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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개혁을 경제개혁 시발점으로

공무원 연금개혁을 경제개혁 시발점으로

대통령과 여당이 공무원 연금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의 초점은 공무원들이 받을 연금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있다. 그러다 보니 ‘더 내고 덜 받는 것’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개정안의 지향점은 점차 연금의 수령금액을 줄여서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과 통합이 가능할 정도로 낮춰 가자는 것이다. 정부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방향이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것도 재정이 그나마 안정된 덕이 컸다. 저성장 기조와 우리나라의 장기적 인구 변동을 감안하면 재정 건전성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런 와중에도 ‘기여금을 43% 더 내고 보험금을 34% 덜 받도록 하는’ 개혁을 공무원들이 쉽사리 수용하진 않겠지만….

그러나 한편으로 눈을 조금 크게 떠보면 이번 연금 개혁 논의 가 보다 폭넓은 경제구조 개혁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좋은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 내지는 정체의 와중에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산업생산이 10억 원 늘 때마다 만들어지는 일자리를 뜻하는 취업유발계수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2000년에 18.1명이던 것이 2007년에는 13.9명, 그리고 2010년에는 8.3명, 2011년에는 7.3명으로 하락했다.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의 고용 비중이 1988년 27.8%이던 것이 최근에는 16%로 떨어졌다. 이와 달리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은 같은 기간에 45%에서 70%로 증가했다.문제는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고용의 질이 매우 불량하다는 것이다. 서비스업이라고 해도 이 중에 27%는 자영업자들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기업에서 첫 퇴직을 하는 나이가 12년이나 빠르다. 남성의 경우 군대를 감안하면 15년 정도 소득 기간이 짧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계산 방식에 따라 30~40%에 불과하다. 일본의 60%대, 유럽의 80%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퇴직과 더불어 다시 노동시장에 들어와야 하고 그래서 찾는 대안이 대부분 자영업 이거나 임시직이다. 우리나라 55세 이상의 근로자의 40%가 임시직이다. 그 결과 노령층의 50% 정도는 빈곤 계층이다. 현재 장년층이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는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들인데 아버지 세대가 차지하다 보니 우리나라 청년들이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비중은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40%의 절반인 20% 선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는 그만큼 늦게 출발하고 이는 셈이다.

지금 논의하는 공무원 연금개혁의 기대 결과는 1280여조원의 재정적자를 440조 정도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공무원들의 퇴직 후 소득 대체율이 62.7%에서 44%로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공무원 퇴직자들 중에서도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가 없는 요즘이 개헌의 골든타임, 경제 살리기의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사실상 은퇴도 못하고 고령자 중 과반이 빈곤 계층이 되는 사회에 계속 살고 싶은가? 우리 시대의 이 거대한 구조적 문제는 일자리 배분을 위한 사회적 합의, 복지수준에 맞는 새로운 조세제도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선거가 멀리 있는 지금이, 그간 알면서 외면해온 거대한 경제구조 개혁의 논의를 시작할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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