 가이드가 “길을 건널 때 뒷걸음질만 안치면 괜찮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가이드의 팔을 꼭 잡고 길을 건너야 안심이 된다. 호찌민은 베트남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도시다.

아오자이와 쌀국수, 오토바이로 상징되는 베트남을 호찌민에서 느꼈다면, 달랏(Dalat)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 여행객들은 하롱베이·나트랑 등 유명 관광지 대신 조용하게 쉴 수 있는 달랏을 찾는다. 호찌민에서 300㎞ 떨어진(비행기로 1시간 거리) 달랏에는 도로를 뒤덮는 오토바이 행렬도, 숨이 턱 막히는 더위도 없다. 해발 1500m 고도에 있는 람 비엔 고원에 자리 잡고 있어 연 평균 기온이 영상 12~21도다. 무엇보다 ‘리틀 파리’로 불릴 정도로 과거 프랑스와 베트남의 역사·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달랏과 프랑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과거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였을 때 달랏은 프랑스인을 위한 휴양지로 조성됐다. 당시 코친차이나(프랑스 식민지 시대 베트남 남부지역을 유럽인이 부르던 이름)에 거주하던 프랑스인들은 낯선 기후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프랑스 기후와 비슷한 지역이 바로 달랏이었다. 1890년대 이 지역을 탐사한 박테리아 학자 알렉산드로 예르신과 프랑스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는 당시 프랑스 식민지 정부 총통인 폴 두메르에게 달랏에 휴양지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프랑스인 위해 달랏을 휴양지로 만들어프랑스의 흔적을 찾는 여행은 달랏의 매력을 더욱 높여준다. 프랑스의 맛과 향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은 커피다. 베트남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커피 수출국이 된 것은 달랏을 중심으로 한 고원지대에서 커피를 많이 재배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인이 달랏에서 커피를 재배하면서 커피의 중심지가 됐다. 달랏 인구 30만 명 중 4만~5만 명이 커피 산업과 관련이 있을 정도다. 달랏의 커피 산업이 커지자 일본·미국·유럽·인도 등 다국적 기업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달랏에서 만난 반 쾅(Van Quang) 씨는 “이곳에서 재배하는 커피는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구매하고 가격도 기업이 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제 커피 농사로 돈 벌기는 어렵다. 오히려 꽃을 키워서 파는 편이 훨씬 이익이다.” 달랏하면 떠오르는 커피의 명성과 과실은 이젠 다국적 기업이 가져가고 있다.

커피만큼 유명한 것이 꽃이다. 달랏에서는 2005년부터 매년 12월 10~18일에 꽃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에는 하루에 10만 명의 내외국인이 찾을 정도다. 달랏의 화훼산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시내에서 약 2㎞ 떨어진 ‘달랏 플라워 파크’다. 1986년 개장한 공원으로 베트남의 토종 야생화부터 네덜란드 튤립까지 300여 종의 꽃이 전시돼 있다.

베트남 응우옌 왕조의 마지막 황제인 바오 다이 일가의 여름 별장도 꼭 둘러봐야 할 명소다. 1년 내내 시원한 달랏에 바오 다이 황제는 3개의 별장을 지었다. 관광객은 3번 별장만 관람할 수 있다. 2층에서는 프랑스식 정원이 훤히 보인다.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정원과 똑같다. 바오다이 황제는 12세에 왕으로 즉위하기까지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았다.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통치 하에서는 형식적으로 제위를 유지했다.

1922년에 문을 연 달랏 팰리스 럭셔리 호텔(Dalat Palace Luxury Hotel)에도 프랑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프랑스인을 위한 리조트로 2층 건물에 객실이 43개 밖에 없다. 유럽의 건축 스타일을 그대로 살려 유럽인지 베트남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건축될 당시 비치한 가구와 욕조, 그리고 샤워기 등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1974년 미국 영화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이곳에 묶어 그의 이름을 딴 방이 있다.

달랏을 대표하는 리조트 ‘아나 만다라 빌라스 달랏(Ana Mandara Villas Dalat)’은 1920~30년대 프랑스인이 살았던 빌라 모습 그대로다. 2007년 베트남 사업가가 빌라 17개를 개조해 72개 객실을 갖춘 리조트로 개장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 여행객은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하고 찾아왔다”며 “시설과 서비스 평가가 높고, 가격도 괜찮다”고 만족했다. 1박에 객실 크기에 따라 110~200 달러(11만3000원~20만6000원) 정도다. 유럽과 미국 여행객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아나 만다라’는 소수민족 언어로 ‘조그만 집’이라는 뜻이다.

달랏에서 프랑스의 흔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인공호수 쑤언 흐엉를 중심으로 숲과 산책로가 꾸며졌고, 알록달록한 지붕의 빌라들은 유럽의 한 도시를 연상시킨다. 여행객들이 번잡하고 사람 많은 곳을 피해 달랏으로 오는 이유다. 베트남항공은 달랏으로 통하는 관문인 호찌민행 비행기를 인천과 부산에서 매일 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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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이 좋아하는 달랏의 명소 5



1. 달랏 시장 한국의 5일장처럼 친숙한 재래시장이다. 다양한 과일부터, 구이 음식, 그릇, 옷까지 없는 것 빼놓고 모두 살 수 있는 곳이다.



2. 죽림사원 호찌민 통일궁의 설계자 비에 뚜가 꾸민 사찰이다. 풍황산(Nui Phung Hoang)에 둘러싸여 있고, 사찰 곳곳에 꽃이 만발해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물로 주목 받는다.



3. 랑비앙 산 달랏에서 짜릿한 스릴감(?)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관광지다. 산 입구에서 지프차를 타고 6㎞를 달려 정상에 오른다. 꼬불꼬불하고 좁은 길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는 지프차에서 덜덜 떠는 추억을 얻게 된다. 달랏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4. XQ 빌리지 자수 작품을 제작·전시하는 곳이다. 차원이 다른 자수작품의 공정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1992년 달랏에서 함께 자수공예 교육센터를 운영하던 부부 쑤안(Xuan, 아내)과 꾸앙(Quan, 남편)의 이름 앞자리를 따서 XQ 빌리지라고 했다.



5. 크레이지 하우스 베트남 지도자였던 쩡찐의 딸이 설계한 집이다. 러시아 모스크바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후 동화의 집이란 컨셉트로 지었다. 건물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거대한 나무덩굴을 닮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빚을 갚기 위해 관광객에게 오픈했다. 달랏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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